도서 소개
글의 이야기는, 일본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메이지 유신(1868년)으로부터 메이지 사망(1912년) 시까지, ‘서구화’와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던 근대 일본정치의 양대 산맥인 ‘조슈’(야마구치현)와 ‘사쓰마’(가고시마현) 출신 인물들을 주로 조명했다.
이야기의 흐름은, 16세기 말, 일본의 조선 침략에 함께 참전하였던 조슈의 ‘모리 데루토모’와 사쓰마의 ‘시마즈 요시히로’의 후손들이 지배하였던 조슈와 사쓰마 번에서, 이들 번주의 후원 속에 ‘책 읽는’ 하급 무사들이 출현하여 19세기 중반 황궁에서 유폐된 신세나 다름없던 15세의 어린 천황을 등에 업고 ‘왕정복고’라는 이름으로 막부로부터 정권을 탈취하고 ‘서구화’와 ‘부국강병’으로 개혁한 ‘메이지 유신’과 이어진 군국주의의 전개 과정을 그리며, 일본 제국주의 흥망사를 곰곰이 반추(反芻)해 보았다.
출판사 리뷰
‘메이지’ 유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막부 타도’의 1등 공신으로 조슈와 사쓰마의 ‘하급 무사’ 출신이 새로이 수립된 ‘메이지 정부’의 중요한 ‘유신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은, 대개 30~40대였는데 이 중에서도 ‘유신 3걸’로 불리는 사쓰마 번 출신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그리고 조슈 번 출신인 ‘기도 다카요시’가 유신 개혁을 주도하였다.
일반인들이 ‘삿-쵸 번벌’이라고 칭했던 이들은 처음에는 ‘양이론’과 ‘팽창주의’를 외쳤으나, 서구의 각종 제도와 산업혁명의 성과를 서구 방문 간 직접 목격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실감하자, 그토록 외쳐온 ‘양이론’ 대신, 서구 열강에 의한 ‘식민지’화를 피하고, ‘서구를 따라잡겠다’라며 ‘개국 화친’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었다.
그리고, 서구로부터는 ‘원숭이’라는 조롱을, 인근 아시아 국가로부터 ‘광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부국강병’과 급격한 ‘서구 배우기’ 정책을 추진하며,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유신’이라는 대대적인 개혁을 숨 가쁘게 시도하였다. ‘유신세력’으로서는 ‘근대국가 성립’이 최대의 목표였다. 하지만, 주제넘게도 조그마한 경제력으로 서구 열강의 해군을 꿈꿨고,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육군을 원했고,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국가가 되기 희망하였다. 그렇지만, ‘메이지 유신’ 이전, 산업이라고는 쌀과 비단이 전부인 조그마한 섬나라에서 인재라고는 300여 년간 ‘사조쿠’(士族)라 불리는 무인들만 있던 나라를, 더구나, 경제, 기술, 행정은 물론, 사회적 인프라 역시 중세 봉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이런 나라를 도대체, 어떻게 서구에 필적할 만한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야말로 지난(至難)한 과정이었다.
이와 더불어, ‘메이지 유신’으로 무사 계급이 몰락하자 ‘사농공상’의 틀도 뒤따라 허물어졌다. 그리고, 서민들은 근대적 ‘국가’를 몰랐지만, 누구나 ‘국민’이 되고자 했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국민’으로서 서툴지만 ‘국민’이 된 일본인은 그 신선함에 설레는 ‘국민’ 체험자가 되었다. 어찌 보면, ‘딱하기 그지없는’ 설렘이었지만, 사회의 어떤 계층이든 누구나 필요한 기억력과 노력만 있으면 박사도, 군인도, 교사도 될 수 있는 사회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새로운 국가, 새로운 국민’이 무엇인지를 미처 알기도 전에 ‘유신세력’은, 전쟁과 권력 교체로 조각난 ‘국민을 통합한다’라며, 조작된 토종 종교 신화와 일본 고유 정신을 내세우며 ‘천황 신격화’를 신념화하였다. 새롭게 출발한 군대와 학교를 ‘천황 신격화’의 ‘도구’로 만들어 전 국민 ‘집단 세뇌’ 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새로운 국가에서는 천황에 대한 집단적 충성심 바탕 위에, 인권보다 황권이 우선되며 모든 국민은 ‘황국신민’이 되어야 했다.
이처럼, 근대국가를 위한 국민의 염원과 달리, 유신세력의 개혁은, ‘천황 신격화’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자리 잡아갔다. 그 과정에서 군대는 ‘살아있는 신’ 천황을 위한 수족과 도구가 되었고,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의식화된 수많은 신민의 희생이 뒤따랐다. ‘부국강병’과 ‘서구 배우기’가 이들의 희생 속에 ‘시너지’ 효과를 내며, 아시아 최강 청국을 제압하고, 유럽의 강국 러시아도 굴복시켰다. 유신 30여 년 만에, 동양의 조그마한 섬나라가 순식간에 세계열강의 대열에 오른 것이다. 그 이후에도 장비만 근대적이었지 중세적 사고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전쟁 기계’들은,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을 무대로 온갖 수탈과 정복을 이어 갔지만 결국, 원폭 피폭으로 거덜 나버렸다. 황소를 집어삼킨 두꺼비가 독수리에게 먹혀버린 셈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성웅
서울 경복고를 거쳐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였다. 육군 장교로서 32년간 복무하며, 대대장, 포병 단장 등 야전 지휘관과 국방대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군 생활의 절반에 정도를 미국, 유럽, 중동 및 서남아 등에서 유학과 군사 외교관으로 보냈다.그는 미국 국방언어학교, 미국 해군대학원(OR/SA 석사),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원(교육학 석사), 미국 웹스터 경영대학원(MBA) 등에서 수학하였고, 미국 육군 지휘참모대학 교환교수로서 ‘한국학’과 ‘한국전쟁사’를 강의하였다. 이후, ㈜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국방무관(헝가리, 구주안보협의체 겸임), ㈜ 이집트 국방무관(요르단, 튜니지아 겸임), 유엔 평화유지군(PKO) 인디아-파키스탄(카슈미르) 정전감시단 부사령관 등으로 근무하였다. 그리고, 전역 이후에는 주한 미군사령부에서 한/미 연합훈련 전문가로서 13년간 활동하였다.현재, ‘브런치’ 작가(‘브런치 김성웅’ 검색)로 활동 중이며, 그의 글은 해외 생활과 전쟁사 관련 내용이 많다. 펴낸 저서로는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2014년), 《미군과 우리 국군 이야기》(2015년), 《이슬람과 아랍 무슬림 이야기》(2016년) 그리고, 《과거의 미-중 전쟁, 승냥이와 오랑캐》(2022년) 등 4편이 있다.
목차
글머리에
침략의 씨앗과 와신상담(臥薪嘗膽)
1. 신무기의 등장과 침략주의의 태동
2. 하급 사무라이, 정치에 눈뜨다
3. 막부의 ‘쇄국정책’과 ‘흑선 내항’
존왕양이(尊王攘夷)와 왕정복고(王政復古)
4. 조슈 번의 ‘쇼카손주쿠’와 ‘요시다 쇼인’
5. ‘조슈’와 달랐던 ‘사쓰마’ 번
6. ‘존왕양이’, ‘양이’에서 ‘대양이’로 변화
7. 막부의 제1차 ‘조슈 정벌’과 ‘삿-쵸동맹’
8. 막부의 제2차 조슈 정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9. ‘대정봉환’(大政奉還)과 왕정복고
메이지 유신(明治維新)과 국가개조(國家改造)
10. ‘보신 전쟁’과 막부의 몰락
11. 군국 일본의 근간, 해군과 육군의 창설
12. ‘천황 신격화’와 일본 정신(大和魂),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
13. ‘판적봉환’(재정개혁)과 ‘폐번치현’(중앙집권화)
국가개조의 주역, ‘유신 3걸(3傑)’
14. 일본 근대화의 밀알, ‘이와쿠라’ 사절단
15. 과격파에서 온건파가 된 유신 개혁자
16. ‘정한론’과 마지막 사무라이
17. 일본 근대화의 ‘철혈’(鐵血) 재상
민국(民國)보다 군국(軍國)을 택한 일본
18. 총리가 된 ‘테러리스트’
19. 제국주의의 첫발, 청일전쟁(1894~1895)
20. ‘청일전쟁’ 이후 불거진 ‘민권’과 ‘군권’의 대립
21. 일본, 10년간의 ‘절치부심’(切齒腐心)
22. 러일전쟁과 탈아입구(脫亞入歐)
군국주의의 발호(跋扈)와 그 말로(末路)
23. 망국(亡國) 황제, 흥국(興國) 황제
24. ‘군국주의’와 전쟁에 중독된 군인들
25. 군국주의의 말로(末路)
맺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