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중국, 일본의 여성음악가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대중음악 무대를 섬세하고도 알기 쉽게 청취하며, 아시아 대중음악의 ‘사이’를 포착한 비평서다. 엔카·트로트에서 중화권 시대곡, 레뷰와 댄스뮤직, 록까지 장르를 횡단하며 이미자, 김완선, 자우림, 덩리쥔, 미소라 히바리 등 대표적 아티스트뿐 아니라 주변의 실행자들을 함께 읽어낸다. 이를 통해 장르의 문법과 무대의 시각화 속에서 여성(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형성·변형되었는지를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모방과 혼성’ 그리고 ‘공명과 불협’의 미시적 역학을 드러낸다.
저자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을 ‘모방’이나 단순한 파생물로 환원하지 않고, 익숙함과 낯섦· 전통과 서구가 만나는 ‘사이’에서 생성되는 문화적 실천으로 재구성한다. 아시아 대중음악의 혼종성은 단순한 섞임이 아니라 교섭과 갈등, 착종과 협상의 과정임을 강조하며, 이 ‘사이’에 주목하는 비평적 전환을 제안한 것이다. 또한 여성음악가와 ‘여성성’이라는 분석 축을 통해 장르의 문법, 무대 연출, 수용의 순환을 정밀하게 읽어낸다. 서로 다른 음악 장르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몸이 어떻게 구성·변형되었는지를 장르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추적함으로써, 젠더 담론과 음악 연구를 결합한 실증적·비평적 통찰을 제공한다.
출판사 리뷰
엔카에서 트로트, 댄스뮤직에서 록까지
‘그녀들의 이야기(Her+Story)’가 들려주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숨겨진 지층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의 여성음악가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대중음악 무대를 섬세하고도 알기 쉽게 청취하며, 아시아 대중음악의 ‘사이’를 포착한 비평서다. 엔카·트로트에서 중화권 시대곡, 레뷰와 댄스뮤직, 록까지 장르를 횡단하며 이미자, 김완선, 자우림, 덩리쥔, 미소라 히바리 등 대표적 아티스트뿐 아니라 주변의 실행자들을 함께 읽어낸다. 이를 통해 장르의 문법과 무대의 시각화 속에서 여성(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형성·변형되었는지를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모방과 혼성’ 그리고 ‘공명과 불협’의 미시적 역학을 드러낸다.
저자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을 ‘모방’이나 단순한 파생물로 환원하지 않고, 익숙함과 낯섦·전통과 서구가 만나는 ‘사이’에서 생성되는 문화적 실천으로 재구성한다. 아시아 대중음악의 혼종성은 단순한 섞임이 아니라 교섭과 갈등, 착종과 협상의 과정임을 강조하며, 이 ‘사이’에 주목하는 비평적 전환을 제안한 것이다. 또한 여성음악가와 ‘여성성’이라는 분석 축을 통해 장르의 문법, 무대 연출, 수용의 순환을 정밀하게 읽어낸다. 서로 다른 음악 장르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몸이 어떻게 구성·변형되었는지를 장르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추적함으로써, 젠더 담론과 음악 연구를 결합한 실증적·비평적 통찰을 제공한다.
‘사이(間)’를 듣는 비평
이 책은 동아시아 대중음악을 서구의 모방물로 소비하는 오래된 습관을 걷어내고, 전통과 서구, 익숙함과 낯섦이 충돌·교차하는 경계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실천으로 재배치한다. 분석의 단위는 음원만이 아니다. 의상과 안무, 포즈, 카메라의 운용이 소리와 어떻게 맞물려 새로운 감각을 생성하는지 추적하며, 소리-몸-이미지의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이를 통해 혼종성은 단순한 섞임이 아니라 교섭·갈등·착종·협상의 과정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바로 그 경계에서 동아시아 대중음악 고유의 미감과 리듬, 정동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동시에 저자는 분석의 초점을 ‘여성음악가’와 ‘여성성’이라는 축에 놓는다. 장르의 문법, 무대의 시각화, 대중의 수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몸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형되는지, 장르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사례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엔카·트로트에서 중화권 시대곡, 레뷰와 댄스뮤직, 록에 이르는 넓은 장르 지형을 가로지르며 ‘사이’에 주목하는 비평적 전환을 제안하고, 이후의 K-팝 담론을 넘어 지역의 고유성을 읽어내는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시대의 우울과 두 아이콘: 미소라 히바리, 이미자
전후 동아시아의 감정사는 두 명의 아이콘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미소라 히바리와 한국의 이미자는 패전과 전쟁, 산업화와 방송체제 재편이라는 거대한 격변 속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국민적 서사로 확장했다. 창법과 호흡, 장단과 선율 관습 같은 미세한 음성 기술은 시대의 정동을 담는 그릇이 되었고, 두 가수의 목소리는 상처와 희망, 불안과 낙관을 매개하는 공적 언어로 작동했다. 특히 미소라 히바리는 가수이자 배우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15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구축된 이미지와 무대 위 퍼포먼스를 결합해 전후 일본의 상징적 페르소나를 확고히 했다.
시각적 페르소나의 형성 또한 중요하다. 의상과 헤어, 조명과 홍보 사진은 레코드회사와 방송, 영화 산업의 상호작용 속에서 고정되며, 대중은 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대리적으로 호명받는다. 이러한 과정은 개별 가수가 단지 스타로 소비되는 단계를 넘어 사회적 기호가 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전후 일본과 한국의 ‘엘레지’와 ‘눈물’의 기억을 귀로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청취하게 하는 분석은, 한 목소리가 시대의 공명판이 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음악적 발화와 정치적 굴절: 상하이 모던에서 리샹란까지
국제도시 상하이는 재즈, 폭스트로트, 라틴 리듬이 중국적 선율과 결합하는 실험의 무대였다. 이 책은 ‘시대곡’이라 불린 노래들이 어떻게 하이브리드 편곡을 통해 새로운 청취 경험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음악이 전쟁과 식민, 선전의 그물 속에서 어떤 굴절을 겪었는지 보여준다. 음반사·영화사·라디오가 엮인 매체 네트워크와 검열은 여성 가수의 경력에 직접적인 흔적을 남겼고, 한 곡의 유통 경로는 동시에 정치적 맥락과 광고·포스터·신문연재 같은 시각·텍스트 자료를 통해 재프레이밍되었다.
리샹란(야마구치 요시코)은 이 복합성을 응축한 대표적 사례다. 중국 이름과 일본식 발음, 영어 이름, 결혼 후의 이름까지 이어지는 다중의 명명과 일본·중국·만주국을 가로지르는 국적의 경계는, 그녀의 커리어와 이미지 자체를 다층화했다. 상하이에서의 체포와 재판, 국적 확인과 추방, 이후 활동 무대의 변화는 개인의 삶과 공적 표상의 간극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녀가 남긴 시대곡의 성공은 음악이 외교·선전·연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로였음을 방증하고, 동시에 청중의 팬덤과 여론이 얼마나 빠르게 프레이밍을 바꾸는지 드러낸다.
여성성의 시각화: 무대 위의 ‘몸’과 응시의 정치학
다카라즈카, 명월가무단, 배구자악극단 등 여성 공연 집단의 역사는, 근대 공연장이 해방과 규율이 협상되는 공간이었음을 증명한다. 합창과 군무, 행진과 라인 포메이션 같은 집단 미장센은 여성성을 단체·국가·도시의 상징으로 배치했고, 치마폭·하이힐·장갑·깃 장식 같은 코스튬 테크놀로지는 단정·노출·품위의 경계를 재조정했다. 객석의 시선과 촬영 카메라, 중계 화면과 스틸컷이 만들어내는 다층적 응시는 관객의 욕망과 불안을 동시에 관리하며, 공연은 규율의 장치이자 미학의 실험실로 기능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일방의 통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선발과 합숙, 발성·댄스 훈련으로 대표되는 엄격한 노동 장치는 역설적으로 기술·자율성·연대를 낳았고, 여성의 몸은 검열의 대상이면서도 새로운 공연 언어의 생산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획득했다. 이 책은 소리와 몸, 시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성성의 형성과 변형을 추적하며, 장르 문법과 무대 시각화, 수용의 순환을 한데 묶어 보여준다.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사이’를 포착한 이 시선은, 오늘의 공연 현장을 읽는 강력한 분석 도구가 된다.
‘마돈나들’과 록의 여성성: 김완선·차이이린·쇼넨나이프·자우림
이 책은 또한 댄스팝과 록을 횡단하며 비남성적 카리스마의 계보를 동시대적으로 재정렬한다. 김완선에서 이효리, 보아(BoA)로 이어지는 흐름은 섹슈얼리티를 통제·연출·전복하는 자기주체적 퍼포먼스가 메시지·안무·무대 디자인과 결합해 해방의 감각을 증폭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차이이린은 글로벌 트렌드와 로컬 상징을 세밀하게 혼합하여 여성-몸-춤의 통념을 비틀고, 음악·스타일·브랜드·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전략적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런 미학은 단지 무대 위 제스처가 아니라, 팬덤이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통해 현실의 행동 양식과 가치의 변화를 촉발한다.
한편 쇼넨나이프와 자우림은 ‘프론트맨’ 중심으로 전개돼온 록의 서사를 ‘프론트우먼/프론트퍼슨’으로 갱신한다. 클럽·레이블·페스티벌·차트가 얽힌 이중 생태에서 이들은 사운드와 이미지, 노동과 브랜딩을 스스로 설계하며 산업의 논리와 예술적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간다. SNS와 숏폼, 월드투어가 일상화한 지금, 이 책이 제시하는 여성 아티스트의 모델은 스타일링과 내러티브, 팬 커뮤니티를 통합 설계하는 실천으로 읽힌다. 이로써 책은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장르 지형에서 여성 실행자들이 어떻게 공명과 불협의 역학을 주도해왔는지 총체적으로 증명한다.
1장 시대의 우울과 여성음악가: 미소라 히바리와 이미자
어린아이의 목소리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성숙한 중저음 보이스로 부기우기 스타일의 기교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한쪽 주머니에는 희망을, 다른 한쪽 주머니에는 추잉검”을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전후 일본의 민족적 낙관주의의 상징이자 미소라 히바리를 전후 일본의 상징, 그리고 이후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녀의 페르소나에 가장 깊숙한 지점에 각인된 이미지로 작용한다.
2장 여성음악가의 음악적 발화와 정치적 굴절
중화민국 시기, 특히 전쟁 기간 “님은 언제 다시 돌아오나”라는 가사는 정치적 맥락과 노선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되었는데 문제의 핵심은 과연 “님은 누구인가”였다. 중일전쟁 발발 후 수도를 충칭(重慶)으로 옮긴 국민당 정부 측에겐 이 노래가 공산당과 인민혁명군을 불러들이는 비밀 메시지로 읽혔고, 공산주의자들에게 이 노래는 퇴폐적이고 음란한 ‘자본의 용광로’ 상하이와 동일시되어 일본과 국민당에 저항하는 민족투쟁에 참여할 ‘그’에게 ‘일단 다 잊고, 먹고 마시자’라며 혁명 의지를 저해하는 창녀의 노래로 읽혔다.
3장 여성성의 시각화와 무대 위의 여성들
성성에 따라 불균등하게 배치되는 공간의 정치학은 근대의 일상 전체를 관통하는 지점이기도 했지만, 특히 여성 신체가 전면으로 부각되는 근대적 공연무대에서 더욱 첨예화된다. 새로운 근대 전경의 재현 공간인 무대 위에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은 전통적 가부장적 질서나 규율을 교란시켜 여성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인지, 혹은 기존의 남성중심적 질서나 남성적 응시를 만족시키는 대상화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근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쟁점으로, 무대 위의 여성과 신체는 이 두 가지 상반되는 힘이 부딪히는, 말하자면 그 자체로 문제적 공간이 되어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화숙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론전공(현 음악학과)을 졸업했고 베를린공과대학교에서 음악학/문화학 석사학위, 훔볼트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음악학의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면서, 특히 대중성, 미디어, 젠더 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강의, 연구,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 출강했고 《르몽드디플로마크》 등 여러 매체에서 대중음악에 관한 글을 썼다.함께 지은 책으로 『독재자의 노래』, 함께 옮긴 책으로 『대중음악이론』, 『페미닌 엔딩』이 있으며, 「근대적 사운드스케이프의 형성」, 「이 죽일 놈의 사랑: 발라드의 성정치학」, 「신체의 타자화, 타자화된 신체」 등의 논문을 썼다.
목차
들어가며
1장 시대의 우울과 여성음악가: 미소라 히바리와 이미자
1. 근대의 풍경
2. 전후 아시아의 기억과 정서: 눈물과 엘레지
2장 여성음악가의 음악적 발화와 정치적 굴절
1. 상하이 모던과 시대곡
2. 님은 누구이며 누가 님을 노래하는가: 〈하일군재래〉
3장 여성성의 시각화와 무대 위의 여성들
1. 근대적 공간 구성과 낯선 여성의 신체
2. 다카라즈카 가극단
3. 명월가무단
4. 배구자악극단
4장 아시아의 마돈나들
1. 여성적 혹은 비남성적 카리스마
2.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3. ‘Queen of Dance Pop’ 차이이린
5장 Voice of Power, Power of Voice
1. 록 대 팝: ‘디스코 데몰리션 나이트’
2. 일본 여성 록밴드, 쇼넨나이프
3. 자우림, 더 원더랜드
나가며
주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