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최근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으며 언론의 역할을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가 쓴 이 책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지역 언론사 19곳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지역의 노년 여성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직접 기사를 쓰게 하는 〈진안신문〉,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빨래방을 열어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아 기사화한 〈부산일보〉, 지역에서 한 달 살기와 인턴 기자 프로그램을 결합해 청년층의 관심을 모은 〈주간함양〉 등 이 책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며, 그 과정을 지역의 역사로서 기록하는 지역 언론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헌신을 소개한다. 
또한 이 책은 서울중심주의의 그늘 아래서 ‘소멸’, ‘위기’라는 말로만 묘사되는 각 지역의 고유한 삶, 정겹고 생동감 넘치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모은 ‘서울 밖 삶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성큼성큼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지역 언론 기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의 소위 중앙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각 지역의 구체적인 삶을 만날 수 있다.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남 의령군 입사마을 어르신들의 ‘소멸되지 않은’ 일상과 서해대교 건설로 고향에서 쫓겨난 행담도 원주민들의 사연, 전교생이 50명 안팎인 충북 괴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과 제주도 옆 작은 섬 우도 해녀들의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지역 언론이 지역의 공동체와 역사를 지켜나가는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개성 있는 지역 언론을 소개하는 이 책은 서울 바깥의 삶과 더 나은 민주주의의 실천을 상상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 우리 마을 역사의 충실한 기록자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키는 문턱 낮은 공론장 
풀뿌리 지역 주간지부터 섬마을 신문까지, 전국 방방곡곡 지역 언론 이야기
2025년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 회견에는 처음으로 풀뿌리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초청받아 화상으로 참여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소위 중앙 언론사 이외에 이들을 별도로 초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지역의 구체적인 현안, 지역민들이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의 언론사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음을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부처나 검찰, 정당, 기업 등으로 출입처를 나누어 취재하는 중앙 언론사들은 서울의 아파트값이나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 대치동 학원가의 새로운 유행 같은 서울 중심의 뉴스를 주로 보도한다. 경남 함양이나 충남 태안, 전북 진안 주민들의 문제는 취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지역은 커다란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도권 주민들의 여행지 정도로만 언론에 등장할 뿐이다.
이런 기울어진 구조 속에서 ‘지역 언론’을 출입처로 배정받은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는 3년여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 지역 언론이 지역의 삶을 돌보고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전국 언론 자랑』은 윤유경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언론사 19곳을 직접 찾아가 기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취재에 동행하며, 지역 언론사가 주민들 곁에서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풀뿌리 지역 언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옥천신문〉을 비롯해 ‘심부름센터’라는 독특한 기획으로 오지 마을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실은 〈경남신문〉,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대구·경북 지역의 독립 언론 〈뉴스민〉,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를 자랑하는 〈당진시대〉 등 한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뿐만 아니라, 1500여 명이 사는 작은 섬 우도에서 계절마다 발행되는 〈달그리안〉과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의 어린이 신문 〈어쩌다특종!〉 등 작지만 개성 있는 마을 신문까지 두루 취재하여 한 권에 담았다.
종이 신문의 위기와 지역 경제의 침체라는 이중의 어려움 속에서 지역 언론사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커뮤니티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즉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언론사와 주민이 연대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지역의 의제로 끌어올려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태안신문〉은 2007년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태안 바다 기름 유출 사고’를 18년 동안 추적 보도하며 가해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과 태안 주민들의 고통, 피해 배보상 문제로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을 낱낱이 밝혀왔다. 〈주간함양〉은 인구 감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지역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주간함양〉 인턴 기자 3주 코스’를 결합해 타 지역 청년들에게 함양에서의 삶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옥천신문〉은 지역에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문화 공간, 풀뿌리 지역 언론인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 등을 만들어 옥천의 어린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언론을 접하고 이용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우리 신문은 문턱이 낮아요. 신문은 멀고 높은 자리에서 고상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필요가 되어야 합니다. (…) 주민들이 억울하거나 힘들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신문사를 찾아와요. 35년 동안 우리는 다 밑에서 발굴해서 기사를 썼어요. 주민들은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왜 필요한지 몸으로 알고 있지요.” - 146~148쪽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의 말처럼 지역 언론은 중앙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고, 지자체마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역의 문제들을 꾸준히 의제화하며 지역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들을 언론사의 여러 활동에 폭넓게 참여시키며 지역 전체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지방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지역 언론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조회 수 올리기, 단독이나 속보 경쟁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역할,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역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보는 서울 바깥의 삶 
결코 소멸되지 않을, 우리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및 문화 시설 등 사회의 제반 인프라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서울공화국’답게 한국의 언론이 주로 비추는 것은 서울의 삶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로컬이 뜬다’며 지역을 언급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지만, ‘로컬’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것은 지역 전반의 현실이라기보다는 청년층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유행하는 상품, 취향 등에 가깝다. 지역의 삶은 여전히 ‘소멸’, ‘위기’, ‘고령화’, ‘낙후’ 같은 말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지역 신문 기자들을 만나며, 또 그들의 독자인 지역민들과 대화하며 어떤 지역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지도에 빨갛게 표시하는 것이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곳에는 수십 년간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이 있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초등학생도 살고 있다. 슈퍼마켓도 없고 버스도 잘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지만, 그곳 역시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서울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런 곳들을 ‘빨간 지역’으로 규정해버리면 그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보이지 않게 된다. (…) 소멸되어가는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 ‘지역 소멸’이라는 알맹이 없는 말 대신 우리는 ‘서울중심주의’, ‘실패한 지방 분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불균형’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에 둔 우리의 시선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72~73쪽
수도권 사람들이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든 지역의 사람들은 오늘도 각자의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고, 지역 언론은 그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일보〉는 과거 피란민과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였다가 이제는 노인들만 남은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열어 어르신들의 빨래를 해드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아 기사를 쓰는 ‘산복빨래방’이라는 기획을 선보였다. 부산의 현대사와 다름없는 어르신들의 귀한 이야기는 24편의 기사와 38편의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되며 큰 호평을 받았다. 〈거제신문〉은 시립박물관 하나 없고 지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주체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거제의 역사, 문화, 음식, 관광지 등을 소개하는 책을 다섯 권 이상 펴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거제 역사 강의를 수년째 계속하며 역사 교재와 연표까지 만들고 있다. 또한 ‘거제 사투리 늬우스’라는 기획을 통해 거제 사투리로 기사 쓰기를 시도하며 지역의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매주 1면에 주민 인터뷰를 싣는 〈주간함양〉의 김경민 편집국장은 “인구 감소 추세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함양에 사람이 있다고 기록하는 게 지역 신문 기자로서의 직업윤리”(173쪽)라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담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공적 역할이라고 믿는 지역 신문 기자들의 노력 덕분에 지역의 삶은 ‘소멸’이나 ‘위기’를 넘어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되고 있다.
“모두가 서울을 바라볼 때 우리는 지역으로 들어간다” 
글쓰기 수업부터 수중 다이빙까지, 지역 언론 기자들의 열정과 헌신
이 책은 마치 지역 신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유별난 열정과 헌신으로 일하는 열혈 기자들의 열전으로도 읽을 수 있다. 〈진안신문〉의 류영우 국장은 20년 가까이 매주 지역의 노년 여성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한글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글을 몰라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온 이들이 류 국장의 수업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류 국장은 이들이 쓴 글을 매주 〈진안신문〉 지면에 싣는데, ‘할머니 기자들’이 쓴 글이 실제로 지역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일도 많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주민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린 버스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하고, 하루에 두 번 들어오던 버스를 세 번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 밖에도 류 국장은 진안의 발달장애 학생의 숫자를 늘 파악하고 있으며, 글쓰기 수업뿐만 아니라 여름방학마다 장애/비장애 청소년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진안을 한 바퀴 도는 캠프를 13년째 열고 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저자의 물음에 류 국장은 “변화가 보이니까요”(35쪽)라고 답했다. 여유롭지 않은 환경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신문의 뒤에는 이처럼 사람이, 지역이 변화하는 것에서 힘을 얻는 기자들의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중도일보〉의 손도언 기자는 국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안타까워하며 10년간 혼자서 충청도 국악에 관한 취재를 이어오다 2021년 3월의 첫 기사를 시작으로 총 70편의 기사를 썼다. 그의 끈질긴 취재로 1893년 한국 최고最古의 국악 단체 ‘청풍승평계’가 제천에서 창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천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손 기자는 기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국악계의 명인이나 국악학자, 지역 주민 등의 구술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충주댐 건설로 물에 잠긴 청풍승평계의 연습 장소를 찾기 위해 청풍호에 직접 들어가는 수중 다이빙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기자들이 제일 잘 압니다. 이런 풀뿌리 기사를 모으는 게 지역 신문이 살아갈 방향이에요. 지역의 숨겨진 보물들, 무형의 자산들을 제일 잘 취재할 수 있는 사람도 지역 기자들이고요. 그들이 열심히 움직이면 지역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보니 그래요. 나도 맨땅에 헤딩한 거 아닙니까. 지역 기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손도언 기자) - 291쪽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창간 멤버이자 12년간 대표였던 자신의 권력을 인식하고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뉴스민〉의 천용길 대표, 옥천읍-청산면-영동군 사이를 하루 세 번씩 왕복하며 수십 명의 주민을 취재하고 어린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지역 주민 전반의 생활과 여가, 건강과 안전을 두루 살피는 〈옥천신문〉의 황민호 대표, 신문사 일의 30퍼센트는 늘 공익사업에 할애하는 〈원주투데이〉의 오원집 대표 등 보통의 직장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열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신문은 신문사 바깥의 더 넓은 세상에서 만드는 것임을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서 배운다”(120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지역 신문 기자들은 지역의 슈퍼맨, 마을의 해결사로서 지역 사회 곳곳을 밤낮없이 누비고 있다. 이들의 활약을 보며 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놀라움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론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 그 개혁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이 열혈 기자들의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변화를 이끈 <진안신문>의 할머니 기자들
류 국장은 지역에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나 어린이들은 공론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할머니,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등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평생 글을 익힐 기회가 없었던 노년 여성들이 한글을 배우고, <진안신문>은 이들이 쓴 글을 그대로 신문에 싣는다. 글을 몰라 신문을 읽을 수조차 없었던 노인들이 지역 신문의 기자가 된 것이다. (…) 동향면에는 오전 9시 반과 오후 4시 반 두 번밖에 버스가 오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이 오후 2시 버스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기사를 썼더니 버스가 생겼다. 이들의 기사 덕분에 동향면 전체 주민이 반나절을 아끼게 된 것이다. 변화가 생기면서 할머니들은 글의 힘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역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단 20가구가 사는 입사마을에서 목격한 지역 위기의 현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가 오지 마을을 찾아갑니다.”
경남 지역의 일간지 <경남신문>은 지역 주민의 심부름을 해주고 그 삯으로 주민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기획을 내걸었다. (…) 입사마을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간간이 차만 몇 대 지나갈 뿐이었다. 수도권에만 살았던 나에게 이런 풍경은 생경했다. 양옆으로 쭉 이어진 논밭을 지나자 폐가가 즐비했다. 그곳에 살던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자녀들은 서울로 가면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집들이다. 입사마을에는 그나마 버스가 하루 두 번 다니지만, 면 전체를 통틀어 편의점은 한 곳도 없다. 과거 50가구가 넘게 살았던 마을을 지금은 절반도 남지 않은 20가구가 지키고 있다. 이마 저도 절반가량은 도시와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집이다. 도 기자는 입사마을로 가다 보면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식당도 슈퍼마켓도 없어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실감이 된다고 했다.
<부산일보>의 새로운 시도, 산복빨래방
산복빨래방의 이용료는 무료다. 고객들은 돈이 아닌 이야기로 세탁비를 지불한다. 한 명의 손님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며 빨래가 마르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자와 PD들은 2022년 5월부터 매주 호천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24편의 기사로 공개했다. 어르신들과 함께한 야외 에어로빅, 봄소풍과 고둥 캐기, 영화 관람기부터 50년 전 부산 삼화고무 공장에서 일한 어르신에게 들은 당시 여공들 이야기, 가족이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산길 수 킬로미터를 오르내렸던 시절의 고생담까지 모두 기사에 담았다. (…) 여전히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지역민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것, 그들의 삶을 지역의 역사로서 보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단독이나 속보 경쟁, 조회 수 올리기에서 벗어나 지역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유경
2021년부터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대 첫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서울 중심의 언론 지형 속에서 건강한 지역 저널리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언론인들을 알게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전국 곳곳의 지역 언론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기획 ‘전국 언론 자랑’을 시작해 약 2년간 보도했다.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 언론이 공론장으로 기능하려면 언론사의 문턱이 낮아야 하고,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독자가 지면의 주인공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널리즘의 원형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미디어오늘〉의 역할임을 되새긴다. 다양한 언론계 이슈를 취재하면서도 지역 언론 취재를 기자 생활의 가장 큰 동력이자 ‘낙’으로 삼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지역 신문,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가 실리는 곳
진안신문 - 80대 어르신도, 발달장애 청소년도 기자가 될 수 있다
경남신문 - 심부름 값은 이야기로 받아요
부산일보 - 산복빨래방, 빨래보다 높이 쌓인 이야기들
태안신문 -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는 지역 문제의 전문가들
[특집] 〈진안신문〉과 함께한 5박 6일 자전거 여행
2부 가까이 더 가까이, 지역 신문의 생존법
옥천신문 - 풀뿌리 지역 언론의 인큐베이터
주간함양 - 함양에서 인턴 기자로 한 달 살기
뉴스민 - 주민이 지키는 독립 언론
당진시대 -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의 비결
경인 지역 신문 - 수도권 언론의 생존 대작전
[특집] 풀뿌리 지역 언론의 대명사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3부 세상에 이런 신문이!
어쩌다 특종! - 괴산 송면초등학교 어린이 신문
중도일보 - 지역 문화 발굴을 위해 수중 다이빙까지?
거제신문 - 지역사의 초고를 쓰다
원주투데이 - 신문사 일의 30퍼센트는 공익사업에 할애한다
달그리안 - 섬 속의 섬에도 신문이 온다
[특집] 지역 신문 창간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