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광양 진상 청암, 그렇게 휘휘 가다보면 소슬한 이정표가 보인다. <농부네텃밭> 이정표가 가리키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차분한 바탕에 책이 자라로, 놀이가 자라고, 푸짐한 ‘과냥’의 맛이 펼쳐져 있다. 그 농부네텃밭 주인장 서재환 시인의 새 시집이다. 그가 30년 준비해온 과냥말, 글밭도서관 문 여는 때에 맞춰 내어놓은 과냥 사람들의 말글 생각 몸짓을 담은 책이다.
지역의 말말말 들이 서울말로 수렴되는 동안 무수한 곳곳의 생각들도 쓰러져왔다. 그 꼬락서니가 안타까워 지역신문 <바리구봉>에 담고 담았던 말들을 풀어 내놓는다. 그 35년 굽이로 자꾸자꾸 굽어진 이야기가 가을볕에 포근하다.
과냥을 둘러싸고 ‘반가운 님’들의 이야기, 세시 철 따라 피어나는 일들의 ‘새 아침’이며, 늘늘 수없는 고단을 무릅쓰고 봄을 여는 뭇 사람들 마음을 담는 ‘봄을 잘 달개야 가실이 푸진’ 그 마음이며, 들일의 순간순간을 무한 긍정으로 풀어내며 툭, ‘장마도 있어야 산당깨’라든가, 가을날 풍경을 자아내는 ‘가실 나들이’에, ‘항꾸내 가고 가면 항꾸내 개미진다’는 이치를 옹골지게 풀어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광양이라는 이정표를 과냥이라고 읽는다,
광양 진상 청암, 그렇게 휘휘 가다보면 소슬한 이정표가 보인다. <농부네텃밭> 이정표가 가리키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차분한 바탕에 책이 자라로, 놀이가 자라고, 푸짐한 ‘과냥’의 맛이 펼쳐져 있다. 그 농부네텃밭 주인장 서재환 시인의 새 시집이다. 그가 30년 준비해온 과냥말, 글밭도서관 문 여는 때에 맞춰 내어놓은 과냥 사람들의 말글 생각 몸짓을 담은 책이다.
지역의 말말말 들이 서울말로 수렴되는 동안 무수한 곳곳의 생각들도 쓰러져왔다. 그 꼬락서니가 안타까워 지역신문 <바리구봉>에 담고 담았던 말들을 풀어 내놓는다. 그 35년 굽이로 자꾸자꾸 굽어진 이야기가 가을볕에 포근하다.
과냥을 둘러싸고 ‘반가운 님’들의 이야기, 세시 철 따라 피어나는 일들의 ‘새 아침’이며, 늘늘 수없는 고단을 무릅쓰고 봄을 여는 뭇 사람들 마음을 담는 ‘봄을 잘 달개야 가실이 푸진’ 그 마음이며, 들일의 순간순간을 무한 긍정으로 풀어내며 툭, ‘장마도 있어야 산당깨’라든가, 가을날 풍경을 자아내는 ‘가실 나들이’에, ‘항꾸내 가고 가면 항꾸내 개미진다’는 이치를 옹골지게 풀어내고 있다.
여름 가기 무섭게 겨울, 가을 자취 스러지기 전에 ‘항꾸내’ 그 농부네 텃밭에서 우리 저마다의 말, 저마다의 생각을 거둬 올려볼 일이다. 시인이 톡톡 툭툭 풀어낸 저마다의 ‘과냥’과 함께, 항꾸내.
과냥 사람은~
참 세월 잘 간다.
어려서 어른들이 세월 가는 것이 쏜살같다는 소리를 하면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어 간다.
1981년 제대를 하고 농촌 생활을 시작하면서 당시만 해도 농촌 계몽운동으로 독서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다른 마을에서 모두 하는 마을 도서관이 없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해서 시작했는데 거기에다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고집까지 보태지고 보다 나은 도서관을 운영해야겠다는 옹고집까지 더해져서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남다른 도서관을 만들어 보겠다고 오토바이랑 경운기 이동도서관도 만들고 지역 신문도 만들며 아이들하고 살아 온 세월이 어느덧 45년,
내 고집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마칠 때까지 신문 배달을 했던 내 아이들이나 10년이 넘도록 우유배달을 하며 내 고집의 뒷바라지를 해 준 내 아내는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고 할머니랑 어머니 아버지까지 힘들게 살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원 없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살았다.
물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버텨 온 것이었지만 고정된 도움 없이 도서관이라는 돈 먹는 하마를 평생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티어 왔으니 그나마 견딜 만한 어려움이었던 모양이다.
70대는 시속 70킬로미터로 간다던데 그것이 아쉽거나 조바심 나는 것이 아니라 30~40킬로미터로 달릴 때 만들어 놓은 글들을 여태껏 서랍 속에 담고만 있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때늦은 작업을 해 본다.
35년쯤 전에 바구리봉이라는 지역 신문을 만들면서 지역 언어를 보존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제대로 시어에 맞지도 않은 단어들을 끌어다가 억지로 시를 만들며 연재를 했었다.
참으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는 행위였는데 지역 신문이었기에 진상사람들에게만 내보이는 일이었으니 신문에는 연재를 했지만 “시는 표준말로 써야 합니다!” 하던 어느 작가의 말이 귀에 꽂혀서 평생 밖으로는 내보이지 못하고 살았었고 감히 책으로 엮을 생각을 못 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때늦게 오래된 바구리봉 신문을 챙겨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이제 체면 차리고 할 나이도 지나고 하니 낯이 두꺼워져서 까짓거 원이나 풀고 가자 하는 심정으로 글을 모아 보았다.
35년 전부터 써 온 글이니 당연히 시대 감각도 맞지 않을 것이고 나이 들어 새로 쓴 글이라 해도 또 번개처럼 바뀌어 가는 세월에 맞지 않을 터이니 그저 자기만족으로 만드는 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촌놈 나이 70이 되니 총기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니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본다.
예전에는 100년쯤 지나야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되었었지만 지금은 20~30년만 지나면 전설이 되고 마는 세상이니 이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남았을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르신 소리가 제일 듣기 싫은 노인네의 푸념으로 알고 곱게 봐주시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재환
평생을 촌놈으로 삼시롱 도서관 덕에 관장 소리를 들음서 알량헌 자존심도 지키고 살아 왔다.촌에 살다봉께 늘쌍 쓰는 촌말들이 천대받고 사그라지는 것이 아까바서 글로 써서 『오지게 사는 촌놈』(2023년)이라는 책도 맹그라 보고 했었는디, 그 전부터 써 논 시들은 미적기리다봉께 아직도 고방에 쳐백히 있는 거시 늘 께름했었는디 인자 원을 푼다.서당도 맹그라 보고 신문쪼가리도 맹그라 보고 경운기도서관도 끌고 댕김서 45년 동안 전디 온 텃밭도서관이 나헌티는 자존심이었고 평생 귀허디 귀헌 아그들 속에서 맘껏 놀고 남은 찌끄레기가 되었는디 나야 원도 한도 없제마는 늘 일구덕에서 허덕이는 건석들헌티는 많이 미안타.고희연을 대신해서 진행한 이 작업이 끝이 아니라 다시 발동이 걸리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면 노추가 될랑가 모르것는디 나 허고 자분 지서리 다 허고 사는 하리하리가 참 재미있다.돈도 베슬도 못 쌓고 살아 왔는디 재미나게나 살다 가야제~!
목차
004 ― 펴내는글
반가운 님
014 ― 과냥 사람은…
016 ― 광양사람 글방을 맹금서!
018 ― 할머니의 군담
020 ― 아흔 살 할머니의 군담
022 ― 어느 할머니의 한평생
024 ― 할무니는…
026 ― 할아버지는
028 ― 아부지의 간섭
030 ― 사랑하는 각시에게
032 ― 각시의 치부책
034 ― 정구지(精久持) 꽃을 보면서
036 ― 설거지
038 ― 반가운 님
040 ― 은행낭구와 털이범
044 ― 백학동 사람들
새 아침
046 ― 새 아침
047 ― 고향
048 ― 설맞이 허는 날
050 ― 성묘길
052 ― 정월 대보름
055 ― 나무꾼의 일기
058 ― 호박죽
061 ― 짐장배추
063 ― 뺑도리 치기
봄을 잘 달개야 가실이 푸지제
066 ― 삼동을 전디는 낭구들
069 ― 어메~! 봄땜시 사람 죽겄네~!
071 ― 봄을 잘 달개야 가실이 푸지제
073 ― 늘쌍 찾아오는 봄
075 ― 봄은 이판사판잉겨?
077 ― 호박
079 ― 칡
장마도 있어야 산당깨
084 ― 못자리 맹글기
086 ― 보리서리 해 봤소?
090 ― 모 숭구기
092 ― 땅헌티는 거름이 보약이여~!
094 ― 고향에 오는 여름
097 ― 더듬질허기
099 ― 한여름날 불청객 쏘낙비
101 ― 장마도 있어야 산당깨
103 ― 연꽃
105 ― 백중 부처리
가실 나들이
108 ― 벌초가 뭔 줄 아요?
111 ― 벌초를 험시롱~!
114 ― 올개심니 묵는 날~!
116 ― 갱조갯국
118 ― 가실 나들이
121 ― 노랑 조구 한 마리
123 ― 전어 한 마리
125 ― 달님
항꾸내 가면 될 것을
128 ― 귀빠진 날
130 ― 동태 따라 도는 인생
132 ― 대낭구 짝수발 타기
134 ― 자징개
136 ― 어찌 사는 것이…
139 ― 이렇게 사는 것도…
142 ― 사투리
143 ― 살다 보면
146 ― 또 하나의 나
148 ― 나이 마흔이면 불혹(不惑)이라는디…
150 ― 하눌님! 참말로 몬 참것네요!
154 ― 사는 것이 좋아서 산다네!
157 ― 짜지 말고 사소
160 ― 맨날맨날 행복허고 자부먼
162 ― 백수가 된 내 머리
164 ― 개미있게 살자
165 ― 세상살이가 참 재밌다
166 ― 텃밭도서관
168 ― 담쟁이 넝크렝이
169 ― 초가 한 채 맹글고 봉깨
170 ― 달!
172 ― 항꾸내 가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