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중국 송나라 황견이 엮은 『고문진보』를 시인 조재도가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쉽게 읽는 고문진보―시』와 『쉽게 읽는 고문진보―산문』이 동시 출간되었다. 전국 시대부터 당송 시대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진귀한 시와 문장을 모은 이 고전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이자 시문 학습의 교과서였다. 이번 책은 원전의 형식미를 살리면서도 한문투의 장벽을 걷어내, 누구나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인이자 국어교사 출신인 조재도는 한문을 벗겨낸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옛글의 감성을 되살렸고, 한문학자 송병렬 교수의 감수를 통해 학문적 완성도를 더했다. 고전의 숨결과 현대의 언어가 만나는 이 책은, 한문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고문 입문서로서, 수천 년을 넘어 전해진 인간과 세상의 이치를 오늘의 감성으로 되새기게 한다.
출판사 리뷰
고문古文을 에세이처럼
“한문투성이 고시를 누구든 쉽게
요즘 에세이 읽듯이 즐겁게”
중국 전국 시대에서 당송 시대까지
최고의 시와 문장을 모아 엮은 시문詩文 학습의 교과서
그 진귀하고 보배로운 『고문진보』를 읽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중국 송나라 학자 황견이 엮고 조재도가 풀어 쓴 『쉽게 읽는 고문진보―시』와 『쉽게 읽는 고문진보―산문』을 동시 출간했다. 고전의 숨결을 오늘의 문장으로 다시 되살린 이 책은 옛글 가운데 가장 진귀하고 보배로운 시 242편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 전집에서 40편을 선별하고, 산문 127편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 후집에서 30편을 선별해 옮기고 풀어 썼다.
『고문진보古文眞寶』는 제목이 뜻하는바 “옛글 가운데서 참된 보배”만을 모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중국 전국 시대부터 당송 시대에 이르는 대가들의 명문을 한자리에 모아 엮은 시문詩文집이다. 시문의 교과서로 불리며 중국에서는 원·명 시대에 가장 성행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에 문장 작법의 교재로 쓰이며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에게는 과시科詩와 과문科文을 공부하는 학습서이기도 했다. 수천 년에 걸쳐 전해 내려온 진귀하고 보배로운 명문들답게 각각의 작품에는 인간의 도리, 자연의 미학, 민중과 사회를 바라보는 성현들의 값진 사유를 비롯해 우주 삼라만상의 비밀스러운 미적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지만, 고전의 딱딱한 형식에 매여 있거나 직역에 그쳐 글의 맛과 정취가 덜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 『쉽게 읽는 고문진보』(시·산문)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문투성이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운 고문을 요즘 에세이 읽듯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문을 벗겨내고 풀어”내 독자와 고전 사이의 거리를 좁히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조재도는 작품의 제목 외에 원문의 번역과 해설에서 한문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며, 시인이라는 풀어쓴이의 장점을 살려 현대적 감각에 맞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썼다. 교과서 수록작을 비롯해 가장 널리 회자되는 작품, 인생의 비의를 깨달을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별하되, 필요한 경우 ‘더 읽기’를 두어 작품 전체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작품에서 널리 인용되는 글귀나 살아가는 데 기억해두면 좋을 문장 ‘한 구절’을 뽑아 원문과 함께 소개했다.
“한문을 벗어버린 『고문진보』,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는 『고문진보』.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기억해두면 좋을 핵심 문장 ‘한 구절.’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머리말」에서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온 고전의 숨결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다
풀어쓴이 조재도는 시인이자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로 오랫동안 국어교사로 활동하며 글쓰기를 교육해왔다. 퇴직 후 『고문진보』를 읽으며 필사를 거듭하던 와중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글을 모아놓았다는, 그리하여 진귀하고 보배로운 이 책을 누구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옮기고 쓰게 되었다.
이 책 『쉽게 읽는 고문진보』(시·산문)는 시인이자 작가, 교육자로서 풀어쓴이 조재도가 갖는 장점에 그치지 않고, 한문학 전공자인 영남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송병렬의 감수를 받고 「발문」을 넣어 책에 전문성을 한층 더했다. 감수자 송병렬은 「발문」에서 우리말을 잘 다듬어 감성을 표현할 줄 아는 시인답게 “조재도 시인의 번역으로 술술 읽혀 감동을 주는 우리 시가 되었다. 한시가 우리 시고 우리 시가 한시인 듯한 느낌이다”라고 그 감상을 밝혔다. 예를 들어 한시의 기본 형식을 깨뜨려 6구의 작품을 세 개의 연聯으로 바꾼 부분(맹교, 「유자음遊子吟」)의 경우, “한문의 형식을 알고 의식하는 전공자로서는 생각하지 못한 전개 방식이다. 전에는 원전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았고 번역은 답답하고 지루했다. 그런데 세 개의 연으로 바꾼 것을 보니 마치 시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찬사를 보낸다. 이 외에도 ‘-로다’ ‘-리라’ ‘-어니’ ‘-리니’ 등 예스럽고 뻔한 종결어미 대신 우리 시에서 사용하는 어투를 썼다는 점, 우리말을 사용하고도 한시의 압운을 탁월하게 살려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한시와 조재도의 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무너”졌다고도 이야기한다.
『고문진보』는 여전히 한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 학습서지만, 오늘날에는 조선 시대 선비들처럼 과거를 위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수천 년에 걸쳐 전해 내려온 진귀하고 보배로운 글들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를 고전古典으로 박제해 우러러보는 대신, 오늘날 글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한문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고, 청소년을 비롯해 글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쉽게 읽는 고문진보』(시·산문)는 옛글 특유의 정취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적 언어로 옮기고 풀어내 수천 년에 걸쳐 전해 내려온 인간의 삶과 세상의 이치를 되새겨보는 자리로서의 역할도 기대해봄 직하다.
어머니 손에 들린 실로
길 떠나는 아들 옷을 짓는다.
떠날 때 되어 더욱 촘촘히 꿰맴은
돌아옴이 늦을까 걱정하시기 때문.
짧은 풀 같은 자식의 마음으로
석 달 봄 같은 어머니 사랑에 보답하기 어렵다.
<해설과 감상>
자애로운 어머니가 길 떠나는 아들을 위해 실로 옷을 짓는다. 옷을 더욱 촘촘히 꿰매는 것은 아들이 늦게 돌아올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은 봄철 내내 비추는 햇볕 같은데, 자신은 이제 막 돋아난 짧은 풀과 같다. 한 치 풀 같은 아들의 마음으로 어떻게 석 달 봄 같은 어머니의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맹교, 「길 떠나는 아들의 노래(유자음遊子吟)」)
기쁜 일 있으면 마땅히 즐기고
말술이 생기면 이웃을 불러 모음다.
인생에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기 어렵다.
제때에 마땅히 힘써 노력하기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해설과 감상>
인생에 젊은 시절은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에도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세월은 덧없이 흐를 뿐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좋은 때를 만나면 헛되이 보내지 말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도연명, 「잡시雜詩―첫번째 시」)
〔……〕
세상살이 어렵구나, 진짜 어렵구나.
사람으로 태어나려거든 절대
여자로는 태어나지 마라.
백 년 고락이 남의 손에 달렸으니.
살기가 어렵구나. 산보다 어렵고 물보다 험하구나.
인간 세상 부부만 그런 게 아니라
임금과 신하 또한 그렇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왼쪽의 납언과 오른쪽의 납사 같은 신하가
아침에 은총을 받다 저녁에 죽는 것을.
세상살이 어려움은
산 때문도 물 때문도 아니고
오직 사람의 변덕스러움 때문이다.
<해설과 감상>
이 시의 화자는 중년 여성이다. 백낙천은 중년 여성의 입을 빌려 여성으로서 겪는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의미일 뿐, 진짜 속뜻은 세상의 군주 된 자를 반성시키려는 데 있다. 〔……〕 임금의 왼쪽에서 그 말을 기록하던 납언이라는 벼슬, 오른쪽에서 정치적인 일을 기록하던 납사라는 벼슬을 하며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사람도 저녁에 죽임을 당하는 것은 실로 반복무상한 인정에 있다. 그러니 세상 살기의 어려움은 산 때문도 물 때문도 아니고, 사람의 변덕스러운 감정 때문인 것이다.
(백낙천, 「태항산 오르는 길(태항로太行路)」)
목차
머리말_ 고문을 에세이처럼 읽게
권학문勸學文 | 주희
서늘한 밤에(청야음淸夜吟) | 소옹
사계절(사시四時) | 도연명
강에 눈 내리고(강설江雪) | 유종원
도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방도자불우訪道者不遇) | 가도
누에 치는 아낙(잠부蠶婦) | 작자 미상
농부를 불쌍히 여기다(민농憫農) | 이신
왕소군王昭君 | 이백
일곱 걸음의 시(칠보시七步詩) | 조식
길 떠나는 아들의 노래(유자음遊子吟) | 맹교
자야오가子夜吳歌―추가秋歌 | 이백
벗과 함께 묵다(우인회숙友人會宿) | 이백
전원에 돌아와 살다(귀전원거歸田園居―세번째 시)|도연명
왕우군王右軍 | 이백
술 마시며 하지장을 그리워하다(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 이백
음주飮酒―다섯번째 시 | 도연명
고시古詩 | 작자 미상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월하독작月下獨酌) | 이백
잡시雜詩―첫번째 시 | 도연명
자식을 꾸짖다(책자責子) | 도연명
고시古詩 | 작자 미상
꿈에 이백을 보다(몽이백이수夢李白二首) | 두보
석호촌 관리(석호리石壕吏) | 두보
산속에서 속인에게 답하다(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 | 이백
산에서 대작하다(산중대작山中對酌) | 이백
금릉의 봉황대에 올라(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 이백
술잔을 들고 달에게 묻다(파주문월把酒問月) | 이백
소년행少年行 | 왕유
강가에서 슬퍼하다(애강두哀江頭) | 두보
우미인초虞美人草 | 증공
봄에 생각하다(유소사有所思) | 송지문
봄날 계수나무의 문답(춘계문답春桂問答) | 왕유
술을 권하다(장진주將進酒) | 이백
술을 권하다(장진주將進酒) | 이하
태항산 오르는 길(태항로太行路) | 백낙천
대풍가大風歌 | 유방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 두보
장한가長恨歌 | 백낙천
가난한 사귐(빈교행貧交行) | 두보
비파의 노래(비파행琵琶行) | 백낙천
발문_ 조재도의 『쉽게 읽는 고문진보』를 읽고 | 송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