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카르스트 고원과 잦은 운무, 석회암 토양이 어우러진 중국 귀주 땅. 낮과 밤의 온도 차, 공기 중의 습도, 토양의 미네랄이 한 잔 안에서 향·맛·후운으로 연결되는 과정 그 길을 몸으로 확인하는 차 여행기. 나사각(螺丝壳)의 바람을 맞으며 고원의 이야기를 배우고, 도균(두윈, 都匀) 평양촌의 차밭에서 채엽의 손끝을 익히며, 살청과 유념의 불 앞에서 “좋은 차는 불을 이기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유유히 석판가(石板街) 돌판 길을 걸어 묘족의 사람 사는 모습을 한 잔의 차로 스며드는 순간을 기록하였다.
출판사 리뷰
차의 마음을 담은 소수민족의 땅, 중국 귀주성 차 기행기귀주성은 카르스트 고원과 잦은 운무, 석회암 토양이 어우러진 소수민족의 땅이다. 해는 짧게 머물고 밤공기가 차갑다. 차나무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에서 잎은 향을 촘촘히 만들어 올린다. 귀주(州, 구이저우)성은 전체의 면적 중 92%가 산지다. 사람이 발 디디고 사는 땅이 극히 좁은 성의 사람들 산과 산속에 얽힌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그 지형과 기후가 잎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걷고 만지고 우려 보고 싶어서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낮과 밤의 온도 차, 공기 중의 습도, 토양의 미네랄이 한 잔 안에서 향·맛·후운으로 연결되는 과정 그 길을 몸으로 확인하는 여행이다.
나사각(螺)의 바람을 맞으며 고원의 이야기를 배우고, 도균(두윈, 都) 평양촌의 차밭에서 채엽의 손끝을 익히며, 살청과 유념의 불 앞에서 “좋은 차는 불을 이기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 유유히 석판가(石板街) 돌판 길을 걸어 묘족의 사람 사는 모습을 한 잔의 차로 스며드는 순간을 기록하였다.
이 책은 그래서 여행기이자 공부 노트, 현장기록이자 사색 에세이다. 저자 연우 이은주 작가는 차 제다법과 활용법을 가르치고 차 문화를 넓히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한국약선차꽃차연합회를 설립한 뒤 10년째 차 교육을 이어오고 있으며, 경주 외곽의 작은 찻집 다다티하우스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차밭과 제다 현장을 직접 걸으며 배운 경험을 수업과 글 속에 담아 차 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2023년에는 〈자랑스러운차문화대상〉과 〈혁신리더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에는 저서 《녹색 황금을 찾아 떠나는 대만차 기행》을 펴냈다. 이번 책 역시 차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펴냈다.
이번 책에서는 본 것들은 뚜렷이, 풍경은 사실과 같게, 정보는 명확하게, 향은 기억보다 오래 남도록. 알려주어야 할 장 끝에는 ‘Tea Note’를 두어 산지와 채엽기, 제다 핵심, 권장 우림을 간명하게 정리했고, 본문에서는 사람과 장소가 말해 준 문장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겼다. 때로는 묘족(苗族) 자수의 바늘땀처럼 미세한 삶의 모습을, 때로는 천낙수(天落水) 폭포의 낙차처럼 단번에 떨어지는 감정을, 감정과 문장 사이에 평평하게 펼쳐 보였다.
작가가 귀주성에서 마주한 대표 차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도균모첨(都毛尖) 백모가 고르게 선 여린 봄, 첫 우림의 금빛 수색의 청초함, 혀 옆선에 도는 미세한 감칠맛이 시작이라면, 쭌이훙(준의홍, 遵)은 붉은빛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긴 후운의 여운이 있다. 두 차 사이에서 저자는 산의 모습과 도시의 박동, 사람의 온도를 함께 기록하였다.
여정의 설계는 단순했다. 잎에서 잔까지.

열세 번째 중국 차 기행.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상하이에 닿았고, 귀주행 국내선으로 갈아타기 전, 나는 또다시 출입국 심사대에서 불려 나왔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중국에 들어 올 때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젠 익숙하다. “무슨 일인가요?”라고 물으면, 담당자는 늘 “별일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매번 공항 구석의 어느 장소에서 2차 심사를 받으며 이마를 들어 보이고, 귀를 열어 보이며 신원 확인을 거치는 시간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여행의 문턱을 넘는 일은 때때로 이렇게 작지만 긴장된 절차를 포함한다.
녹색의 땅은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해 두었다. 층층이 해발의 선명함, 석회암의 미네랄, 안개의 머무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교감. 밤낮 온도 차이 모두 차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내가 할 일은 그 여정을 귀 기울여 듣고, 손끝으로 더듬고, 잔 속에 번역하는 일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차산으로, 차산에서 다시 사람으로. 여정의 흐름은 계속 바뀌지만, 차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차 한 잎. 그래서 첫 장은 공항에서 시작한다. 롱동바오의 유리 벽에 비친 내 모습과 활주로를 스치는 낮은 바람, 낯선 사람이 모여서 일행이 된 우리, 그 사이에 서서 다짐한다. 산이 허락한 만큼, 잎이 가르쳐 준 순서대로. 또렷이 보고 잘 기록하리라. 다음 페이지에서는 도균(두윈)의 차밭으로 향한다. 6만5천 싹이 모여 한 근이 된 모첨의 하얀 털을 손끝으로 확인하고, 따가운 봄 햇살의 온도를 기억하며, 불의 가르침을 배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은주
차 제다법과 활용법을 가르치고 차 문화를 넓히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한국약선차꽃차연합회를 설립한 뒤 10년째 차 교육을 이어오고 있으며, 경주 외곽의 작은 찻집 다다티하우스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차밭과 제다 현장을 직접 걸으며 배운 경험을 수업과 글 속에 담아 차 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2023년에는 〈자랑스러운차문화대상〉과 〈혁신리더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에는 저서 《녹색 황금을 찾아 떠나는 대만차 기행》을 펴냈다. 이번 책은 차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길 위에서 만난 차의 땅
환영과 환난 사이에서
녹색의 땅 귀주
제2부 도균, 모첨의 푸른 찻잎
세상의 모든 바람을 맞는 곳
나사각 바람에게 배우다
하얀 털, 꾸불꾸불 - 도균모첨 차밭에서 보낸 하루
수태와 대나무 밭
제3부 봉강, 선인령의 바람
신인령의 차 공장 견학기
다원에서 찍은 체험 삶의 현장
제4부 귀양의 기억, 도균의 불빛
갑수루와 백자교
귀주성에서 만난 천복명차
석판가 - 걸으며 듣는 묘족의 시간
제5부 칭탕촌 고차수 - 능선 위의 차향
칭탕마을 사람들
칭탕마을 뚜윈홍
제6부 미담, 다예사의 흑차
미담 - 다예사 향옥 선생님의 마당에서
향옥 선생의 다예, 몸이 기억하는 다법
유차탕 - 차가 국이 되는 아침
제7부 끝없는 차의 바다
만무차해의 찻잎, 어디로 가는가?
귀주성 차공업박물관 - 공장의 시간, 국가의 기억
제8부 배움과 회고
귀주성 농학과학원 - 차 연구의 산실
화시구 주안 현대 고효율 차 시범단지 - 고차수다원
귀양 삼림공원, 희원서원에서 마신 오후
제9부 귀주에서 배운 삶의 지혜
같은 산 다른 차
차는 산을 닮고, 사람을 닮는다
부록 메이탄에서 본 ‘전통에서 산업으로’ - 차, 한 문명의 걸음을 따라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