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회야천을 따라 걸으며 배운 삶의 문장. 하천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그 곁에서 십 년을 넘기며 배운 것은, 삶도 물처럼 “머무르되 고이지 않는 법”이었다. 기쁨과 슬픔, 무료와 분주가 교차하는 동안 강둑을 걸었고, 걸음은 곧 문장이 되었다. 이 책은 회야천이 들려준 낮은 목소리 - 사계의 빛과 그림자, 이웃의 안부, 사물의 미세한 표정을 모아 놓은 기록이다. 거창한 진리보다 손 안의 온기를 믿고, 설명보다 체온을 남기고자 했다.
출판사 리뷰
회야천을 따라 걸으며 배운 삶의 문장
하천은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그 곁에서 십 년을 넘기며 배운 것은, 삶도 물처럼 “머무르되 고이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기쁨과 슬픔, 무료와 분주가 교차하는 동안 나는 강둑을 걸었고, 걸음은 곧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회야천이 들려준 낮은 목소리—사계의 빛과 그림자, 이웃의 안부, 사물의 미세한 표정을 모아 놓은 기록입니다. 거창한 진리보다 손 안의 온기를 믿고, 설명보다 체온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하루에도 작은 물결 하나가 번져, 생각이 한 번 더 깊어지고 마음이 한 번 더 부드러워지기를 바랍니다.
물은 흐름(流)으로 가르치고, 길은 반복(反復)으로 위로합니다. 회야천 기슭에서의 십여 년은 삶을 성찰(省察)하고 감사(感謝)를 배우는 시간의 강의(講義)였습니다. 이 책은 그 강의록의 발췌—사계(四季)의 빛과 그림자, 사소(些少)한 기쁨과 상실(喪失), 이웃의 안부와 사물의 표정—을 담았습니다. 해답보다 방향, 정의(定義)보다 체온을 택했습니다. 부디 이 문장들이 독자님의 하루에 가벼운 빛 한 줄기가 되어, 마음의 수면(水面)에 조용한 파문을 남기기를 바랍니다.
정말 하천이 강이 되고 바다에 이를 수 있을까. 이 여정은 왜 이리 길까. 강이라는 그리움은 너무나 멀고, 바다라는 충만은 신기루 같기만 하다. 내 옆을 스치며 걷는 산책객들은 저마다 행복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날씨가 좋은 날에만 나를 지나치기 때문이다. 오늘은 바람이 선선하고 햇살도 적당하다. 며칠 몸살을 앓으며 탁류를 흘려보내고 나니 나도 맑아졌다. 그래, 이럴 때도 있어야지 싶다.
한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를 안고 와 물이 얕은 곳에 내려놓는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아이가 한쪽 발로 물장구를 친다. 내 속이 간지러워진다. 징검다리에서 바라보던 아이의 할머니가 하천으로 들어선다. 하천에 대해 글을 쓴다는 여자다. 여자가 활짝 웃는다.
여자는 알려나 모르겠다. 하천이 되어 흐른다는 것은 견디는 거라는 걸. 얕은 숨으로 강에 이를 때까지 인내하는 거라는 걸. 여자가 아이를 향해 흔드는 손그림자가 내 안으로 여울진다. 나는 작은 물결로 화답하고 또다시 흘러간다.
- <하천이 되어 흐른다는 것은> 중에서
하긴 바람이 인생이고, 인생이 바람이 아닐지요. 특별히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유독 마음이 무거운 날 하천 변을 걸었지요. 그때마다 무심히 흐르는 회야천은 그저 제 발소리를 묵묵히 들어주었습니다. 간혹 바람을 불러 뒤를 밀어주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바람 같은 시간이, 세월이 갔습니다. 60
이제 인어공주도 알았겠지요. 살다 보면 뭍에도 바닷속 조류처럼 바람이 있다는 걸요. 마냥 바다만 바라보지 말고 다시 일어서 걸으면 그 바람이 등을 밀어준다는 걸요.
회야천을 따라 바람이 부드럽게 휘어져 불어옵니다. 오늘은 마치 인어공주가 제 곁에서 함께 걷는 듯합니다. 우리에게 바람이 조용히 속삭여 줍니다.
“이제 너의 다리로, 너만의 길을 가렴.”
-<바람이 등을 떠밀 때> 중에서
인간이라는 섬과 섬 사이에는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그 사이로 이런저런 감정이 흐른다. 맑은 날 우리는 징검다리를 지나 서로에게 건너간다. 시간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눈다. 그런데 태풍이 몰아쳐 흙탕물에 덮이면 우리는 징검다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 자체를 잊기도 한다. 기다리지 못하고 등을 돌리면 다시는 그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다. 그저 하나의 섬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너와 나 사이에>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응숙
2015년 《에세이문학》 등단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2024년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2024년 현대수필문학상 수상2025년 양산시 올해의 책 선정에세이부산, 수필미학작가회 회원, 중앙도서관 수필공방 강사수필집 《달의 귀환》, 《몸짓》, 《회야천 연가》
목차
작가의 말
1부 회야천을 걸으며
이사오던 날
그녀 돌아오다
흐르는 묵지
그대 인생에 ‘치얼스’
이곳에 네가 있다
효도 라디오
하천이 되어 흐른다는 것은
때죽나무를 긁으며
하천계
안개가 스미는 시간
물새 우는 언덕
바람이 등을 떠밀 때
푸른 입술
바닥을 긁다
저 물결 아래
수달 가족
백로
ㅤㅂㅓㅌ나무
너와 나 사이에
어느 무인 카페
2부 비망록에 붙이는 글
평범을 품다
가을
시험 친 지
허리 디스크
아빠 사랑해
곧 개강
예전에 비해
그대는
예쁜 순이
한미 외교
오가는 인연
김밥 3줄
오늘 하루
까맣게 잊어버렸다
오랜만에 와보니
끝내는 것보다는
외상
날씨가 꿀
게으름에 빠져서
날씨가 춥네요
우연
내 삶의 인연
자전거 한 대
다이어트 중
잘 먹고 갑니다
당신의 소식
커피 한 잔의 철학
무작정 걸어보네
평범한 사람
분위기 좋은데
한 살 된 애기
비가 오는
혼자라서
사장님
회야강
살다가 힘들면
3월 꽃샘 추위
더위가 절정
5.18
▲▲ ♡ ■■ 22일
오늘도 비가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