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 독일 철학을 대표하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을 집약한 네 편의 글을 모았다. 「동일성과 차이」, 「철학 - 그것은 무엇인가」,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초연한 내맡김」이 수록되어 데리다를 비롯한 현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특히 「동일성과 차이」는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를 새롭게 문제 삼으며 포스트모더니즘 태동에 기여한 저작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판은 2022년 독일 클레르코타 판을 저본으로 삼아 하이데거 자필 소장본 기반의 주석과 해설을 충실히 반영했다. 헤르만 교수의 지도 아래 하이데거 철학을 연구한 역자가 다년간 다듬은 번역에, 란트비어 교수와 임보라의 감수가 더해져 HGA 전집의 원전 비평 성과를 반영한다. 현대 사상 연구자와 독일 철학 독자에게 정본으로 활용될 만한 구성이다.
「초연한 내맡김」의 ‘들길 대화’, 기술문명에 대한 태도를 사유하는 내맡김 논의, 「철학 - 그것은 무엇인가」의 ‘철학함’에 대한 응답, 시적 사유를 담은 「사유의 경험으로부터」까지, 후기 사상의 원숙함을 다양하게 조망하도록 엮어 하이데거 철학의 입체적 독해를 가능하게 한다.
출판사 리뷰
후기 하이데거 사상의 대표작
『동일성과 차이』 개정판 출간
20세기 독일의 가장 뛰어난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후기 대표작을 모았다. 「동일성과 차이(Identitat und Differenz), 「철학 ― 그것은 무엇인가(Was ist das ― die Philosophie?」, 「사유의 경험으로부터(Aus der Erfahrung des Denkens)」, 「초연한 내맡김(Gelassenheit)」 등 하이데거 후기 사상의 원숙함을 엿볼 수 있는 글 네 편이 실려 있다. 특히 「동일성과 차이」는 차연(differance)의 논리를 주장한 데리다 등 현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저서로, 이러한 하이데거의 사상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잉태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이데거 저작은 철학계에서도 그 언어 구사의 독특함과 난해함으로 번역이 미뤄졌다. 『동일성과 차이』는 하이데거의 수제자인 F. W. 폰 헤르만 교수 밑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신상희가 다년간 심혈을 기울여 엄밀하게 번역한 것이다. 『동일성과 차이』는 하이데거와 독일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현대 사상의 흐름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저서라 할 만하다.
2025년 출간되는 이 개정판은 독일에서 2022년 출간된 클레르코타 판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클레트코타 판은 귄터 네스케 출판사에서 나온 초판에 하이데거의 자필 소장본을 바탕으로 한 상세한 주석과 해설이 추가된 판본으로, 개정판은 힐게 란트비어 교수와 하이데거를 연구한 임보라가 감수를 맡았다. 100여 권이 출간되기에 이른 하이데거 전집(HGA) 판의 원전 비평 성과를 반영한 이번 개정판은 엄밀한 연구에 뒷받침이 될 것이다.
「동일성과 차이」는 하이데거 철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함께 현대 철학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진작에 우리말로 옮겨졌어야 했지만, 하이데거가 구사하는 언어의 난해함으로 그간 번역이 미루어져 왔던 저서다. 1957년 초판이 간행된 이 저서는 전통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하이데거는 이 책에서 전통 형이상학이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에서 배회하며 사색하였을 뿐, 존재자와 존재를 서로 구분하는 차이 그 자체는 사유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차이’에 대한 하이데거의 이러한 지적이 바로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적 사상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하겠다.
1959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하이데거의 사유 작품 「초연한 내맡김」에는, 탐구자와 학자 그리고 스승 이 세 사람이 들길을 거닐면서 사유의 본질에 관해서 사색하였던 주옥같이 맑은 대화록이 담겨 있다. 흔히 ‘들길 대화(Feldweggesprache)’라고도 말해지는 이 대화록은 단행본으로 출간되기 훨씬 이전에(1944~1945년) 그 초안이 마련되었던 것으로서, 이 대화록에 대한 참다운 이해는 1936년에서 1938년 사이에 형성된 생기-사유 (Ereignis-denken)의 본질구조 위에서 비로소 올바로 체득될 수 있다. 「초연한 내맡김」에서 펼쳐지는 그의 담론은 동양의 무위자연 사상과 교감할 수 있는, 열린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하이데거는 기술문명의 현란한 늪에 빠져 이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자연 친화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단순한 문명 비판론자가 아니며 문명 거부론자는 더욱 아니다. 그에게 문제는 과학기술이 판을 치고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관통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과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이다. 하이데거가 여기서 제안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과학기술을 긍정하는 동시에 그것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하이데거는 내맡김(Gelassenheit)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존재와의 근원적 관계맺음 속에서 성스러움의 영역을 확보하고 보존할 때,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미신’에서 벗어나, 그것으로부터 ‘초연할’ 때, 즉 존재에 자기를 ‘내맡길’ 때 비로소 우리는 과학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 그것은 무엇인가」는 철학의 고유한 본질을 경험하고 사색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저작으로, 하이데거는 여기서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철학함’이라고 답한다. ‘산다는 것이 곧 철학하는 것이요 철학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라는 것이 칠십을 바라보는 노(老)철학자의 담담한,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대답이다. 「사유의 경험으로부터」는 사유함과 시 지음의 친밀한 관계를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담백하게 그려 낸 하이데거의 시집으로, 딱딱하고 차갑게만 느껴지는 하이데거의 사상의 이면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르틴 하이데거
철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1889년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작은 마을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에드문트 후설에게 현상학을 배웠다. 1923년부터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1928년부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1933-1934년에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의 총장을 지냈다. 대표작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현존재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접근했고, 이 책으로 독일 철학의 최전선에 섰다. 현상학, 실존주의, 해석학, 구조주의, 포스트 모더니즘 등 현대의 철학과 문학, 예술, 언어 등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76년에 영면했다. 주요 저서로는 『존재와 시간』 외에도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Die Grundbegriffe der Metaphysik)』, 『현상학의 근본문제들(Die Grundprobleme der Phanomenologie)』, 『철학에의 기여(Beitrage zur Philosophie)』, 『숲길(Holzwege)』, 『강연과 논문(Vortrage und Aufsatze)』, 『이정표(Wegmarken)』 등이 있으며, 1975년부터 전집 간행이 시작되어 100여 권이 출간되었다.
목차
동일성과 차이 (1957년 초판의 확장판)
철학—그것은 무엇인가?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초연한 내맡김
편집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