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무리 먹고 읽어도 날마다 허기가 지는 《뉴욕타임스》 서평가 드와이트 가너의 에세이. 먹기와 읽기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존재를 졸여내 담은 듯한 이 책은 문학책만큼이나 요리책을, 작가들만큼이나 셰프들을 인용한다. 드와이트 가너는 자신의 책을 “복합적 과식의 산물”이라 말한다.
(1) 읽는 동시에 먹고 있기를 바라고 (2) 음식에 주목”하는 그가 말하는 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저녁에 동행하다 보면 한 인간이 책과 음식을 얼마나 먹어치울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우리가 입에 집어넣는 것에 대해” 말해왔는지 새삼 놀라울 지경이다. 드와이트 가너가 비평가 시모어 크림의 표현을 빌려 먹기와 읽기로 점철된 자신의 기억을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이라 불렀듯, 이 책을 읽는 독자도 군침을 삼키며 저마다의 델리카트슨을 떠올리게 될 책이다.
출판사 리뷰
아무리 먹고 읽어도 날마다 허기가 지는
《뉴욕타임스》 서평가 드와이트 가너
그가 말하는 아침, 점심, 음주, 그리고 저녁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페이지를 핥고 싶어질 정도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뉴욕타임스》 서평가로 글을 써온 드와이트 가너의 독특한 먹기-읽기 에세이가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처음 독자들을 만난다. 서평가가 쓴 에세이라고 하면 흔히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릴 테지만, 이 책은 읽기만큼이나 ‘먹기’를 이야기하는 식탐 가득한 책이다. 탐독과 식탐은 드와이트 가너라는 한 서평가의 삶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 두 단어다.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먹기, 읽기, 먹기에 관해 읽기, 그리고 먹으면서 읽기에 대하여’ 내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한가득 풀어낸다.
중학교 시절부터 읽기와 먹기에 동시에 심취한 그는 집에 돌아오면 한 아름 읽을거리를 거실에 던져놓고 부엌에서 마요네즈 잔뜩 뿌린 샌드위치를 챙겨와서는 몇 시간씩 내내 읽는 아이였다. 눈만큼이나 입과 위장으로 읽어댄 그에게, 읽는 동안 “음식이 다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건 중요한 독서법이었다. 책이 쏟아지는 만큼 먹거리도 잔뜩인 세상이니, 탐독과 식탐에 기인한 허기는 좀처럼 채워질 줄을 몰랐다. 한바탕 먹으며 읽고 난 책장에는 기름투성이 지문들이 문신처럼 남았다.
이처럼 드와이트 가너에게 읽는 일과 먹는 일은 한 쌍으로 붙어 있는 행위다. 그가 비평가 시모어 크림의 말을 빌려 먹기와 읽기를 둘러싼 자신의 기억을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이라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델리카트슨은 통조림, 소시지, 치즈 등의 조제 식품과 함께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는 곳을 칭한다). 그에게는 입으로 먹는 일과 영혼으로 먹는 일(‘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하지 않던가)이 동떨어져 있지 않았고, 따라서 이 책도 “복합적 과식의 산물”이 되었다.
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저녁이라는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그의 이야기는 “전방위적으로 굶주린 인간” 즉, 가너 자신의 하루를 독자가 함께 통과하도록 이끈다. 그 하루엔 우리가 입에 집어넣는 것들에 대한 그의 사견(?)뿐만 아니라 헤밍웨이에서 미셸 자우너까지 무수한 작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읽고 먹기 위해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향연이다.”
드와이트 가너의 이 독특한 독서 일대기는 역사적으로 꽤나 오랫동안 경시되었던 ‘먹기’의 의미를 되살려주기도 한다. 가너가 이야기하는 음식들이란 결코 거창한 요리들이 아니다. ‘미식’에 대한 이야기로 오해할 독자들을 고려해서인지, 그는 “나도 안다”고 먼저 입을 떼며 “음식 이야기를 과하게 하면 왠지 잘난 체하는 속물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독자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러고서는 영국의 연극평론가 케네스 타이넌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모두가 훌륭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해요. 식도(食道)의 쾌락을 부정하는 사회주의는 영국 청교도 전통에 훼손된 사회주의입니다.”
모두가 먹고 마시는 데 관심을 가지진 않으며, 모든 작가가 먹고 마시는 일에 진심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조금은 덜 강건(?)한 영혼이라 비판받을지라도, 먹는 일에 열심을 쏟는 사람들을 열렬히 대변한다. 영국의 소설가 새커리의 말을 인용하며, “당신이 먹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것은 당신의 성격적 결함을 자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재치 있게 응수하면서.
아침의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차, 시리얼, 달걀, 토스트, 버터, 베이컨, 비스킷, 도넛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아침 식사를 얼마나 성대하거나 소박하게 할 것인지, 어디서 할 것인지, 얼마나 오래 할 것인지 등 먹기에 관한 그의 이야기는 쉴 틈 없이 쏟아진다. 매 장이 이런 식이다. 그 사이사이 무수한 작가들(주로 소설가와 시인들)의 말과 그들의 작품 속 인물들의 말이 우수수 쏟아진다. 정신을 차려보면 식재료 장바구니와 도서 장바구니가 동시에 가득 차고 만다.
이 책의 옮긴이이자 시인인 황유원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으로 “기억의 환기”를 꼽았다. 가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독자 자신만의 “영혼의 델리카트슨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가너는 “우리는 모두 그런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델리카트슨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렵다. “읽고 먹기 위해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향연”이라는 《뉴욕타임스》의 서평이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음식과 책,
외롭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확실한 두 가지
이 책은 결국 영혼을 달래준 음식과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음식과 책, 더 구체적으로는 음식과 문학, 외롭고 지치고 아픈 영혼을 달래주는 확실한 위안이 이 두 가지에 있다는 사실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 둘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하는 책은 보기 어려웠다. 드와이트 가너의 책이 오랜 갈증을 해소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읽으면서 먹으려는 욕망,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예의 주시하려는 욕망은 세월이 흘러도 거의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증세가 더 심해진 듯하다. 사실 나는 여전히 그때 그 뚱뚱한 아이인 것이다”라는 가너의 고백은 섭식이란 행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영혼과 위장으로 동시에 먹는 그의 이야기는 인간인 우리가 바로 그러한 행위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킨다. 그리고 불현듯 엄청난 허기를 느끼게 만든다. 책은 때로 한 사람을 살린다. 꼭 먹는 일처럼 생을 연장시킨다.
무언가 읽고 먹는 시간을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라 일컫는 드와이트 가너는 그렇게 이어진 생의 순간들로 한 권의 책을 써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저마다의 ‘영혼의 델리카트슨’을 떠올려보게 되길 소망한다. 먹기와 읽기에 열과 성을 다하는 저자의 기세를 이어받아, “복합적 과식”의 즐거움을 한껏 만끽하기를.
평범한 서평집 정도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의 부제에서 ‘먹기’가 ‘읽기’에 선행한다는 사실에 좀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이 책에서 ‘먹기’는, 한 인간의 ‘육신’이 ‘영혼’에 대해 그러하듯, ‘읽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 단순히 ‘먹기’와 ‘읽기’에 대한 책일 뿐만 아니라 ‘먹기에 관해 읽기’와 ‘먹으면서 읽기’에 대한 책이 되기도 한다. 그의 글에서 먹기와 읽기는 원재료와 소스가 뒤섞여 완성된 음식처럼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나는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고 읽을거리를 앞으로 밀어놓은 채 내 위(胃)로 읽곤 했다. 신문이나 책이 끝나버리기 전에 음식이 다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들어가며)
나는 늘 (1) 읽는 동시에 먹고 있기를 바라고 (2) 음식에 주목한다. 이 책의 다섯 장—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저녁—에서 나는 전방위적으로 굶주린 인간(즉, 나)의 하루를 통과하며 우리가 입에 집어넣는 것에 대해 작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 위대한 비평가 시모어 크림은 자신의 기억을 “그 사치스러운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이라고 부르길 좋아했다. 나는 그 표현을 늘 사랑했다.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이라니! 우리는 모두 그런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에 관한 것이다. (들어가며)
작가 소개
지은이 : 드와이트 가너
2008년부터 《뉴욕타임스》 서평가로 글을 써왔다. 이전에는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임 에디터였다. 그의 에세이와 비평은 《뉴 리퍼블릭》 《하퍼스 매거진》 《슬레이트》 등 여러 잡지에 실렸다. 지은 책으로 《가너의 인용들(Garner’s Quotations)》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1. 아침
2. 점심
3. 장보기
막간: 수영 혹은 낮잠
4. 음주
5.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