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기억하고 연대하는 일이 어떻게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과거는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처럼, 이 책은 기억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작동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탐구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5·18국제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모아, 기억과 기념이 오늘의 사회에 개입하는 방식을 짚는다.
지난 3년간 연구원은 ‘5·18 해결을 위한 5원칙’을 성찰하며 책임, 기념, 계엄과 이행기의 정의를 주제로 학술행사를 이어왔다. 발터 벤야민의 논의를 바탕으로 망각과 억압, 기억의 회귀가 지배적 담론과 권력 질서를 어떻게 흔드는지를 분석하며, 기억이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총서는 기억과 제도, 기념과 재현, 기억과 연대의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남희, 김동춘, 박경섭, 김봉국, 임경규, 손송이, 강내영, 심아정의 논문을 통해 5·18 국가폭력과 항쟁의 기억, 유·무형 기념장치의 양상과 긴장을 검토하고, 분열된 사회 속에서 광주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성찰한다.
출판사 리뷰
기억하고 연대하는 일이
어떻게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5‧18국제연구원 연구총서 1
『기억하기, 연대하기』 출간
‘과거는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 중 한 대목이다.
2026년을 앞두고 ‘5‧18국제연구원 연구총서 1’ 『기억하기, 연대하기』(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 펴냄, 심미안 刊)가 출간되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5‧18국제연구원에서 기념과 관련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모은 결과물이다.
지난 3년간 5‧18국제연구원은 ‘5‧18 해결을 위한 5원칙’을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다양한 학술행사를 진행했다. 2023년에는 ‘책임’을, 2024년에는 ‘기념’을 주제로 선정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 비상계엄선포로 인한 내란사태 속에서 시급한 정세에 개입하기 위해 2025년 주제를 ‘계엄과 이행기의 정의’로 결정했다.
잊히는 과거를 재구성하고 그것에 어떤 희망이 있었는가를 탐구한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에 의하면 “망각된 것, 억압된 것의 회귀는 기존의 지배적인 담론을 무너뜨리는 힘”을 갖는다. 그래서 역사에서 망각된 것을 되찾는 기억은 새로운 인식이라는 의미를 넘어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망각된 것은 사회적인 힘에 의해 억압된 것이고, 망각된 것에 대한 기억은 그 힘에 대한 항의가 되면서 기존의 지배 질서를 전복”시키기 때문이다.
분열된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망각되고, 은폐되고, 기록되고, 기념된다. 이러한 몸부림 속에서 사회 내 권력 관계가 만들어지고, 권력 구조에서 밀려난 이들이 연대를 이루고, 그들로 인해 사회 구조가 재편되기도 한다. 그렇게 망각되었던 기억이 기존의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서 상징되어 기념으로 구체화되면, 역설적으로 그 기념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행위를 규제하는 권력 관계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은 기억과 기념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2024년 말에 발생한 내란사태는 기억과 기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사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현재의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 연대하기』는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발간되었다.
5·18국제연구원 연구총서 1집은 ‘기억하기, 연대하기’라는 제목으로 모두 세 개의 부문, 즉 기억과 제도, 기념과 재현, 기억과 연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남희, 김동춘, 박경섭, 김봉국, 임경규, 손송이, 강내영, 심아정의 논문으로 엮었다. 5·18국가폭력 및 항쟁과 관련한 기억들이, 그리고 그와 관련된 유·무형 기념장치들이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지, 그것들은 어떠한 전쟁상태에 있는지, 그 속에서 광주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성찰해 보고자 한다.
∥저자 소개∥
이남희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현대 한국사 교수, 한국학센터 소장.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박경섭
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 연구위원,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강사.
김봉국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호남학과 부교수.
임경규
조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손송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박사과정 수료.
강내영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심아정
독립연구활동가. 트랜스보더링랩(Transbodering Lab),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 번역공동체 ‘잇다’, 국제법×위안부 세미나팀에서 활동.
목차
발간사 5·18국제연구원 총서를 발간하며 04
1부 기억과 제도
시간의 정치와 해방으로서 추념_이남희 13
추념의 시학 20
해방으로의 추념 23
과거사 기억, 기념의 굴절과 의미화_김동춘
기억, 기념의 정치성 28
1987년 민주화 이후의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 기념 활동 31
국가의 부인, 공식 기억 부재와 피해자의 인정투쟁 36
민주화 공로자의 인정과 기억의 문제 41
기억의 사유화와 공적 기억의 굴절 47
맺음말 : 기억의 공공성과 사회적 정의 54
5·18민주화운동의 보훈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_박경섭
들어가며 59
5·18민주화운동과 보훈화의 핵심 기제로서 희생의 평가 61
희생에 대한 보상의 효과와 화해 담론 71
보훈체제의 일부로서 5·18과 당사자주의 80
나오며: 호국과 민주 사이에서 87
5·18기념행사의 커먼즈화와 공공성 성찰_김봉국
들어가는 말 94
5·18기념행사의 커먼즈화와 그 역설 101
5·18기념행사의 지형 변화와 공공성 논쟁 110
대안적 공공권의 출현과 공공성의 다층성 118
나오는 말 126
2부 기억과 재현
향수영화와 5·18의 기억_임경규
사진과 포스트메모리 135
사진과 ‘김군’의 매혹 139
포스트메모리의 지시대상체 찾기: 영화 <김군> 143
포스트메모리와 향수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 148
‘광주 비디오’와 역사의 도박 151
포스트메모리에서 프리메모리로 154
리얼리즘적 재현을 중심으로 한 5·18자유공원 전시 방법의 비판적 재검토_손송이
서론 158
5·18자유공원의 전시 구성과 연계 프로그램 분석 167
5·18자유공원 전시의 리얼리즘적 재현 방식의 특성과 한계 177
결론 206
3부 기억과 연대
5·18의 기억, 애도의 연대_강내영
5·18의 기억과 4·16의 연대 217
애도 공동체의 형성 224
진실 규명과 재현 231
광장에서 일상으로 237
민간인 학살 수행 병사들의 PTSD와 가해자들의 ‘말하기’_심아정
들어가며 246
전쟁신경증, ‘남성들의 히스테리’ 250
민간인 학살과 전쟁신경증 발병의 연관성 255
정식 작전명으로 실행된 민간인 학살 265
균열과 혼종의 주체, 상이군인의 전후 272
가해의 자리에 놓인 자들의 말하기 280
결론을 대신하여 - 병사들의 PTSD와 사회적 치유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