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랫동안 교계와 평신도는 이분법적인 대립의 항으로 생각되었다. 평신도는 교계가 이끄는 대로 이끌리는 이로 이해되었고 교회에서 소외된 채 부차적인 그리스도인으로 여겨졌다. 이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의 품위를 강조하며 평신도 신학을 정의했다. 그러나 공의회로부터 육십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아직도 평신도 신학은 오해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 책은 평신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술하며 ‘종말’의 관점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설명한다. 풍부한 사료를 제시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평신도 신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평신도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가?
『교회 법전』은 평신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하느님의 제정으로 그리스도교 신자 중에는 교회 안의 거룩한 교역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법에서 성직자들이라고 부르고 그 외의 신자들은 평신도들이라고 부른다”(제207조). 평신도를 그리스도교 백성으로 명시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육십 년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평신도는 여전히 ‘그 외의 신자들’, 성직자가 아닌 이들, 교계에 속하지 못한 이들로 분류되고 있다. 평신도 신학은 비판과 수용을 거치며 발전해 왔지만, 미완 상태에 멈춰 있는 것 같다. 평신도에 관한 논의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의 실천 사이에는 괴리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이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교회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며 평신도의 부르심을 숙고하고 성찰해야 한다.
교부 시기와 중세 시기를 거치며 교계는 그리스도교 신자들 사이에서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신분의 분할이 사회를 지배하던 중세에 평신도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왕과 귀족으로 대표되는 권력자 평신도는 교계를 수호하거나 때로는 위협하며 사회를 이끌었다. 반면, 그 외의 신자들은 권력자 밑의 백성, 교계 밑의 평신도로서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중세가 저물고 종교개혁이 일어나며 전환이 일어난다. 시민사회는 빠르게 성장해 교회에서 멀어져 갔다. 평신도는 교회의 교황 중심주의에 반발했다. 종교개혁을 통해 평신도와 직무에 관한 성찰들이 출현했고, 믿는 이들의 공통된 품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근대에 평신도는 시민사회와 교회에 동시에 속하면서,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자신들의 직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교계는 평신도에게 사도직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면서, 평신도의 사명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평신도의 정체성과 자율성에 관한 논의는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전의 성찰들을 종합해 평신도 신학을 정리했다. 공의회는 성직자와 평신도로 분할된 신분 대신 ‘하느님 백성’이라는 공통된 정의를 강조했다. ‘하느님 백성’으로 하나 된 교회는 하나의 사명을 가진다. 따라서 평신도의 세속적 성격이 인정되었고, 그리스도의 사명에 교회와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평신도의 의무로 떠올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향은 새 『교회 법전』과 1987년 시노드,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 이어졌다.
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평신도를 이해하는 일은 곧 교회를 이해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자코모 카노비오는 교회의 미래를 위해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는 교회사를 관통해 이어졌던 교회 내의 신분들에 관한 이야기와는 다르다. 성직자와 평신도, 평신도의 현세성, 교계의 구조를 둘러싼 논의들은 시대의 요구에 기인한 문제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교계가 우연히 정립한 신분들이 아니라 공통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이고, 교계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의 완성에 기여한다. 따라서 교계에 협력하고 참여하는 것이 평신도의 정체성을 구성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서 평신도에 대한 성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과 저자의 시각이 평신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자료이자 영감을 주는 연구서로서 읽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신약성경의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의 과정을 훑어보게 될 것이다. 이 시간을 관통하면, 평신도를 성찰하는 역사는 교회론의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평신도라는 주제는 교회론 총론, 교회와 사회의 관계, 사제 직무의 개념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
평신도는 사제 직무자(혹은 수도자)에 비해 세속적 성격으로 규정된 것을 넘어서, 성품성사를 받지 않았을지라도 일상생활의 조건에서 교회의 사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 교회의 사명은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그러하듯이, 평신도에게도 타고난 것으로 부여된다.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는 바탕은 그리스도교의 입문성사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을 실행하는 방법은 구체적인 가능성과 받은 은사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을 위해 조직적 구조에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지 않다. 조직적 구조는 복음을 따라 살아갈 수 있고 또 살아야만 하는 공동생활을 위한 역할만 할 뿐이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라는 믿는 이들의 조건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함’을 말한다. 이 조건은 교회의 신분과 역할에만 종속되지 않는다. 믿는 이들의 조건은 그들이 수행하는 임무가 아닌 타고난 조건을 강조하고, 이 조건에서 받은 은사나 직무의 수여를 통해 특화된 그리스도인의 임무는 교회 밖으로 드러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자코모 카노비오
1945년 이탈리아 코스타 볼피노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중북부 신학대학교의 교의신학 교수이며 브레시아 교구의 가톨릭 아카데미 과학대 학장이자 문화 사목 주교 대리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신학자인 그는 영혼과 구원의 개념을 역사적 관점으로 심화했고, 공의회의 신학과 공의회 이후 신학을 성찰했다. 더 나아가 가톨릭교회와 다른 교파의 관계, 현대 세계에서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관해서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희망과 현실 사이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2013), 『목적지는 행복. 종말론』(2012), 『하느님, 영혼, 죽음』(2012),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 신학적 원리에 반대되는 역사와 의미』(2012), 『영혼의 목적지. 신학을 위한 자료들』(2009), 『교회, 종교들, 구원.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수용』(2007), 『하느님은 고통받을 수 있는가?』(2006) 등이 있다.
목차
해제
서론
제1장 어원으로 충분할까? ‘평신도’라는 용어의 다양한 의미
제2장 왜 신약성경은 평신도에 관해 말하지 않는가?
제3장 사제적 백성에서 사제들로
제4장 두 신분의 그리스도인 중세의 평신도
제5장 모두가 사제? 종교개혁 시기의 평신도
제6장 참된 사제직과 비유적 사제직 종교개혁에 대한 가톨릭의 반동
제7장 평신도의 가치를 향해 제1차 바티칸공의회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까지 평신도에 관한 변화
제8장 동등한 품위와 하나의 사명에 참여 평신도 그리스도인에 대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제9장 평신도에서 그리스도인으로 공의회에 대한 비판적 수용
제10장 교회 안에 평신도가 존재하는가?
제11장 평신도의 생활 신분?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