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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론(畵論)의 회화미학개념 계보 연구
역락 | 부모님 |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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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예술의 표현 양상이 정신사유에서 비롯된다는 전제 아래, 전근대 동아시아 회화가 이데올로기와 어떻게 결합해 왔는지를 미학개념을 통해 해명한다. 유불도를 정신적 양식으로 삼은 한자문화권에서 회화는 형상보다 정신을 중시하며, 사회의 도덕과 질서를 구현하는 핵심 예술로 기능해 왔다. 이 책은 예술 속 패턴과 원리, 그리고 그 정합으로서의 개념이 회화와 문화의 본질을 읽는 핵심 열쇠임을 밝힌다.

조선시대 화론에 내재된 미학개념을 분석해 문인 계층의 미의식과 예술정신을 규명하고, 회화를 인격 수양과 정신적 고양의 행위로 이해한 조선 회화미학의 구조를 제시한다. 유가미학을 중심으로 도가와 선종 미학이 융합된 조선 문인의 사유는 화론을 통해 순환되며 회화의 창작과 비평을 이끌었다. 작품 분석을 넘어 개념의 역사로 조선 회화예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출판사 리뷰

예술의 표현 양상이 근본적으로 정신사유에서 비롯된다고 한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예술은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와 직간접적인 관련을 지닌다. 전근대 동아시아의 예술은 특히 그러한 성격이 뚜렷하다. 유불도(儒佛道)를 정신적 양식으로 삼아온 동아시아, 즉 한자문화권에서는 인생과 역사를 위한 예술이 주류를 이루었고,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은 무가치하거나 비주류로 여겨졌다.
이데올로기는 도덕과 정의의 기준이자 정신적 관성과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적 기제로 기능한다. 예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구축과 구현을 위한 가장 유효한 체계이자 매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예술 속에서 그 옳음과 기제를 올바르게 구분하고 추구하기 위해, 인간은 역사적으로 효율적인 장치를 마련해왔다. 그것이 바로 예술에서의 ‘패턴과 원리’이다. 이데올로기와 예술이 밀접히 연쇄된 사회에서는 예술의 기능과 역할이 곧 사회의 도덕적 방향과 직결되므로, 패턴과 원리의 중요성 또한 매우 크다. 그것들은 선악(善惡)의 구분을 가능하게 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를 명확히 하며, 미추(美醜)의 판단 기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회화는 이데올로기라는 원리를 패턴이라는 형식적 장치를 통해 구현한 대표적 조형예술이었다. 회화는 시대와 지역의 문화적 성격을 읽어내는 데 가장 적합한 장르이며, 동시에 회화 속 패턴과 원리를 해명하는 일은 예술과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이러한 패턴과 원리의 관계가 체계적으로 정합된 산물이 곧 ‘개념’이다. 회화예술은 시각적 형식이자 거대한 추상이며 관념이고, 패턴과 원리는 그 구조를 이루는 인과와 상관의 지도를 제공한다. 따라서 개념은 패턴과 원리의 세포이자 예술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전근대 동아시아의 주류 예술, 즉 문인(文人)예술의 영역에서 화가는 자신의 사유와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철학자는 그 특성과 역사를 미학원리로 정의하였다. 이 미학원리는 화론(畵論)의 형식으로 나타나며, 화가와 감상자는 이를 창작과 감상의 지침으로 삼았다. 이 순환의 구조 안에서 개념은 복잡한 미의식을 단순명료하게 지시하는 상징기호로 작동하였다. 따라서 개념의 체계를 파악하지 못하면 회화의 전반적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전근대 동아시아의 예술은 철학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었으며, 발생과 변화, 재귀의 연결고리는 모두 미학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미학개념은 구체적인 작품 속에 내재하며, 작가의 정신, 작품의 형식, 감상자의 심미 판단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전 과정에 작용하였다. 예술의 철학성과
사회성을 논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 기제가 바로 미학개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사의 서술은 시대별 구분에 그치지 않고, 개념의 역사 또한 함께 고찰해야 한다.
화론은 이러한 미학개념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적 자료이다. 작법, 풍격, 품격, 예술정신, 지향, 평가 등을 포괄하는 화론은 회화의 내용미와 형식미를 해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서, 품평론(品評論), 화법(畵法), 제발(題跋), 저록(著錄), 화가전(畵家傳) 등을 포함한다.
회화양식, 작가의 개성, 시대적 화풍을 이해하는 일은 문화예술사에서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단순한 작품 분석을 넘어, 특정 시대의 미의식이 어떤 성격과 스펙트럼을 지녔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하려면 회화미학사상의 탐구가 불가피하다. 사상은 본질적으로 텍스트를 통해 드러나며, 회화미학사상 역시 화론 속 미학개념을 토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회화와 관련된 미학개념이 예술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화가·감상자·평론가의 의식세계가 어떠한 상호작용을 이루었는지를 파악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실증적인 단서임은 분명하다.
본서는 조선시대 화론에 내재된 미학개념을 분석하여, 당대 미의식의 정체를 밝히고 회화작품 분석 외의 또 하나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조선시대 회화예술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조선시대의 회화는 제작 주체가 문인화가와 화원화가로 구분되었지만, 화론을 집필하고 비평한 주체는 문인 계층이었다. 따라서 화론은 문인의 인식체계를 반영하며, 문인 간 교류 속에서 예술정신의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인 내부의 동일한 미학사유가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화론 속 미학개념 덕분이었다.
조선 문인의 미학사상은 중국 문인의 미학과 병행적이면서도 공명적인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그 본질은 유가미학을 중심으로 도가와 선종의 미학이 융합된 구조였다. 조선시대 회화가 형상보다 정신을 중시하게 된 것도, 회화를 창작하고 평가한 주체가 문인계층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회화미학은 예술을 단순한 외형의 재현으로 보지 않고, 예술가의 인격 수양과 정신적 고양이 결합된 고결한 행위로 이해하였다. 회화의 본질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의 기(氣)와 정신의 작용에 있으며, 예술가는 무심(無心)과 초탈의 경지에서 진정한 창작과 감상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태도는 유불도 사유가 조화된 조선시대 예술정신의 핵심을 이룬다.
문인화가들은 회화를 직업적 기술이 아닌, 문인의 수양과 세계관이 반영된 고상한 예술로 간주하였으며, 자유롭고 초탈한 태도를 이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외적 화려함보다 담백한 표현 속의 깊은 정취와 여운을 중시하였고, 감정의 표현은 은유적이고 관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기법과 형식의 정교함 역시 중요시되었으나, 회화는 내면의 의미와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구조여야 했다.
요컨대, 조선시대 회화미학은 예술가의 인격과 정신, 자연과의 합일, 무심의 경지, 그리고 정교한 기법이 결합된 총체적 미학으로서, 예술을 인간 수양과 정신적 이상을 실현하는 장으로 승화시킨 예술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조선 회화의 정신적 구조를 미학개념의 언어로 해명함으로써, 예술과 사유가 하나였던 시대의 미적 질서를 다시금 성찰하고자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임태승
성균관대학교 유학과 학·석사중국 베이징(北京)대학 철학과 철학박사(동양미학 전공)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포닥(前) 중국 상해 화동(華東)사범대학 철학과 교수(前) 중국 산동(山東)대학 유학고등연구원 교수[현재]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학과 교수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주요 저서]『소나무와 나비: 동아시아미학의 두 흐름』, 『유가사유의 기원』, 『아이콘과 코드: 그림으로 읽는 동아시아미학범주』, 『상징과 인상: 동아시아미학으로 그림읽기』, 『중국철학의 흐름』, 『중국서예의 역사』, 『손과정 서보 역해』, 『미학과 창의경영』, 『논어의 형식미학』,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추함』, 『동양미학개념사전』, 『중국미학 원전자료 역주』(전5권), 『두 갈래의 길, 19세기 한국과 일본 회화의 예술사회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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