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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공간들
돌봄을 둘러싼 사회적 감각과 열 개의 공간 읽기
모시는사람들 | 부모님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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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돌봄을 가정·병원·복지 제도의 보조적 기능으로 다루지 않고, 사회를 구성하고 관계를 다시 짓는 근본 원리로 사유하면서, 관계·정동·공간 속에서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는 실천적 힘으로 재정의한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돌봄이 삶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돌봄은 희생·헌신·부담의 언어로 환원되기 쉽다. 『돌봄의 공간들』은 이러한 관성을 넘어서, 돌봄이 어디에서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그리고 돌봄을 통해 어떤 사회가 열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돌봄의 작동 조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정동노동과 커먼즈, 가족을 넘어선 생활 공동체, 돌봄 기반의 도시계획, 제도화된 돌봄의 균열, 먹거리와 문화,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공간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한다. 각 장은 돌봄을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실천이자 공통의 힘으로 재정의한다. 특히 이 책은 제도 소개나 비판에 머물지 않고,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돌봄의 가능성을 포착한다.

여기서 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존중이며, 관리가 아니라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다. 이론과 현장을 균형 있게 엮은 집단 저작 『돌봄의 공간들』은 돌봄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하기보다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돌봄을 시작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돌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으로 사회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돌봄의 목소리 높아지는 곳에, 위태롭게 걸쳐진 돌봄 현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단지 개인적·가족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로 드러나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돌봄의 수요는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사회적 인식·경제적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과 노인 돌봄 인력의 부족은 향후 몇 년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2042년까지 약 155만 명의 돌봄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보고서는 가구 소득에서 돌봄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족 구성원이 돌봄을 떠맡는 현실은 여성의 경력 단절과 경제적 부담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또 서울시가 시범 추진했던 외국인 가사·돌봄 노동자 프로그램은 도입 초기의 기대와 달리 비용 문제, 법적·관리 구조의 한계로 제도화가 불투명해지는 등 돌봄 정책이 현실의 복잡한 조건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드러냈다. 이러한 사례들은 돌봄이 단순한 가족 책임을 넘어 경제·노동·인권의 교차점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의 공간들』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돌봄을 단지 누가 할 것인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정책적·가족적 질문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구성 원리로 문제화한다. 이 책의 근본적 관점은 돌봄이 복지나 제도의 부속물이 아니라, 노동·가족·도시·문화·정치 전반을 재구성하는 축이라는 데 있다. 돌봄은 그래서 사회적 재생산의 중심에 위치해야 하며,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의 장으로 자리한다.

『돌봄의 공간들』이 도달한 ‘질문들’의 출발점
이 책의 첫 번째 강점은 돌봄을 ‘주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의 근본 원리로 사유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논의는 돌봄 노동을 분담 문제로 환원하거나, 정책 급여의 확대 정도로만 문제 삼았다. 그러나 『돌봄의 공간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돌봄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세운다. 돌봄은 더 이상 배려의 영역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관계망을 조직하는 사유의 축으로 기능해야 함을 강조한다.

두 번째로, 돌봄 논의의 축을 ‘시간’에서 ‘공간’으로 확장했다. 전작 『돌봄의 시간들』이 돌봄의 과정과 경험, 기억의 서사를 중심으로 삼았다면, 이번 책은 돌봄이 어디에서, 어떤 조건에서 가능해지는지를 질문한다. 돌봄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공간적 배치·관계망·제도적 틈새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실천이라는 관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공간 중심의 접근은 돌봄을 사회적 조건과 연결시키는 데 있어서 기존 학술서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분석 지형을 제공한다.

세 번째로, 매우 이질적인 사례들을 단순 병렬이 아니라 ‘공명’의 방식으로 엮은 구성력을 보여준다. 생협, 특수학교, 선수행센터, 힙합씬, 아동양육시설, 도시계획, 미투 운동 등 다양한 현장이 등장하지만, 각 장은 돌봄의 작동 조건—정동, 관계, 권리, 존중, 자유—이라는 공통 질문을 공유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례들이 내적 논리로 연결되면서, 독자는 각 장을 개별적으로 읽으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유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이 구성 전략은 단지 여러 현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조건을 해석적 지형도로 펼쳐 보이는 힘으로 작동한다.

네 번째로, 제도 비판에 머물지 않고 ‘제도 이후’를 상상한다. 초등돌봄교실의 시간제 노동 구조, 가족 중심의 돌봄 부담, 시장화된 돌봄 서비스의 위계와 분절 같은 제도적 한계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동시에, 그러한 균열 속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대안적 돌봄 실천을 포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상적 제도 설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실천이 어떤 조건에서 지속 가능한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점은 이 책이 단순 정책 제안서가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적 성찰의 길을 제시한 저작으로 자리매김하는 이유다.

다섯 번째로, 돌봄을 보호의 도덕이나 시혜의 언어에서 해방시킨다. 힙합씬의 ‘리스펙트’, 공동육아 커먼즈에서의 자유로운 실천, 미투 운동의 상호 연대는 돌봄이 표현과 갈등, 위험을 포함한 적극적 관계 기술임을 드러낸다. 돌봄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세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다. 이러한 재정의는 돌봄을 시혜나 희생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려는 오래된 프레임을 극복하는 중요한 전환이다.

여섯 번째로, 이 책은 학술성과 현장성이 균형을 이루는 집단 저작이다. 각 저자는 자신이 책임진 주제와 사례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구현한다. 그럼에도 전체 기획의 문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론적 엄밀함과 생생한 사례 서술이 조화를 이룬다. 이는 돌봄을 주제로 한 많은 기존 연구서들이 갖기 어려웠던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은 독자에게 결정적 해답을 던져주는 대신 질문을 남긴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돌봄을 경험하고 있는가?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어떤 돌봄을 가능하게 하고, 어떤 돌봄을 배제하고 있는가? 돌봄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회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사회를 새로 만들고 싶은가? … 『돌봄의 공간들』은 돌봄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돌봄으로 현실을 다시 읽고, 미래를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러한 성취는 오늘의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구조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고도 확장된 통찰을 제공한다.

서로돌봄의 기관들, 공간들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경험이 자기 변화의 토대가 되는 것은 이러한 돌봄이 곧 함께 사유하고 행동하는 ‘우리’ 신체 활력의 공통적 증가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은 소유 개인주의에 입각하여 ‘내’ 신체 활력의 증가만을 위해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하는 것과는 다르다. 돌봄에 대한 이러한 경험, 즉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구체적 현실에서의 경험이 오늘날 우리 정동노동자의 자기돌봄과 변화, 치유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집 안에서 자연화된 역할을 맡는 여성, 제도화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예술가, 일할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장애인, 저발전된 지역 주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무수한 노동자들까지 임금노동으로부터의 배제는 점점 일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이는 임금노동의 강제를 핵심적인 조직 원리로 삼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우리의 삶과 재생산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러한 변화에 수동적으로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실천으로 제시하는 답변을 우리는 ‘이미’ 배제된 이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돌봄의 경험을 가족과 집 이외의 다른 공간에 위치 지을 수 있는 사회적 상상력이 결핍된 사회’에서 아동양육시설의 구성원들은 계속 부끄러움을 느껴 왔다. 사회와 가정의 굳건한 이분법이 때로 이들이 온정과 동정을 받을 수 있게 했으나, 이제는 동정이 아닌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중략) 돌봄은 대상자에게 수용될 때 돌봄으로서 완성되며, 돌봄 관계로서 성립된다. 시설 아이들이 자신을 향한 염려와 돌봄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돌봄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아동양육시설과 그 생활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중요하다. 동정이 아닌, 응원을 건넬 차례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범철
공통장(커먼즈) 연구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부소장, 동아대 융합지식과사회연구소 연구원,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통장, 돌봄, 생태, 예술을 엮어서 사고하며 활동하는 데 관심이 있다. 《예술과 공통장》(2024), 《돌봄의 시간들》(2023)(공저), 《지식을 공유하라》(2022)(공저), 《서울의 공간경제학》(2018)(공저) 등을 썼고, 《역사의 시작》(2019), 《로지스틱스》(2017), 《빚의 마법》(2015), 《텔레코뮤니스트 선언》(2014)을 옮겼다.

지은이 : 박서현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현대유럽철학과 커먼즈다. 『네그리 사상의 진화』, 『다중과 제국』을 공역했고 『공동자원의 영역들』, Commons Perspectives in South Korea: Context, Fields and Alternatives를 공편했다. 논문으로 「역사유물론과 역사성의 문제: 하이데거에 대한 마르쿠제의 비판적 해석과 공통주의를 통한 그 갱신의 모색」, 「커먼즈의 철학으로서의 공통주의: 자기 변화의 윤리를 중심으로」, 「공동자원의 공동관리에 입각한 주민자치 사례 분석 연구: 제주의 농촌 마을 사례를 중심으로」(공저) 등이 있다.

지은이 : 이준용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 수료

지은이 :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큐슈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류 경제학 중심의 농업경제학을 공부했었다. 주중에는 연구센터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달빛숲감귤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협동조합을 여러 개 말아먹고 현재는 생협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의 주제어는 로컬푸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커먼즈, 마을, 그리고 먹거리 돌봄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연구한 논문은 주로 책으로 묶여 나왔다. 『로컬푸드, 제주를 상상하다』, 『제주사회의 변동과 공동자원』, Commons Perspectives in South Korea: Context, Fields and Alternatives 등이 있다.

지은이 : 김성훈
홍익대학교 과학기술연구소

지은이 : 김현미
광주효동초 돌봄교사/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지은이 : 손수경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지은이 : 송재홍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지은이 : 조아현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지은이 : 한경애
사이타마 대학교

  목차

서문: 관계망 속에서 재구성되는 돌봄의 공간 _이준용

제1부 정동의 노동, 돌봄을 시작하다― 감정, 관계, 공간 속에서 태어나는 커먼즈

제1장 정동노동, 커먼즈, 돌봄 _박서현
1. 정동노동과 커먼즈
2. 주체성의 생산
3. 자기 변화와 돌봄
4. 돌봄 경험의 필요

제2장 예술커먼즈의 돌봄 _권범철
1. 공통장으로서의 근족
2. 예술가 근족의 함의
3. ‘이미’ 배제된 이들이 보여주는 가능성

제3장 도시 공간과 돌봄 _김성훈
1. 돌봄의 공간, 도시
2. 도시 공간의 사각
3. 도시 공간과 아이들―제주북초등학교
4. 도시가 모두의 돌보미가 되기 위해서는

제4장 떠나지만 돌아올 수 있는 집 _조아현
1. 아동양육시설은 어떻게 부끄러운 장소가 되었나?
2. 2020년대 아동양육시설에서의 돌봄 수행
3. 다양한 돌봄의 장소에 대한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제2부 제도의 틈에서, 돌봄의 권리를 묻다― 돌봄노동자와 돌봄제도의 경계에서

제5장 초등돌봄교실의 이중 구조와 시간제 돌봄노동자의 소외 _김현미
1.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서든 소외되는 노동
2. 돌봄노동의 사회화
3. 초등돌봄교실의 도입과 이중 구조 운영
4. 첫 번째 차별과 배제─학교비정규직 노동
5. 두 번째 차별과 배제─시간제 노동
6. 돌봄노동 과정에서 소외된 돌봄노동자
7. 돌봄노동에 대한 존중과 권리 보장
8. 지금 돌봄노동 존중사회로 한걸음

제6장 돌봄의 공간들을 재조립하기 _이준용
1. 생존을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는 공간─Z생협 제주의 사례
2. 장애를 넘어 자기돌봄으로 나아가는 공간─특수학교의 사례
3. 출가수행자의 자기돌봄 공간─A 선원의 사례
4. 자기돌봄의 원을 다시 그리며

제7장 먹거리 돌봄 _김자경·박서현
1. 세계 식량 체계와 먹거리 위기
2. 대안 먹거리 운동의 진화와 한계
3. 먹거리 지원 정책의 한계
4. 먹거리를 커먼즈로 바라보기
5. 청년 식당―청소년자립학교
6. 나눔 냉장고―한살림제주
7. 먹거리 돌봄의 함의
8. 먹거리를 커먼즈로 만드는 돌봄

제3부 돌봄을 확장하다, 미래를 상상하다― 존중, 연대, 자유를 위한 감각

제8장 존중(respect)이라는 돌봄 _송재홍
1. 존중으로 돌봄을 다시 보기
2. 한국 힙합에서 나타나는 존중의 이중성
3. 힙합장과 힙합씬
4. 힙합씬에서 서로를 다시 보는 공간들의 그물망
5. 존중 표현의 위험과 (불)가능성―자기 존중과 상호 존중
6. 시민적 소통의 실험장으로서 존중의 공간들

제9장 자유를 위한 돌봄의 인프라를 상상하기 _한경애
1. 무엇을 돌볼 것인가?
2. 노동과 돌봄, 커먼즈
3. 샐러리맨과 프로 주부의 사회에서 생존-이상을 욕망하기
4. 타자와 함께 세계를 짓는 비생산적 노동
5. 서로의 자유를 돌보는 돌봄
6. 자유를 위한 돌봄의 인프라로서의 커먼즈 짓기

제10장 미투 운동에서 중국 청년 여성들의 돌봄을 발견하다 _손수경
1. 돌봄을 새롭게 사유하다
2. 의존을 배우다
3. 미투 운동에서 중국 청년 여성들의 돌봄을 발견하다
4. 돌봄을 확장하다

후기 _권범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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