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류의 열기가 허문 백색의 성벽 너머, 지구가 흘린 ‘얼음의 눈물’이 인류에게 ‘황금의 항로’라는 역설적인 기회를 열어주었다. 신간 『얼음의 눈물, 황금의 항로』는 대륙의 비단길과 대양의 항로를 지나온 인류의 장대한 ‘길 개척사’를 북극이라는 마지막 심연으로 확장하며, 문명의 대동맥이 이동하는 과정을 담담히 추적한다.
이 책은 북극항로를 새로운 부와 물류 혁명의 기회로 보는 ‘개발론’의 뜨거운 열망과, 이를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비명으로 읽는 ‘환경론’의 차가운 경고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쇄빙선의 굉음과 인공지능의 계산이 교차하는 이 길 위에서, 저자는 자원 패권을 향한 인간의 오랜 욕망과 생태적 파국에 대한 실존적 공포를 인문학적 성찰로 녹여내며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상생의 문법’을 모색한다. 지구 끝에서 길어 올린 이 깊은 사유는, 길을 잃은 인류세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와 상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새로운 정신적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제1부. 대지와 바다를 넘나든 길의 문명사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길을 따라 굽이쳐 흘러왔습니다. 사냥꾼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남긴 오솔길에서 시작하여, 대상들의 땀방울이 스민 비단길과 차마고도(,茶馬古道), 대제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견고한 로마 가도, 그리고 거친 대양을 가로지른 범선의 항로까지, 길은 언제나 문명을 소통하게 하는 동맥이자 변화를 이끄는 결정적인 촉매였습니다.우리는 길 위에서 문명을 번성 시켰고, 서로 다른 문화는 충돌하고 융합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인류는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의 지평을 확장해 왔습니다. 1부에서는 인류가 어떻게 길을 통해 세상을 연결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왔는지, 그 장엄한 서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특히, 동양 문명의 불꽃이 길을 타고 어떻게 서쪽으로 옮겨갔는지, 그리고 그 길이 인류에게 선사한 집단 지성의 힘이 어떻게 오늘날의 세계를 빚어냈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고찰을 담았습니다.(중략) 인류 역사상 가장 장엄하고도 낭만적인 길을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비단길(Silk Road)을 선택할 것입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약 1,7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라시아 대륙의 동과 서를 잇던 이 거대한 혈관은 단순히 물자가 오가는 상업로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문명과 문명이 처음으로 서로의 존재를 깊이 있게 응시하고, 그 다름을 융합하여 인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거대한 지적 용광로였습니다.
제2장. 바다의 확장과 시공간의 재편(전략)인류가 대지 위에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집단 지성의 씨앗을 퍼뜨리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인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거대한 장막으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일렁이며 육지의 끝을 집어삼키는 푸른 심연, 바로 ‘바다’였습니다. 제1장에서 우리가 목격한 문명의 서진(西進)이 대륙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느릿한 박동이었다면, 이제 우리가 마주할 제2장의 서사는 바다라는 광활한 무대를 선점한 서구가 동양의 헤게모니를 뒤바꾸어 놓는 급격한 문명사적 전환에 관한 기록입니다(중략)길의 문명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아편 무역은 길의 성격이 상생과 교류에서 약탈과 폭력으로 완벽하게 변질되었음을 상징합니다. 길은 더 이상 지혜를 나누는 통로가 아니라, 한 문명의 정신과 육체를 황폐화시켜 자본의 이익을 취하는 거대한 흡혈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아편이 흐르던 그 바닷길은 중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갉아먹는 침식의 경로였으며, 이는 바다를 선점한 서구가 도덕적 가치보다 자본의 효율성을 우선시했을 때 어떤 인류사적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제3장. 만년빙의 장벽을 뚫어낸 불멸의 항해자들(전략)북극 탐험은 인간의 도구적 이성이 자연이 쌓아 올린 가장 완고한 빙벽과 벌인 거대한 투쟁이었습니다. 탐험가들은 나침반과 육분의, 그리고 나무로 만든 연약한 배 한 척에 의지해 살을 에는듯 차가운 만년빙의 요새 속으로 스스로를 던졌습니다. 그들에게 북극은 정복해야 할 영토이기 이전에, 인간 정신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시험하는 거대한 철학적 광장이었습니다.(중략)아문센의 항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가 가졌던 겸허한 적응의 미학을 기억하고 있는가? 아니면 지구가 고통받아 열어준 이 길을 다시금 탐욕과 지배의 무대로 전락시킬 것인가? 아문센이 북서항로를 개척하며 보여준 인문학적 성찰은, 인류세라는 위기의 항로를 지나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나침반이 됩니다. 길은 열렸으나, 그 길을 걸을 자격은 오직 자연을 존중하고 타자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진호
35년간 해운·항만물류라는 외길을 걸어온 정통 해운인이자 전문경영인이다. 1991년 범양상선(현 팬오션)에서 해운 물류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팬오션의 영업본부장, 해인상선과 대한상선의 사장에 이르기까지 해운 산업의 거친 파고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호주, 싱가포르, 영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에 주재하며 여권에 새긴 520여 개의 출입국 도장은 그가 평생을 바쳐 일구어온 글로벌 감각과 열정의 훈장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그의 경영철학은 현장의 생생한 언어를 넘어 문명사적 성찰로 이어졌다. 저자에게 북극항로는 단순한 경제적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마주한 마지막 성찰의 여정이다. 중앙대학교에서 후학들에게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여수광양항만공사의 항만위원과 한국해법학회 부회장으로 삶의 2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얼음 녹은 바다와 새로운 길의 속삭임
제1부. 대지와 바다를 넘나든 길의 문명사
제1장. 대지 위의 첫 발자국과 문명의 서진(西進)
제2장. 바다의 확장과 시공간의 재편
제3장. 만년빙의 장벽을 뚫어낸 불멸의 항해자들
제2부. 열병 앓는 행성의 얼음 눈물
제4장. 기후 위기를 투영하는 북극의 거울
제5장. 얼어붙은 바다 위의 신(新) 그레이트 게임
제3부. 욕망과 기술의 연금술
제6장. 동토 아래 잠든 보물
제7장. 호모 파베르의 정수, 얼음 성벽을 넘는 테크네
제8장. 북극항로가 바꿀 세계 경제의 맥박
제4부. 공존의 문법
제9장. 침묵하는 생명 앞에서 묻는 문명의 자격
제10장. 내일의 지도와 상생의 인문학
에필로그: 우리가 개척해야 할 성찰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