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인지적 충격을 주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를 유지하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았다.” _ 강지희(문학평론가)
태어날 때부터 본능 속에 스민 ‘의존’이라는 감각
스스로조차 책임지기 싫어 공존과 기생 사이를 기웃거리는
끔찍하지만 사랑스러운 욕망의 기록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 수록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이멍의 첫 소설집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가 허블에서 출간됐다. “독특한 인지적 쾌감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강지희 문학평론가) “어떤 소재를 쓰더라도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 작가의 손맛(필력)이 믿음직했다”(김성중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은 수상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을 포함해 다섯 단편이 수록돼 있다. 이멍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나를 돌보는 일’에 굶주려 있다. 본래 모든 존재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보살피며 살아가지만, 불공평한 현실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인간은 공생이라는 이유 아래 희생과 타협을 강요받는다. 이멍은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들에게 기이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바로 다른 존재에게 기생하거나, 기꺼이 기생당하는 방법이다. 건강을 대가로 인간의 존엄성을 반납하거나 천상의 맛을 위해 시신으로 음식을 만드는 등,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언뜻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멍은 이들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어째서 자신의 욕망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바뀌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와 연결해 서술하며 이 기괴한 생존 투쟁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온 것임을 해학적으로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예기치 못한 ‘인지적 충격’을 마주한다. 그 충격의 끝에서 독자는 인물들을 평가하려고 하는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결핍과 욕망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멍이 ‘인지적 충격’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자칫 비위가 상할 법한 그로테스크한 설정들을 빌려와 인물들의 지극히 소소하고 평범한 욕구와 충돌하게 한다. ‘1인분의 삶을 살고 싶은’ ‘건강해져서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인생을 바친 대상을 통해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싶은’ ‘그리운 엄마의 과거를 알고 싶은’ 인물들의 보편적인 감정은 ‘바지 사장만 되어주면 자신이 모든 일을 해주겠다는 워커홀릭 귀신’ ‘건강한 인공 혈관을 줄 테니 기름진 몸속 혈관을 식재료로 쓰게 해달라는 외계인’ ‘천상의 맛을 위해 자신의 몸으로 술을 빚어달라는 스승의 부탁’ 같은 비현실적 설정과 만나며 더는 보편적이지 않은 감정이 된다. 이멍의 비현실적인 세계는 인물들에게 ‘상호 합의’만 된다면 손쉽게 욕구가 충족될 수 있다고 부채질한다. 그렇게 인물들의 소박한 바람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된다.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사이의 구도가 뒤집힌다. 인간이 착취당하고 이용당하지만, 그 안에서 안식과 행복을 찾는다. 과감한 인지적 뒤틀기의 충격을 받아 ‘정말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겠어?’라고 멈칫거리는 독자를 두고 이멍은 ‘무엇이 문제입니까?’라고 묻는 듯 태연히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치 특별한 일을 겪은 한 인간 삶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펼쳐지는 작품 속 다섯 이야기를 통해 이멍은 인간의 욕망 중 온전히 무해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조예은은 “작년과 올해에 읽은 이야기들 중 제일 재밌었다”라고 언급했으며, 이 소설집을 두고 “설정과 플롯,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이 최상의 비율로 어우러진 진미”라고 추천사에 썼다.
“당신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60평」?「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
「60평」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20대 청년의 위태로운 심리를 다룬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가업인 온라인 쇼핑몰에 매여 기계적으로 노동력을 부모에게 착취당해 왔다.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지만, 기술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청년이 생존을 위해 당도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 창고였다. 과중한 업무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과 함께 주인공은 부모가 운영하던 쇼핑몰과 60평 창고를 책임지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채 부모의 뒤처리를 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창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쇼핑몰만 유지해 주면 자신이 다른 모든 일을 하겠다는 기이한 제안을 받는다. “더 일하고 싶어. 그러니 폐업하지 마. 내가 더 잘할게.”
「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은 삶을 충실히 살아냈기에 갈망하는 노년의 ‘완벽한 마지막’에 대한 보상 심리를 다룬다. ‘남생’이라는 가상의 지방을 배경으로, 대대로 명인을 배출한 ‘남생 우리술 체험관’의 시신을 재료로 술을 빚는 특이한 장례 풍습이 묘사된다. 남생의 우리술 명인은 자신의 몸으로 빚을 생애 마지막 술, ‘송별주’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쳐 자신의 몸으로 술을 빚어줄 제자를 물색한다. “술이 너무 맛있어서 술독에 들어가서 죽어버리고 싶은” 갈망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찾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포함한 모든 것을 술에 쏟아붓는 명인의 집착은 단순한 욕망을 넘어 하나의 숭고한 예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상호 합의된 식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의지의 무게를 과연 타인이 어디까지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들도 무언가를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자신들도 감정을 느낄 줄 알았노라고.”「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보석의 마음」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는 기생충을 소재로 ‘혐오’에 대한 기존의 감각을 뒤집어버린다.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닮은 기생충을 이용해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남편의 연구를 묵묵히 응원하며, 그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적 인정을 향한 남편의 집착은 주인공의 희생에 기생하며 점점 커지고, 사회 속에 공고한 벌레에 대한 혐오를 자신의 상품이 이겨낼 수 있다고 과언하기까지 한다. 결국 남편은 실패하고, 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벌레로 만든 발모제’를 유품처럼 남기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남편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동시에 그를 그리워한다.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그가 사랑했던 벌레까지 사랑스럽게 느끼게 된 주인공은 남편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 기생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혐오스럽지 않은 착한 벌레들 사이에서 남편의 사랑을 느끼기 위해.
「보석의 마음」은 멸망한 행성을 떠나 지구로 이주한 난민 곤충 외계인 자매와 그들에게 입양된 인간 딸 ‘선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정을 느낄 때마다 몸이 굳는 병을 앓는 외계인들은 생존을 위해 감정을 거세하는 약을 먹어야 했다. 언니 외계인은 선아에게 ‘웃어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약을 포기하고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만, 남겨진 이모 외계인은 선아를 끝까지 보살피기 위해 감정을 지우는 약을 계속 먹으며 무감 무정한 보호자가 되기를 택한다. 어린 시절 이모의 무심함에 상처받으며 자란 선아는 성인이 되어서야 그 ‘무감 무정’한 모습이야말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치열한 사랑의 모습이었음을 깨닫는다. 종이 다르기에 감각되지 않았던 거대한 희생을 소재로 작가는 ‘공존’을 위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의 무게를 담담히 전한다.
“설정과 플롯, 독특한 스타일이 최상의 비율로 어우러진 진미.” _ 조예은(소설가)
모순된 현실 위로 피어난 SF적 상상력,
이멍이 그리는 지금의 한국이멍의 소설은 전형적인 SF 문법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아주 익숙한 향수와 감각들이 느껴진다. 도시 외곽 창고 촌에서 흐르는 바람 속 알싸한 철 냄새, 전통 한옥에서 마시는 막걸리 누룩 냄새, 횟집의 물비린내, 아무도 없는 영화관의 갇힌 공기 속 객석의 가죽 냄새… 이멍은 이 감각들을 생생하게 끌어올리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씁쓸함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씁쓸함은 한국의 노동문제, 돌봄 문제, 공장식 축산, 혐오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멍은 ‘의도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으나, 그의 글에는 그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기이한 현실감을 지닌다. 물류 창고에서 일하다 위에서 떨어진 안정기에 맞아 어깨를 다친 경험,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탈모에 대한 고민, 공장형 축산으로 고통받는 돼지의 눈빛을 알고 있으면서도 먹고 싶을 때마다 피순대를 사 먹게 되는 행위. 작가는 평범하게 영위하고 있는 일상 속에 숨은 의미들을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멍은 작가의 말에서 생각을 뒤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독자를 설득하는 시도가 재미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귀신과 곤충, 외계인 등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인간들은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과 작가의 탁월한 필력을 통해 생동감을 얻는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역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역지사지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장르적 재미로 뛰어난 흡입력을 지님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기억하며 내재화할지 묻는 독특한 깊이를 지닌 소설집이다.

당신의 엄마는 이곳이 우리 세 식구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60평」당신이 부모님의 3죽음을 실감하게 된 건 바로 지금부터다. 창고가 너무 어수선하다. 당신의 엄마라면 이런 지저분한 꼴을 절대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아빠는 엄마가 짜증을 내기 전에 알아서 착착 정리했을 것이다. (…) 울고 나니 그제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창고의 모습이라든가.
「60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