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웨인 케스텐바움(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이 솔직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굴욕’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에세이집 『굴욕』이 출간되었다. 국내 처음 번역, 소개되는 케스텐바움의 이 작품은 사소한 자전적 경험부터 고문과 살해, 역사적 비극까지 방대한 이야기와 심도 있는 문화예술비평을 한데 모아 굴욕의 연대기를 써 내려간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굴욕의 본질을 규명해보고자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굴욕은 개인적이고 신체적이며, 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것의 필수조건은 더럽힘이다. 굴욕은 언제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라는 삼각관계를 전제한다. 굴욕은 고갈되는 동시에 축적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굴욕은 더러운 안경과 같아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끼친다. 굴욕은 괴로움, 취약함, 욕구와 같은 사적 차원을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공적 차원으로 끌어냄으로써 안과 밖이 뒤집히는 과정이다. 이처럼 저자는 ‘굴욕’에 관한 밀도 높은 통찰을 제시하며 지적이고 감각적인 글쓰기를 선보인다.
출판사 리뷰
“굴욕이란 인격의 지하실인 것 같고
계단 밑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인 것 같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굴욕이란
‘자아’의 자기인식을 위한 길을 내는 선행 사건이다.”
유명인사의 스캔들에서 성욕과 배설과 혐오와 폭력의 현장까지,
부끄럽고 더럽고 괴로운 굴욕의 밑바닥을 지나 인간적 성찰에 이르는 여정시,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웨인 케스텐바움(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이 솔직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굴욕’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에세이집 『굴욕』이 출간되었다. 국내 처음 번역, 소개되는 케스텐바움의 이 작품은 사소한 자전적 경험부터 고문과 살해, 역사적 비극까지 방대한 이야기와 심도 있는 문화예술비평을 한데 모아 굴욕의 연대기를 써 내려간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굴욕의 본질을 규명해보고자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굴욕은 개인적이고 신체적이며, 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것의 필수조건은 더럽힘이다. 굴욕은 언제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라는 삼각관계를 전제한다. 굴욕은 고갈되는 동시에 축적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굴욕은 더러운 안경과 같아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끼친다. 굴욕은 괴로움, 취약함, 욕구와 같은 사적 차원을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공적 차원으로 끌어냄으로써 안과 밖이 뒤집히는 과정이다. 이처럼 저자는 ‘굴욕’에 관한 밀도 높은 통찰을 제시하며 지적이고 감각적인 글쓰기를 선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제시한 굴욕의 삼각관계, 즉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의 입장을 번갈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타인의 사적 영역을 엿보는 데서 묘한 쾌감을 경험하고, 때로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굴욕적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성 수치를 느끼고, 어느 순간에는 그저 읽는 행위만으로도 가해자의 위치에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 책은 배설, 포르노그래피, 퀴어에서 인종차별, 체벌, 아우슈비츠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가정과 학교, 직장, 무대, 감옥 등 다양한 공간에서 행해지는 모욕과 굴욕의 사례들을 추적한다. 굴욕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미디어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도덕적으로 무감각했던 역사적 장면들과 연결짓기도 한다. 글쓰기 행위에, 무엇보다 언어 그 자체에 깃든 굴욕의 정체를 늘 의식하고 있는 저자가 아르토와 바스키아, 글렌 라이곤 등의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언어와 굴욕의 관련성을 깊이 파고드는 10장은 이 책의 백미다. 나아가 저자는 동성애자이자 도둑이자 작가로서 숭고와 굴욕 사이에 길을 내는 삶을 살았던 장 주네, 아우슈비츠에 대한 책에서 부끄러움의 경험을 탈주체화와 연결지어 분석한 아감벤, 언어 자체에서 지배와 종속의 구조를 읽어낸 크리스테바를 비롯해 사드 후작, 셰익스피어, 세지윅 등 방대한 문학적, 이론적 텍스트를 독해하며 논의를 보다 심층적으로 전개해나간다.
라틴어 어원에서 굴욕(humiliatio)과 인간(humanus)이 같은 접두사를 공유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살면서 필연적으로 ‘굴욕’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굴욕감은 회피하고 숨겨야 할 부정적인 감정에 불과한가? 그것은 끔찍함과 좌절을 안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손 내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나는 그들이 느끼는 것들 또는 느낄지도 모르는 것들을 상상함으로써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느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가질 수밖에 없는 느낌—우리는 다 굴욕의 가장자리에 살고 있는 만큼 언제라도 그 모진 굴욕의 나라로 추방당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서 배운다”(30쪽). 굴욕의 양상을 만화경처럼 비추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굴욕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대면하고 보편적인 인간적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몰락에 열광하는 시대를 향한 통찰
웨인 케스텐바움의 굴욕감 수업굴욕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당했던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출두했을 때 얼마나 모욕적인 몸수색을 당했는지 TV 인터뷰에서 털어놓는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이라크인 포로들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은 사진이 보도되었다. 그들은 알몸이었고, 그 옆에서 미군 병사들이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주디 갈런드의 딸 라이자 미넬리는 <래리 킹 라이브>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해 폭소를 터뜨려가며 과장되고 선을 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게이 인권에 반대표를 행사해온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이 남자 화장실 옆 칸 남자에게 음란 행위를 시도하다가 발각된 후 “저는 게이가 아닙니다”라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타인의 고통에 관한 웅변적 글을 남긴 손택이 사망한 후 그녀의 시신 사진이 담긴 책자가 출판되었다. 할리우드 스타 앨릭 볼드윈이 딸에게 수 분간 욕설을 하고 으름장을 놓는 메시지가 타블로이드 업계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뉴욕 주지사 엘리엇 스피처는 성매매를 발각당한 후 아내를 옆에 세운 채 사죄 연설을 한다. TV 방송에서 동성애 척결을 주장하던 애니타 브라이언트의 얼굴에 누군가 과일 파이를 힘차게 던진다.
이 책은 대위법적 모방을 선보이는 악곡 형식인 ‘푸가’ 방식을 채용한다. 즉 굴욕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내리는 대신 역설적 단상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데 집중한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과 심각하고 끔찍한 사례를 병치하여,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미세한 지점을, 굴욕이라는 공통분모를 드러내고자 시도한다.
“굴욕은 굴욕의 중지로 통하는 길이다”『굴욕』의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가 평생 겪어온 굴욕의 목록이 열거된다. 데이트 약속에서 바람맞은 이야기,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 이야기, 어느 시인에게 선물한 서명본 책을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이야기, 화장실에서 동료가 똥 싸는 소리를 엿들은 이야기,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발기된 이야기, 어릴 때 종아리가 매끈하다고, 목소리가 높다고, 엉덩이가 납작하다고 놀림당한 이야기 등.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린 시절 경험하고 목격한 굴욕의 장면들이다. 즉 어린 시절의 끔찍한 훈육이나 학대, 괴롭힘의 경험이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는 점이 저자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체성이라는 식물은 굴욕이라는 토양에서 발아한다”(27쪽).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항에서 한 사춘기 여자애가 아버지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장면을 목격한 일화로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그 여자애가 이후 삶에서 겪게 될 ‘모든 굴욕의 본보기’가 될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 사실을, 그런 일이 일어나버렸다는 사실을 애도하면서 이 책을 그에게 헌정한다. “맹세하자. 남에게 일부러 굴욕을 주는 일은 삼가겠다고. 내가 그런 끔찍한 일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 당장 그만두고 입장을 바꾸고 죄를 바로잡겠다고”(28쪽).

짐 크로 눈총이 상대에게 배척과 굴욕을 가할 때 그 과정이 늘 소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정사정없기로는 소란스럽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감의 여지는 전혀 없다. 경감의 여지도, 방면의 여지도, 주저의 여지도 없다. 당신에게 공감하기를 거부하는 눈, 또는 당신이 인간이라고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눈으로 당신을 노려보는 사람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 신체적 상해를 입는 것이나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것도 굴욕적이지만, 나에게 호감을 갖기를 거부하고 나를 중요한, 동등한 주체로 보기를 거부하겠다는 의사가 가해자의 눈에 분명히 드러나 있을 때도 굴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8학년을 마친 여름에 한 여자애와 ‘데이트’를 하는 동안에는 긴장했을 뿐 안색이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우리에게는 나들이였고, 우리는 오후의 많은 시간을 쇼핑몰에서 보냈다. 어느 가게에서 한 점원이 (‘럭키스’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푸는 남자였나?) 나를 여자애로 봤다. “이쪽 아가씨는 어떤 맛을 드실까요?” 여자로 오해받는 것은 굴욕적이었다. ‘여자애’라는 것이 굴욕적인 정체성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아니라서였다. 그는 나를 그렇게 봐서는 안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첫눈에 알아보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오해보다 더 낯 뜨거웠던 것은 나의 ‘데이트 상대,’ 나의 잠재적 여자 친구가 이 오해, 이 실격을 목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웨인 케스텐바움
미국의 시인,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 문화비평가. 1958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퀴어 연구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문학, 예술, 음악, 대중문화 등 경계를 넘나들며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3부작 시집 『핑크 트랜스 노트』(2015), 『캠프 마멀레이드』(2018), 『울트라마린』(2022)을 비롯해, 『여왕의 목구멍』(1993), 『클리비지: 섹스, 스타, 미학에 관한 에세이』(2000), 『앤디 워홀: 자서전』(2001), 『호텔 이론』(2007) 등이 있다.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 프랑스어, 비교문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4년 신진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휘팅 어워드, 2020년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 문학상, 2023년 구겐하임 펠로십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목차
푸가 1 알몸 수색
푸가 2 짐 크로 눈총
푸가 3 리버부어스트의 구린내
푸가 4 당신의 개가 되고 싶은
푸가 5 혹부리
푸가 6 다섯 시의 그림자
푸가 7 카테터(트로이의 왕비는 이제 왕비가 아니다)
푸가 8 역겨운 혐의들
푸가 9 질 좋은 유대인 원단의 덮개
푸가 10 충격요법의 미학
푸가 11 똥 싸는 소리를 엿듣는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그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