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19권. 봄바람 살랑 부는 따뜻한 삼짇날, 달래네 식구들은 솥이며 화로며 소반을 이고지고 진달래꽃 활짝 핀 산으로 봄나들이를 떠난다. 곱디고운 진달래꽃으로 진달래화전이랑 화채도 만들어 먹고, 진달래꽃 꽃술을 따서 꽃싸움도 하고, 고모가 부르는 꽃타령에 맞춰 춤도 추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 짧기만 하다.
김세실 작가의 정감 어린 글은 봄을 맞은 달래네 식구들의 설레는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 윤정주 작가가 그린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달래는 이 아이를 따라 봄이 오는 산과 들로 함께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출판사 리뷰
봄바람 살랑 부는 따뜻한 삼짇날,
달래네 식구들은 솥이며 화로며 소반을 이고지고
진달래꽃 활짝 핀 산으로 봄나들이 떠나요.
곱디고운 진달래꽃으로 진달래화전이랑 화채도 만들어 먹고,
진달래꽃 꽃술을 따서 꽃싸움도 하고,
고모가 부르는 꽃타령에 맞춰 춤도 추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 짧아요.
할머니랑 엄마랑 고모랑 언니들이랑, 여자들끼리 떠나는 신나는 화전놀이!
내일도 모레도, 또 꽃놀이 가요!
가세 가세, 꽃놀이 가세!
봄이 왔어요!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햇볕은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싸고,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지요. 이렇게 온 세상에 밝은 기운이 가득한 봄날의 한가운데,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이라고 해요. 음력 1월 1일은 설, 5월 5일은 단오, 7월 7일은 칠석, 9월 9일은 중양절, 이렇게 예로부터 홀수가 겹치는 날은 좋은 기운이 가득하다 해서 일을 쉬고 때에 맞게 잔치를 벌였지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봄 나비가 날아드는 이 좋은 삼짇날에, 옛사람들은 무얼 하며 보냈을까요? 삼짇날 하면 바로 화전놀이지요. 산으로 들로 나들이 가서 꽃구경하며 노는 게 바로 화전놀이예요. 바로 우리 달래네 식구들처럼 말이지요.
달래네 할머니, 어머니,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요.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를 가려니 솥에 화로에 광주리에…… 챙길 게 무척 많거든요. 이윽고 고모와 사촌 언니들이 대문간에 도착하자, 드디어 개나리꽃 활짝 핀 돌담길을 지나 산으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잠깐, 그런데 달래네는 왜 할아버지랑 아버지를 쏙 빼고 여자들끼리만 나들이를 갔을까요? 삼짇날은 예로부터 여자들이 봄나들이 가는 날이거든요. 옛날에는 여자들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집안일에서 벗어나 맘껏 즐길 수 있었어요.
개울가 너럭바위에 도착한 달래는 징검다리를 겁도 없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한껏 신이 났어요. 먼저 달래와 언니들은 화전 만들 진달래꽃을 따고 쑥을 캐러 가요. 진달래 꽃잎은 새색시 치마처럼 곱디고운 연분홍빛이지요. 달래는 새큼달큼한 진달래꽃을 하염없이 입에 넣으며 열심히 꽃잎을 따 모아요. 꽃잎을 개울물에 깨끗이 씻다 물에 첨벙 빠져 버리기도 하고요.
씩씩한 달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전놀이 대장 노릇을 하지요. 달래네 식구들은 찹쌀가루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빚고 봄꽃이 그대로 내려앉은 화전을 만들어요. 진달래 화전에 진달래 화채, 돌나물무침까지, 단출하지만 봄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으니 입안에 봄 향기가 함박 피어나지요. 조선 시대 시인 백호 임제(林悌)의 시처럼요.
<화전을 지지는 모임(煎花會)>
鼎冠撑石小溪邊 조그만 개울가 솥뚜껑에 돌을 괴고
白粉淸油煮杜鵑 흰 쌀가루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꽃 지지네.
雙箸挾來香滿口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니 향기 가득하고
一年春色腹中傳 한 해 봄빛이 배 속에 전해지네.
언니들이랑 진달래 꽃술을 따서 꽃싸움도 하고, 흥 많은 고모의 장단에 맞춰 꽃타령도 부르고…… 화전놀이 즐기다 보면 하루해는 너무도 짧기만 합니다. 달래는 내일도, 또 모레도 화전놀이를 가고 싶어요. 달래 마음에 봄바람이 잔뜩 들어 버린 거지요.
김세실 작가의 정감 어린 글은 봄을 맞은 달래네 식구들의 설레는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 윤정주 작가가 그린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달래는 이 아이를 따라 봄이 오는 산과 들로 함께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지요.
오늘 우리에게도 이어지는 꽃놀이 이야기
삼짇날 즈음 봄나들이 가는 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입니다. 땔감이 부족했던 옛날의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을 테고, 그만큼 꽃 피는 봄이 오면 사람들 마음은 절로 산으로 들로 이끌렸을 테지요. 들판에 나가 푸르게 돋아난 풀을 밟으며 거니는 ‘답청(踏靑)’으로 몸도 마음도 새롭게 가다듬어 보고요. 멀리는 신라의 궁인들이 봄놀이를 하며 꽃을 꺾었다거나, 조선 시대 부녀자들이 진달래꽃 필 때 들로 나가 화전놀이를 즐겼다는 기록들이 곳곳에 남아 있지요.
삼짇날 화전놀이는 잊혀 버린 옛 전통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생활에도 곳곳에 살아 있어요. 봄이 오고 꽃이 피면 가족들과 함께, 또는 학교에서 소풍 삼아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그 마음은 옛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이즈음이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꽃 축제나 유치원.학교 들에서 화전 만들기 행사도 하고요.
이제 달래네처럼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은 불가능하지요. 그래도 봄 소풍을 떠나 푸른 새 풀잎을 밟아 보고, 조그맣게 피어난 들꽃을 찾아 도감과 비교하며 이름도 익혀 보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다 보면 바쁘기만 했던 마음이 좀 더 넉넉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