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낸 가슴 절절한 감동의 그림책!1996년 일본에서 출간된 동화책 『여우의 전화박스』는 일본의 안데르센 상이라고 불리는 히로스케 동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0년 한국에서 번역되어 2006년 9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책으로 선정된 이후 새누리교육 추천도서, 아이북랜드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중앙독서교육 선정도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권장도서, 쥬니버 오늘의 책 등 많은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작은 기적!아기 여우와 행복한 날을 보내던 엄마 여우에게 어느 날 깊은 시련이 찾아옵니다. 아기 여우가 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만 것입니다. 아기를 잃은 엄마 여우는 슬픔에 빠져 지내다가 산기슭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에 찾아오는 남자아이를 발견합니다. 멀리 떨어진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남자아이를 보면서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와 지냈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고 결국 사랑의 기적을 이루게 되지요.
아기를 잃은 엄마 여우와 아픈 엄마와 떨어져 사는 소년, 그리고 공중전화박스가 만들어 내는 사랑의 기적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읽은 부모님들도 가슴이 찡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엄마 여우의 아픔이 한 남자아이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도 맑고 따뜻하게 정화될 것입니다. 엄마 여우가 슬픔과 절망을 사랑의 기적으로 넘어서는 모습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만나 보세요!
고요하고 한적한 어느 산기슭에 아주아주 오래된 전화 박스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전화 박스는 늘 비어 있었습니다. 이 산속에는 엄마 여우랑 아기 여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빠 여우는 아기 여우가 태어나자마자 병들어 죽고 말았지만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가 곁에 있어서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아기 여우가 엄마 여우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즐거워 하면 엄마 여우도 더없이 행복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기 여우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오들오들 떨고만 있던 아기 여우는 마침내 싸늘해지고 말았습니다.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를 떠나보내고 눈물로 온몸이 흠뻑 젖어 버리도록 날마다 구슬피 울었답니다. “우리 아기 덕분에 그동안 참 행복했었지. 그래, 기운을 내야 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엄마 여우는 터벅터벅 정처없이 걷다가 산기슭의 공중 전화 박스 앞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사내 아이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를 보면서 아기 여우를 떠올렸습니다. 그날 이후 사내 아이는 날마다 전화 박스에 꼬박꼬박 찾아왔고 엄마 여우도 어김없이 사내 아이가 전화를 걸러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엄마 여우는 사내 아기가 엄마랑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엿듣곤 했습니다. 사내 아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박스가 그만 고장이 나고 말았습니다. 너무 오래된 전화 박스였으니까요.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가 실망하게 될까 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곧 사내 아이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러 올텐데… 내가 그 아이의 전화 박스가 되어 줄 수만 있다면…’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엄마 여우가 꼿꼿이 선채 어느덧 전화 박스로 둔갑해 버린 거예요.
엄마 여우의 가슴 속에 사내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엄마! 이번에 할아버지랑 나랑 엄마가 있는 도시로 가게 되었어. 이젠 전화 안 해도 돼. 날마다 엄마를 만날 수 있으니까. 엄마 기쁘지?” 하지만 엄마 여우는 정신이 아뜩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사내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소년이 전화를 끊고 돌아가자 엄마 여우는 꿈에서 깨어난 듯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엄마 여우는 고장난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가 발꿈치를 한껏 들고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조금 전까지 캄캄하게 꺼져 있던 전화 박스의 불빛이 깜박이더니 천천이 밝아오기 시작한 거예요. 엄마 여우는 살며시 수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아가 …? 우리 아기는 언제까지나 엄마 마음속에 함께 있단다. 엄마는 이제 혼자서도 견딜 수 있어…” 그런데 엄마 여우도 까맣게 모르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전화 박스가 엄마 여우를 위해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짜내어 불을 밝혀 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화 박스 불빛 아래, 엄마 여우의 행복한 얼굴이 환히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기 여우가 시름시름 앓더니 어느 날 아침, 아기 여우의 몸이 싸늘해지고 말았습니다. “아가! 아가!” 엄마 여우가 아무리 불러도 아기 여우는 끝내 대답을 안 했지요.
엄마 여우는 날마다 온몸이 눈물에 흠뻑 젖도록 울면서 슬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고개를 가까스로 들었어요.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터벅터벅 걸음을 내디뎠어요.
전화박스에는 남자아이가 멀리 떨어진 엄마와 전화를 하고 있었어요. 엄마 여우는 남자아이에게서 아기 여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지요. 엄마 여우는 날마다 전화박스를 찾아와 남자아이를 남몰래 지켜보며, 남자아이의 말에 혼자 대답하며 아기 여우를 추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전화가 고장이 나서 전화박스가 곧 철거된다는 거예요. 엄마 여우는 남자아기가 그 사실을 알면 실망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데……!
“다행이야, 그 아이가 엄마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나도 그 아이 덕분에 우리 아기를 떠올릴 수 있었는걸.”
(중략)
엄마 여우는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어요.
“우리 아기는 내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걸.
이제 괜찮아…….”
전화박스 불빛 아래, 엄마 여우의 행복한 얼굴이 환히 비치고 있었어요.
'여보세요, 아가....?'
엄마 여우가 말했어요.
'아가, 엄마가 요술을 부렸단다. 정말로 요술을 부렸어....'
하지만 전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어요. 쥐죽은듯이 조용하기만 했어요. 엄마 여우는 실망하지 않았어요.
'그래, 우리 아기는 언제까지나 엄마 마음속에서 엄마랑 함께 살고 있는걸.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혼자서 견딜 수 있어....'
하지만 엄마 여우가 까맣게 모르는 사실이 있었어요. 전화 박스가 엄마 여우를 위해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짜내어 불을 밝혀 주었다는 것을....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것 같았던 엄마 여우의 마음속에 등불을 다시 밝혀 주었다는 것을요.
p.84~87
“야호, 한 바퀴 돌았다!”
“우리 아기, 정말 잘하네. 엄마도 기뻐!”
“어, 엄마도 기뻐?”
“그럼, 우리 아기가 기쁘면 엄마도 항상 기쁘단다.”
“그러면 내가 요술을 부리면 훨씬 기쁘겠네? 여우는 요술을 부릴 수 있대.”
“호호호, 그런 거짓말이야. 엄마는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요술을 부릴 수 없는걸.”
“치, 시시해.”
귀여운 아기 여우의 모습이 엄마 여우의 눈동자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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