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책의 주인공 바쇼는 17세기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 하이쿠란 일본 고유의 시 형식으로, 17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시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은이 팀 마이어스는 바쇼와 하이쿠를 소재로, 짤막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상상해 놓았다.
첫 장을 펴면 깊은 산 속에서 흥겹게 살아가는 시인, 바쇼가 등장한다. 바쇼의 오두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가에는 벚나무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 열린 버찌를 먹는 것은 바쇼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바쇼는 버찌를 먹으러 갔다가 여우 한 마리를 만난다. 여우는 바쇼가 멋진 시를 한 수 써 준다면, 벚나무의 버찌를 몽땅 바쇼 혼자 먹어치워도 좋다며 내기를 제안한다.
괜찮은 시 한 수 짓는 것 쯤이야...라고 가볍게 여겼던 시인의 생각과는 달리, 여우는 시인이 지어간 시에 코웃음을 친다. 다음 달, 고심 끝에 시를 지어가지만, 되돌아온 여우의 평은 '그 정도는 새끼 여우들도 할 수 있어.'라는 것. (알고보면 이 시는 가장 유명한 하이쿠 중의 하나이다.)
결국 이야기는 '예술'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주제 때문에, 또는 바쇼와 하이쿠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이 책을 즐길 수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르마 제임스 블랙상' (제시된 서른 다섯 작품 중 어린이들이 토론 끝에 선발하는 책에 수여하는 상이다)을 이 책이 받았다는 데에서도 그 점은 충분히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