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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책읽는곰 | 4-7세 | 20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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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11권. 세쌍둥이와 지킴이 신들의 술래잡기를 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집지킴이 신앙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그림책이다. 대문간의 수문장, 지붕 위의 바래기, 화장실의 뒷간 각시 등 집안 곳곳에 깃들어 온 가족을 든든히 지켜 주는 지킴이 신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켜 주는 삼신할머니와 함께 벌이는 세쌍둥이의 떠들썩한 시골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시골집에 누군가 살고 있다?
세쌍둥이의 시끌벅적 시골집 적응기!


강이, 산이, 들이, 세쌍둥이가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시골집은 도시의 아파트랑 달리 아래층도 없고 위층도 없어요.
숨을 데도 많고 찾을 데도 많지요.
물 만난 세쌍둥이의 장난질에 조용하던 시골집이 들썩들썩거려요.
그런데…… 시골집엔 정말…… 세쌍둥이네 식구들만 살고 있을까요?
느닷없이 나타나 세쌍둥이를 쫓아다니는 할머니는 과연 누구일까요?

집안 곳곳에 깃들어 온 가족을 든든히 지켜 주는 지킴이 신들-
대문간의 수문장, 지붕 위의 바래기, 화장실의 뒷간 각시,
우물 속 용왕님, 장독대의 철융님, 부엌의 조왕신, 대청마루 성주신,
그리고 아이들을 지켜 주는 삼신할머니와 함께 벌이는
세쌍둥이의 떠들썩한 시골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세쌍둥이, 잠자던 신들을 깨우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 잔소리에 시달리던 개구쟁이 세쌍둥이가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구석구석 숨을 곳도 많고 찾을 곳도 많은 시골집은 최고의 놀이터지요. 세쌍둥이는 신이 나서 온 집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온갖 저지레를 다 칩니다. 쿵쾅쿵쾅 뛰어다니는 건 기본이고, 우물에 돌 던지고 장독대에 모래 끼얹고 대문에 매달려 그네 타느라 하루해가 가는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시골집이 어쩐지 수상합니다. 처음 보는 할머니가 불쑥 나타나 아는 척을 하면서 마치 친할머니라도 되는 양 세쌍둥이를 쫓아다니는 것부터가 그렇지요. 게다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대청마루 대들보에, 우물 속에, 장독대 항아리에, 대문턱에, 잔뜩 일그러진 표정들이 서려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시골집이 꿈틀꿈틀 살아나고 있네요. 바로 지킴이 신들이 깨어나는 모습이지요.
엄마 아빠가 함께 집을 비운 어느 날 저녁, 장난질에 여념이 없던 세쌍둥이는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때마침 다들 뒤가 마려워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뒷간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는데…… 세상에!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달려드네요.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다가 요 녀석들 때문에 깜짝 놀라 다 까먹었다면서요.
이제 세쌍둥이와 지킴이 신들의 술래잡기 한판이 벌어집니다. 대문간에 숨으려니 수문장님이 으름장을 놓고, 장독대에 숨으려니 철융님이 잔소리를 합니다. 우물 속 용왕님은 난데없이 술래잡기에 끼워 달라며 조르고, 부엌의 조왕님은 세쌍둥이에게 호통을 치면서도 뒷간 귀신을 쫓아 줍니다. 대청마루의 성주님이 세쌍둥이 때문이 머리가 지끈거려 못살겠다며 뒷간 귀신을 불러들이려는 순간, 드디어 술래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술래 할머니는 바로 아이들을 돌보고 지켜 주는 삼신할머니였던 거지요. 할머니는 겁먹은 세쌍둥이를 방으로 데려가 다독거려 줍니다. “너희가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 주는 게 이 삼신할미가 하는 일이니, 걱정 말고 푹 자려무나.” 하고요.
그런데 가만 보면 세쌍둥이에게 으르딱딱대던 다른 지킴이 신들도 본심은 그게 아닌 듯합니다. 혹시 몰래 모여 세쌍둥이를 곯려 줄 궁리라도 한 건 아닐까요? 조용하고 쓸쓸하던 시골집에 생기를 불어 넣는 꼬마 친구들이 반갑고 사랑스럽지만, 지나친 장난은 위험하니까 적당히 하라는 이야기, 앞으로도 너희를 보살펴 주겠다는 이야기를 건네려고 말입니다.

우리가 불러 줄 때 되살아나는 지킴이 신들
예로부터 집 안 곳곳에 깃들어 사람들을 지켜 주던 신들이 있습니다. ‘가신(家神)’이라고도 불리던 집지킴이 신들이지요. 시인 백석이 “마을은 맨천 귀신이 돼서 /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 자 방안에는 성주님 /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귀신 /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뚜막에 조앙님 /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 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마을은 맨천 귀신이 돼서〉중에서) 하며 엄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듯, 옛사람들은 지킴이 신들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였습니다. 집 안 곳곳에 쌀을 담은 항아리나 물그릇 같은 신체(神體)를 두고, 때가 되면 의례를 올리며 나쁜 기운은 몰아내고 복을 가져다 달라고 빌었지요. 그렇게 우리 삶에 가까이 있던 그 많은 신들은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근대 이후 서구 문물이 유입되고 일제가 민족 문화를 탄압하면서 지킴이 신들은 차츰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특히 새마을운동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지킴이 신앙을 열등하고 미개한 문화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거의 잊혀 버리고 말았지요. 그렇게 미신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라져 버린 지킴이 신들을 우리가 어린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지킴이 신앙 속에 우리 고유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옛사람들은 자연이나 사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혼자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삼가며 조심스레 행동하려 했습니다. 또한 집지킴이 신앙에는 여러 가족이 함께 더불어 사는 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질서, 그리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뒷간에 들어갈 때는 측신이 놀라지 않게 기침 세 번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뒷간에 누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라는 뜻에서 생겨났을 것입니다. 또 성주독이나 삼신바가지에 쌀이나 햇곡식을 넣어 두는 것은 흉년에 대비해서 비상식량이나 씨앗을 여퉈 두는 지혜가 담긴 풍속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들이 옛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오랜 벗 지킴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존재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쌍둥이가 주고받는 유쾌한 대사가 빛나는 글,
한옥의 아름다움과 캐릭터의 익살스러움이 조화를 이룬 그림

사내아이 한 녀석만 있어도 집 안이 들썩들썩할 텐데, 세쌍둥이라면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지요. 강이, 산이, 들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세 꼬마는 쉴 새 없이 팔딱팔딱 돌아다니며 비어 있던 시골집에, 그리고 이 그림책 전체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첫째가 “아!”하면 둘째가 “어!”하고, 이어서 셋째가 “오!” 하는 식으로 끝없이 반복 변주되는 세쌍둥이의 말과 행동은, 그림책치고는 좀 많다 싶은 텍스트 전체를 아무런 부담 없이 즐겁게 읽어 내려갈 수 있게 합니다.
여러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도 책마다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 윤정주는 이번 작품에서도 놀라운 솜씨를 뽐내었습니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사진 느낌으로 첫 장면을 시작하여, 한 장면 한 장면 넘길 때마다 너무도 아름다운 옛집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루와 대들보를 이루는 나뭇결이며 지붕의 기와 하나하나까지 섬세한 펜 선으로 살려내어 한옥의 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지요.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고 아래서 올려다보는 다양한 구도는 세쌍둥이와 함께 집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정지된 화면이지만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움직임이 살아 있는 그림책이지요.
세쌍둥이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또한 어린 독자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물할 것입니다. 안테나처럼 솟아 오른 머리카락 가닥 수로 구분되는 삼등신 캐릭터가 입에 거품을 물고, 놀라서 눈이 얼굴 밖으로 넘어가는 표정 들은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더불어 지킴이 신들의 이미지는 민화, 특히 무속화에 그려진 신의 형상들을 참고하고 변형하여, 토속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너무 거리감이 들지는 않을 만큼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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