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궁금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낯설지만 사랑스러운 그림책
《거기 누구 있니?》《거기 누구 있니?》는 텍스트가 거의 없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처럼 생긴 글씨는 읽을 수도 없습니다.
이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책은 세 번은 봐야 그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을 즐기는 데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좋을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권하는 방법입니다)
처음 볼 땐 갈색 곰과 하얀 곰 중심으로첫 장면은 갈색 곰과 하얀 곰이 사는 곳입니다. 왼쪽은 밀림이고, 오른쪽은 북극입니다. 아직 곰들은 보이지 않아요.
다음 장면에서 밀림에 사는 갈색 곰이 북극을 향해 고개를 쑤욱 내밀어요. 거기 누가 있는 것 같거든요. 하얀 곰도 밀림을 향해 고개를 쑤욱 내밀어 봅니다. 누가 거기 있는지 아직 보이지 않아요.
하얀 곰의 세계로 들어간 갈색 곰이 물어봅니다. “거기 누구 있니?” 하얀 곰도 무어라 말을 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뜻이겠지요. “거기 누구 있니?”
서로를 찾아 헤매던 두 마리 곰은 드디어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지요. 하지만 둘은 한 공간에 함께 있기 어렵습니다. 사는 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둘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이 작품으로 2016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글로벌 일러스트레이션 최우수상을 수상한 파스칼 무트-보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는 곳이 다르고, 쓰는 말이 달라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지요.
나타났다 사라졌다 : 숨은 그림 찾기의 즐거움 《거기 누구 있니?》는 갈색 곰과 하얀 곰이 주인공이지만, 두 마리 곰을 둘러싼 세계 또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두 번째 볼 때는 배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이 작품의 매력이 배가됩니다.
두 마리 곰이 등장하기 전에는 배경에도 정확한 형체가 없습니다. 갈색 곰과 하얀 곰이 등장하고 서로의 존재를 발견할수록 배경 또한 또렷해집니다. 숨겨져 있던 많은 생명체들이 등장하지요!
한번 등장한 캐릭터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다 나타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틀린 그림 찾기, 혹은 숨은 그림 찾기 : 무엇이 달라지는 찾아보세요!
제일 마지막 페이지 “등장인물 찾아보기”를 보면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등장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찾은 캐릭터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들도 있을 겁니다. 이 친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보려면 자연히 이 책을 보고 또 볼 수밖에 없지요.
곳곳에 숨겨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는 기쁨!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의 발견 : 하얀 곰이 하는 말은 무슨 뜻이지? 이 책에서 갈색 곰은 한국어로 말하지만, 하얀 곰이 하는 말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북극에서 사용하는 이누이트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다만 두 마리 곰의 움직임과 관계를 통해 하얀 곰과 갈색 곰이 같은 말을 하고 있을 거라 짐작할 뿐입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말이 다를 뿐, 둘은 같은 마음이지요.
이 책에 두 개의 언어가 쓰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을 쓰고 그린 파스칼 무트-보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현재 벨기에에서 살고 있습니다. 벨기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의 국가지만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갈등이 심하다고 합니다. 작가는 자란 곳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달라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삶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이 작품에 프랑스어를 쓰는 갈색 곰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하얀 곰을 등장시켜 둘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는 남다른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지은 선생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는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거리감) 그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내놓았다”며 “하나의 말을 쓰지만 높은 마음의 벽을 쌓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온 우리 현실도 떠오른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은 선생은 책에 쓰인 두 개의 언어를 어떻게 옮겨야만 이 복잡한 막막함을 나타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갈색 곰에게는 우리말을, 하얀 곰에게는 그가 태어난 북극에서 쓰는 이누이트어를 안겨 주기로” 결정하고, 이누이트어를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언어를 이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에서 만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 마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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