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항일 독립운동가였던 이미륵의 대표적인 자전소설이다. 1946년 독일에서 발표되어 지금도 독일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읽혀지고 있다. 작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역사적인 배경들을 소박하게 서술함으로써 외적인 경험과 내적인 성장 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사촌 수암과 보낸 소년 시절, 글과 예의범절을 배우는 학교와 시골 이야기는 어린 주인공의 순수한 인간성이 성숙되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또 구식 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이 아버지의 안내로 새로운 학문과 세계에 눈뜨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한편 작품 곳곳에 옛것과 새것의 만남, 전통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만남, 옛 학문과 새 학문의 만남과 부딪힘이 그려져 있어, 동서양의 대면을 자기 자신 속에서 완성해 보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유려하고도 간결한 필치의 독일어로, 우리 나라의 풍습과 산하, 그리고 인정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독일문학 작가이자
항일 독립운동가였던 이미륵의 대표적인 자전소설
2008년 11월 14일,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한국 서울방송사(SBS)와 독일 바이에른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가 방송되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 여름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원작은 이미륵 작가가 독일어로 쓴 동명의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생전에는 고국의 독자들에게 그가 쓴 아름다운 문장 한 줄 읽히지 못했으나, 6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 뮌헨 근교 그레펠핑의 차가운 무덤 속에 누워 같은 피를 가진 한국인들에게 이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작가 이미륵은 누구인가.
1899년 황해도 해주 만석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 때 3.1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상하이에 머물며 임시 정부 산하 대한적십자회 십자대 회원으로, 대한민국 청년 외교단 편집원 편집부장으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 이후 독일로 망명하여 독일 대학에서 의학, 동물학, 철학, 생물학을 공부하고 이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나,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 등을 가르치며 독일어로 작품을 썼던 독일문학가. 이국땅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독일 최초의 한국 문화 대사’라는 별명을 가진 동양인 작가. 그러나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돌아갈 곳도, 더 이상 갈 곳도 없이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그는 광복 이후에도 고국의 흙을 만져 보지 못하고, 6?25가 발발하기 석 달 전 위암으로 타계하여 결국 독일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10여 년 만에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되면서 드디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를 사랑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국적으로 독일에 살면서, 독일문학사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였기에 독일문학에 속하지만, 작품 속에는 이국의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한국의 혼이 살아 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러한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수로 손꼽히는 자전소설로, 출간 후 독일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제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독일인들의 마음을 울린
어느 한국인의 낙원 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출간 직후 유럽 신문에 100여 편에 달하는 서평이 실렸고,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초판은 매진되었고, 독일 문단은 ‘이미륵’으로 술렁였다. 10여 가지 언어로 번역되고, 독일 김나지움 국어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피퍼출판사에서 처음 펴낸 책으로, 피퍼출판사 사장은 자신이 출간한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들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은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던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나치 정권 하에 있던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의 황폐해진 삶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그들이 잃어버린 ‘낙원’의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었을까. 그때 이미륵의 포근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문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독일인들이 되찾고 싶었던 평온한 삶의 한 자락이 머나 먼 동쪽 나라에서 보낸 어느 동양인의 어린 시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전후 독일인들에게 ‘위로’이자 ‘보상’이었던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렇게 독일인들의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 몇몇 국내 출판사에서 발간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독문학 박사이며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이옥용 씨가 좀 더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여 작품의 느낌과 의미를 고스란히 되살려 냈다. 이미륵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는 독일인들이 느꼈던 ‘포근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문장’의 맛에, 이미 작품을 읽어 본 독자는 다른 번역본에서 읽지 못했던 더욱 촘촘한 번역문의 맛에 젖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곳적부터 나의 고국과 이 끝없이 넓은 만주 땅을 갈라놓은 국경의 강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이 곳은 모든 게 크고 어둡고 진지했다. 반면 우리 고향에서는 모든 게 작고 유쾌했다. 초가지붕을 올린 밝은색 초가집들이 언덕에 살짝 몸을 기댄 채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꽤 많은 굴뚝에서 벌써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산들이 잇달아 줄지어 있었다. 산들은 햇살에 빛났다. 저녁노을 속에서 한 번 더 번쩍 하고 빛이 나더니 산들은 서서히 푸르스름한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나는 먼 남쪽에 있는 수양산이, 계곡과 시내가 있는 그 수양산이 보이는 듯했다. 또한 어렸을 때 저녁만 되면 가서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음악을 듣던 이층 탑 건물도 눈에 아른거렸다.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남쪽에서 바람결처럼 들려오는 게 분명한 그 천상의 소리가.
압록강은 쉼없이 흘렀다.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미륵
황해도 해주 출생, 본명은 의경. 소년기부터 개화기와 경술국치, 일제치하를 겪고, 끝내는 망명길에 올랐다. 어려서는 한학을 배웠고, 신식 중학교에서 신학문을 처음 접했다. 경성의학전문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3·1 운동에 동참했고, 이후 일제의 탄압 대상이 되어 이를 피하고자 압록강을 건너 유럽으로 향했다. 상해임시정부 소속 항일단체였던 대한청년외교단에 가담하여 일본의 식민정책의 부당함을 알리는 외교 시보를 발행했다. 프랑스를 거쳐 1920년 5월, 독일 땅에 도착하여 의학과 동물학을 전공했다.1931년에 독일 잡지에 단편 「하늘의 천사」를 발표한 뒤 1950년에 위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한국 문화의 역사적 전통성과 독특한 개성을 독일인들에게 소개하는 글과 서양의 이율배반적인 사고와 편견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독일어로 발표했다. 특히 1946년 발표한 자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수많은 독일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1948년에는 뮌헨대학 동양학부 외래 교수로 초빙되어 한국 민속학 및 동양 철학을 강의하는 교육자로서의 삶도 살았다. 또한 이의경과 이미륵이 동일 인물임이 인정되어 1990년에 독립유공훈장을 받았다. 여전히 독일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과 문학을 기억한다. 매년 뮌헨 인근에 있는 묘소 앞에서 이미륵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으며, 한독수교 130년을 맞은 2013년에는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단편집으로는 『이야기(무던이)』(독일 에오스출판사, 1972), 장편소설로『압록강은 흐른다』(독일 피퍼출판사, 1946),『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독일 에오스출판사, 1982)가 있다.
목차
수암 형 | 독약 | 태어나서 처음 받은 벌 | 남문에서 | 칠성이 형 | 대신 기도해 주는 어머니 | 나의 아버지 | 신식 학교 | 시계 | 방학 | 옥계천에서 | 상복을 입고 | 송림만에서 | 이른 봄에 | 가뭄 | 시험 | 서울 | 구학문과 신학문 | 이별 | 압록강은 흐른다 | 기다림 | 대양에서 | 해안 | 목적지에서
이미륵 연보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