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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삶을 위한 일곱 개의 주석
에디투스 | 부모님 |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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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00년부터 릴케의 작품들을 출간해 온 유서 깊은 인젤 출판사에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산문집이다. 단순한 잠언집이 아니며, 오랫동안 릴케의 문학에 깊이 천착해 왔던 엮은이의 편집이 개입된, 엄연한 하나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시인의 무수한 답변의 시도들을 한데 엮어, 새로이 일곱 개의 짧은 글로 간추려 낸 일종의 비평적 꼴라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릴케의 새로운 산문집을 엮어 낸 울리히 베어 교수는, 릴케의 모든 작품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릴케는, 삶은 어디까지나 “살아지는” 것이며, 따라서 삶은 숙고와 성찰의 대상이 아니고, 이해되거나 측량될 수도 없다는 명료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러한 간결한 답변을 얻기까지의 길은 순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며, 의식과 성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데에 관심을 쏟고, 개개의 상황이나 감정에 굴복하며, 무언가가 일어나게끔 놓아두기보다는 우리가 마주하는 사물과 사람들에 일일이 반응하곤 한다. 우리는 또한 스스로를 주변의 여러 사건들의 원인으로 간주하거나, 또는 대개의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명료하게 주어져 있다고 여기곤 한다.

이러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우리는 삶이 우리를 위한 것인지, 혹은 우리를 적대하는 것인지의 양자택일 속에서만 삶을 바라보게 되고, 결국은 삶이 갖는 진정한 폭과 경이로운 가능성들을 소홀히 하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릴케는 이 경이로움의 폭과 깊이를 헤아리는 것을 스스로의 과제로 삼았다.

  출판사 리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하는 시구로 알게 된 알렉산드르 푸슈킨만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한국인 독자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그의 시와 산문은 번역되어 우리는 그중 한두 가지는 접하거나 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시를 세계문학으로 이끌고, 지금도 유럽을 넘어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릴케 문학의 전모가 우리에게 충분히 알려진 것이라 할 수 있을까.

1900년부터 릴케의 원출판사가 되어 온 독일의 인젤 출판사에서 릴케의 시와 산문을 편집하고 영어로 번역해 오면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여 공로를 인정받아 온 울리히 베어 뉴욕대학교 교수가 엮은 릴케의 산문집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독자가 릴케 문학을, 그의 생에 대한 치열한 사랑과 성찰을 새롭게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 첫 번째는 ‘삶을 위한 일곱 개의 주석’이라는 부제가 붙은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등장하는 아련한 이름을 넘어, 니체와 프로이트 등 당대의 철학자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삶의 사색가이자 철학자 릴케의 진면목과 만날 수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그럼에도 깊고 단호한

“독일에서 시인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릴케를 떠올린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이 아니더라도, 릴케만큼이나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시인이 또 있을까? 이것은 비단 그가 세계문학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시인이었기 때문에, 혹은 그의 작품들이 우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결혼식 축사로, 졸업 축하 연설로, 각종 현판의 문구들로, 편지 말미의 장식이나 덕담으로, 도처에서 그의 언어를 셀 수 없이 마주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시인의 언어가 훼손된 것이라 개탄해 마지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릴케의 경우에 한해서라면, 그와 같은 우려와 탄식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다름 아닌 릴케 자신이, 이미 그의 글이 삶 속에서, 삶을 위하여 읽히기를 바랐던 까닭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그의 언어들이 전모를 이루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19세기 말 유럽의 한구석 프라하에 태어나 20세기 초를 누구보다 뜨겁게 살고 시와 산문을 써내려 갔던 그의 언어가 21세기 우리의 삶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삶의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면 그 무언가란 무엇일까? 단지 짧은 만남만으로도 젊은 카프카를 들뜨게 했던 시인 릴케를 우리는 같은 설렘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수많은 쉼표로 이어진 숨 가쁜 그의 산문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그럼에도 이 아름다움은 쉼표 하나를 두고 곳곳에서 가파르게 단호해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우선 미려한 문장을 기대하고 이 시인의 산문을 손에 든 독자는 이내 난감해지기도 한다. 시간, 혹은 시대의 간극일까?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 땅의 독문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술회되고 있듯이, 두 해 전 먼 이국 독일에서 작고한 허수경 시인도 그러했을 것이다. 감히 여기서 밝혀 두자면, 처음 이 책의 초벌 번역을 한 사람은 허 시인이었다. 그때까지도 죽음을 예감하지 못했던 시인은 답사 여행을 다니는 와중에도 릴케의 문장들을 모어인 한국어로 옮기고자 했다. 릴케의 숱한 글들을 재구성한 이 산문집의 번역은 탁월한 시인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거친 스케치와도 같은 초역 원고를 시인은 손수 다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책은 독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비평가에 의해 새로 번역되었지만, 이 책에는 어쩔 수 없이 허 시인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과 언어의 편에 서고자 했던……. 그럼에도 출판사는 허 시인의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옮긴이와 출판사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시인을 매료시켰던 릴케의 언어를, 때로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모호하고 복잡한, 아름답고도 깊고 단호한 릴케의 언어를 온전히 옮기는 일에, 그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저는 릴케 자신의 언어가 내포하는 세계는 물론, 그것을 발췌해 엮은 울리히 베어 교수의 사유와 더불어, 한국어와 독일어 사이에서 그만 멈춰 버린 허수경 시인의 마지막 시간들까지도 온전히 끌어안아야만 한다는 터무니없는 과제를 부여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말하자면 하나의 문장 안에 세 사람의 언어와 사유를 녹여내야만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움’의 존재는, 제가 이 책이 그리고 있는 길들을 더듬거리며나마 따라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유일한 빛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릴케의 문장 속에서 잃었던 길을 베어 교수의 생각을 헤아리는 와중에 찾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허수경 시인의 경계의 말들 속에서 불현듯 릴케의 음성이 공명하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는 조금씩 릴케가 이야기하고 있는 ‘삶’에, 모든 논리와 맥락을 단칼에 잘라내듯 갑작스레 짓쳐 드는,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저 당혹스런 요구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새로운 산문집―‘릴케의 가능성들’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삶을 위한 일곱 개의 주석 』은 1900년부터 릴케의 작품들을 출간해 온 유서 깊은 인젤 출판사에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산문집이다. 책은 단순한 잠언집이 아니며, 오랫동안 릴케의 문학에 깊이 천착해 왔던 엮은이의 사려 깊은 편집이 개입된, 엄연한 하나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을 구성하고 있는 일곱 개의 장들은, 말하자면 삶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시인의 무수한 답변의 시도들을 한데 엮어, 새로이 일곱 개의 짧은 글로 간추려 낸 일종의 비평적 꼴라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는 우선 이 책을 “릴케의 ‘가능성들”이라고 부른다. 이는 릴케 자신으로서도 이 책이 제공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메시지를 도저히 제시해 낼 수 없었으리라고 판단한 까닭이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은 릴케가 평생에 걸쳐 발표한 글들을 압축하고 요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들을 두루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었을, 오직 서로 공명하는 부분들만을 한데 모아 들여다볼 때에야 비로소 가능했을 새로운 사유를 제공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보기에 따라서는 릴케의 일부만을 제공할 수 있는 더없이 작은 구멍에 불과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릴케 자신조차 쉬이 보여 줄 수 없었던 내밀한 지점들을 드러내 보일 열쇠 구멍이기도 할 것이다. 엮은이인 베어 교수는 그가 뽑은 일곱 개의 소제목들을 통해 우리의 시선이 향해야 할 방향들을 앞질러 제시하고 있지만, 이 책의 책장을 덮을 즈음이라면, 그것들이 실제로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려 애쓰고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러니 만약 이 책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 볼 의향이 있는 독자라면, 잠언집을 뒤적이듯이 책의 이곳저곳을 훑기보다는, 다소간의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모쪼록 이 책을 하나의 완결된 전체로 여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넘겨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더 이상 릴케에 대한 불완전한 소개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릴케를 읽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소중한 등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만약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우리로서는 끝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면, 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만약 우리가 결코 사랑에 이를 수 없고,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죽음 앞에 무력하다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이 릴케의 새로운 산문집을 엮어 낸 울리히 베어 교수는, 릴케의 모든 작품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릴케는, 삶은 어디까지나 “살아지는” 것이며, 따라서 삶은 숙고와 성찰의 대상이 아니고, 이해되거나 측량될 수도 없다는 명료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러한 간결한 답변을 얻기까지의 길은 순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며, 의식과 성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데에 관심을 쏟고, 개개의 상황이나 감정에 굴복하며, 무언가가 일어나게끔 놓아두기보다는 우리가 마주하는 사물과 사람들에 일일이 반응하곤 한다. 우리는 또한 스스로를 주변의 여러 사건들의 원인으로 간주하거나, 또는 대개의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명료하게 주어져 있다고 여기곤 한다. 이러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우리는 삶이 우리를 위한 것인지, 혹은 우리를 적대하는 것인지의 양자택일 속에서만 삶을 바라보게 되고, 결국은 삶이 갖는 진정한 폭과 경이로운 가능성들을 소홀히 하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릴케는 이 경이로움의 폭과 깊이를 헤아리는 것을 스스로의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과제에 도전하는 것은 릴케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현존은 늘 수많은 좌절과 실패 속에 자리했으며, 때문에 릴케는 자신 또한 “삶이 제공하는 고통의 수업”을 반복해야만 하는, 특별한 재능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우리로서는 끝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 불가능성 때문에 우리의 삶은 가능해집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심지어 우리가 실제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조차도, 또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의 손아귀를 완전히 벗어난 채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릴케에게 있어 삶이란 철학적인 이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며, 삶이란 곧 우리가 계속해서 일으켜야만 하는 종교 너머의 기적이자, 우리를 계속해서?생기론이나 생철학을 넘어선 지평까지?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무언가인 것이다. 여기에서 시작하자.

삶이란 언제나 계속해서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고, 또한 이따금 우리가 삶을 이해했다고 착각할 때마다, 삶은 오히려 그 거리를 더욱 벌린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각각의 순간 속에서 삶이 제공하는 완전히 새롭고 생경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때에 따라서는 우리가 이제까지 붙들고 있었던 허망한 이해를 과감히 던져 버릴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셈이다. 우리가 삶의 어려움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은, 말하자면 막 움트기 시작한 싹눈 위에 버티고 있는 단단한 대지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들 아래에 웅크린 채로, 다시 말해 땅 속에 묻힌 채로 머무른다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든 이 어려움을 뚫어내려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려움은 이를테면 우리가 삶 자체에 대한 인식으로 들어서기 위한 입구이다. 삶이 우리에게 종종 강요하는 산만함은 말하자면 삶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와 같은 산만함의 존재는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체로 우리 삶의 거대한 전망을 도저히 견뎌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릴케에게 있어 삶에 도전한다는 것은, 우선은 삶 속의 모든 사물들과 사건들을 그들에게 알맞은 속도로 맞이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언제든지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사물들에 열린 태도를 고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릴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일생 동안 “미로 같은 덤불” 속을 기어 다니는 삶을 살면서도 생의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흩어져 있는 그 작은 사물들의 토대로부터 어떠한 전망을 거머쥐기 위해서, 결국 우리 안에 존재하는 저 “덤불”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기어이 그곳을 기어가려고 노력했다. 삶은 언제나 보다 깊은 층위에 스스로를 숨겨 두고, 우리가 저 깊이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삶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릴케는 무서울 정도로 넓게 펼쳐진 세계의 폭을,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진정 무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으로 여겼다. 삶이 우리를 끊임없이 놀라게 하고 압도하는 만큼, 우리는 그와 같은 삶 속에서, 다시 말해 삶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스스로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릴케의 가장 유명한 시들 중 하나일 「고대의 아폴로 토르소Arch??scher Torso Apollos」에서, 릴케는 특출한 조각가의 숙련된 솜씨에 상응하는 어떤 무시무시한 힘을 그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 간직하고 있는, 어느 머리 없는 고대의 대리석 조각상을 묘사하고 있다. 머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말미암아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감상자를 사로잡는 이 놀라운 조각상에 대한 릴케의 묘사는, 그러나 별안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구절로 마무리된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언뜻 이 요청은 그야말로 아무런 접점이 없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에 의해 별안간 일어난 이 단절을 통해서, 릴케는 차가운 대리석에 대한 자신의 저 묘사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감옥’으로 여기며 벗어나려 애쓰지만, 이 세계에는 여전히 위대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당신을 위로하려는 사람이, 당신에게 이따금 힘이 되는 그런 단순하고 소박한 말들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으리라 여기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삶은 분명 당신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난과 슬픔 속에 자리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당신에게 그와 같은 말들을 전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삶이란 변화입니다. 좋은 것이 곧 변화이듯, 나쁜 것 또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무언가로 받아들이려는 이의 태도는 지극히 옳은 것입니다. 그가 그것을 잊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만약 그가 다만 한순간이나마 그 곁을, 그 자리를, 그 분위기를, 그것이 일어났던 세계를 온전히 지켰다면, 만약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온전히 그의 안에서, 그의 중심부에서 일어났다면?그렇다면 그에게는 더는 두려울 것이 없게 됩니다.”

“당신은 어째서 당신 자신의 세계가 지닌 깊이로부터, 그 자체가 곧 일이며 지위이고, 또 직업이자 사명이라 할 수 있을 당신의 고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시는지요? 어째서 당신은 아직 아이였던 시절에는 놓치지 않고 있었던 현명하기 그지없는 행위인, 이해로부터 멀어지기를 한낱 반항이나 경멸로 맞바꾸려 하시는지요? 이해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곧 고독이 되는 법이지만, 반항이나 경멸은 다름 아닌 반항과 경멸이라는 그 수단들을 떨쳐 내기 위한 발버둥을 강요하는 귀결로 향할 뿐일 텐데 말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으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라이너로 고쳐 부름.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열아홉 살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뮌헨대학을 졸업할 무렵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데 참다운 안내자 역할을 해준 정신적 후원자였다. 이후 조각가 로댕의 문하생인 베스토프와 결혼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겼고, 《로댕론》을 집필하려고 부부가 번갈아가며 파리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별거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르네상스 회화에 눈을 뜨며 루 살로메에게 보내려고 쓴 《피렌체 일기》, 체코 민족 독립운동에 공감을 표한 단편집 《프라하의 두 이야기》, 루 살로메와 동행한 두 차례의 러시아 여행을 토대로 쓴 《기도시집》, 로댕의 영향으로 강한 조형성이 드러난 《신시집》, 하이데거 등이 자주 철학적 고찰의 대상으로 삼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비롯 《형상시집》, 《두이노의 비가》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말년에 병고에 시달렸으나 폴 발레리, 앙드레 지드 등 많은 프랑스 문인과의 교류는 끊이지 않았다. 1926년 스위스 발몽 요양소에서 백혈병으로 죽었으며, 나흘 후 소망하던 대로 발리스 벌판이 훤히 보이는 라로뉴의 교회 묘지에 묻혔다.

  목차

이 책을 읽게 된 당신께

내적 삶과 외적 삶을 하나의 울림으로 데리고 가기
삶은 변화입니다
질문을 살아가세요
운명의 놀이판
보잘것없는 사물들에 얼마나 많은 기쁨이 깃들어 있는지
삶은 어려운 것입니다
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엮은이의 말 /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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