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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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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539권.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고, 15년 뒤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한 이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해온 시인 이지아의 첫 시집. 시인은 이십대 초반 희곡 작가로 먼저 데뷔하였으나 시와 문학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본격적인 공부의 길에 돌입하였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남다른 이력만큼 시의 개성 또한 돋보여, 쉬운 말로 이루어진 시 안에 만만찮은 사유를 담아냈다. "의미의 포착에서 비켜서는 패러독스의 층위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조재룡)하는 이지아의 이번 시집엔, 의도하지 않음을 의도하고 특징짓고 싶지 않음을 감행하는 작품 66편이 묶였다.

도망하고 전복하며 세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시인은 "사랑하는 아이를 첨단의 도시에 버려두고 오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는 이지아의 시작(詩作)에 대한 입장이자 그의 깊은 열정을 은유하기도 할 것이다.

하여, 실용보다는 예술과 전위에 무게를 두었던 패션 용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를 문패로 삼고, 지상에 발붙인 채 세계 이면의 진실을 향한 모험을 계속해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신인의 패기에 우리는 매혹될 수밖에 없다. 시간과 장소를 해방하고 해석 불가능한 지점에서 활기차게 역동하는 이지아의 시를 만남으로써 읽는 이들은 시 읽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치밀하게 쌓아 올리고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과감한 신인
위태롭게 비틀고 뒤집어 진리를 겨냥하는 낯선 열정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고, 15년 뒤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한 이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해온 시인 이지아의 첫 시집 『오트 쿠튀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십대 초반 희곡 작가로 먼저 데뷔하였으나 시와 문학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본격적인 공부의 길에 돌입하였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남다른 이력만큼 시의 개성 또한 돋보여, 쉬운 말로 이루어진 시 안에 만만찮은 사유를 담아냈다. “의미의 포착에서 비켜서는 패러독스의 층위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조재룡)하는 이지아의 이번 시집엔, 의도하지 않음을 의도하고 특징짓고 싶지 않음을 감행하는 작품 66편이 묶였다. 도망하고 전복하며 세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시인은 “사랑하는 아이를 첨단의 도시에 버려두고 오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는 이지아의 시작(詩作)에 대한 입장이자 그의 깊은 열정을 은유하기도 할 것이다. 하여, 실용보다는 예술과 전위에 무게를 두었던 패션 용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를 문패로 삼고, 지상에 발붙인 채 세계 이면의 진실을 향한 모험을 계속해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신인의 패기에 우리는 매혹될 수밖에 없다. 시간과 장소를 해방하고 해석 불가능한 지점에서 활기차게 역동하는 이지아의 시를 만남으로써 읽는 이들은 시 읽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백지 위에서 활음으로 울리는 시의 에포케epoché

그것은 속도와 힘으로 가득한 것이다. 놀리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는 그 뒤에서 따라 했는지도 모른다. 가령 희망이거나 가능성. 아니면 상관없어 이런 말들

굴뚝을 돌아 다른 구멍을 찾아 헤맸는지도. 거짓을 믿어주는 승리자의 배려이고. 세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박수 치며 수박을 깨는 것도 괜찮지 싶다
- 「들판 위의 챔피언」 부분

형성하는 표면일 뿐, 보존과 진행은 풍부해지시며, 시든 풀을 들고 웃고, 묻고, 물어뜯고, 정지하고 시든 풀을 두고 가면, 거기는 어떻게 되는 거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누구의 짓인지 의논을 내리는 모의실험의 양상과 다시 거절의 구조가 시작된다 해도, 안 된다는 것은 밀폐의 수사가 아니다
- 「클래식」 부분

읽다 보면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의미소의 파편들. 순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끝내 길을 잃고야 마는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재룡에 따르면 이러한 무연(無緣)의 외관을 가진 문장들은 서로 교섭하며 ‘이상한 교신’을 흘려보내는 ‘트랜스의 가능태’이다. 조재룡은 “작품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무엇이 아니라, 시집 전반에서 다른 작품들과 모종의 교류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파편화된 문장과 의미가 서로 교섭하고 새롭게 짜이는 ‘트랜스로직’에 따라 다시 제자리를 찾아나가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시집의 서시인 「들판 위의 챔피언」에서 “속도와 힘으로 가득한” “그것”도, “굴뚝을 돌아 다른 구멍을 찾아 헤”매는 주체도, 미지의 대상이자 무한의 가능성으로 존재하지만, 시인은 하등 “상관없”어 한다. 이지아는 머금고 있던 본질을 깨뜨려,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는 데 집중할 뿐이다. 또한 「클래식」에서 볼 수 있듯 “안 된다는 것은 밀폐의 수사가 아니”라거나 “형성하는 표면일 뿐, 보존과 진행은 풍부”하다는 식의 이질적인 추상의 문장으로 채워가는 작업을 통해 판단 중지(에포케)의 상태에서 더욱 풍요롭고 활달해진 시의 경지를 보여준다.

모양 없는 흔적들이 이루어내는 부조리극

컨테이너 타고 기차 타고 창고를 털어, 마을버스 타고 손잡이에 기대 코 골기. 기대는 모든 것은 사귀는 것 같아. 같이 줄 서기. 대구에서 두 시간 동안 맛집을 찾아서, 이건가. 여기다. 우리가 찾던 곳. 신발장에 있는 신발들을 섞어놓는다. 슬리퍼를 찾는 동안 장화를 확인하기. 너는 핸드폰을 들고 멀리 간다. 여보세요. 출장이야. 출장은 일하러 멀리 가는 길. 나도 보고 싶지. 여긴 끝장이 아닌 길.
- 「벙커」 부분

홍학 저 친구는 인간들에 중독됐어.
클립 인간 없인 안 되겠지.
홍학 하지만 이제 그만 인간의 자리는 끝났으면 좋겠어.
클립 절대 권력이네. 오랫동안.
홍학 이 자연계에서.
클립 물러나야지.
홍학 (모직 코트에서 떨어진 단추를 보여주며) 어, 이게 여기.
클립 나도 한번 만져볼 수 있나?
홍학 참 예쁘군.
클립 빛나네.
홍학 구멍은
클립 고백인가?
홍학 여백이네.
- 「반인류를 향한 태양과 파동과 극시」 부분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각기 다른 위치와 입장에 선 주체들이 대화하고 엇나가는 부조리극이 넓게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소 희극적이고 엉뚱해 보이는 상황에서 본질에 대한 질문을 추구하려는 이지아의 시도는 무대와 관객을 분리해 감정 이입을 중단시키고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힘을 갖게 하려 했던 브레이트의 ‘소격 효과’에 충실한 듯 보인다. 대사와 지시문의 조합인 극시처럼 읽히거나(「벙커」), 혹은 극시로 조합된 장시(「반인류를 향한 태양과 파동의 극시」) 등을 따라 읽다 보면 공들여 지은 집을 단번에 허물어버리듯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시적 요소들이 모양 없이 흔적을 남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 시집이 교차하여 그려내는 궤적은 진리의 달을 겨냥하는 손가락의 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현실을 뒤집어 진실을 보아내는 당찬 시인의 출사표

어둠은 의자도 없이
잠시 머물 숙소에 커튼을 단다

남겨진 봄을 그리워하면서
마차를 끄는 아이와 헛간을 치우는 아버지의 대화가

어느 한밤의 농구공처럼
떨리고 굳건해지고

다음 주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지진과 화산도 일어나지만, 자연의 재앙이 한밤의 축복으로 들린다

아무도 우리를 둥지 속에 넣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여줄 수 없지만, 수염이 없는 턱을 만진다
- 「어느 한밤의 농구공에 대한 믿음」 부분

이렇듯 집요하게 구성과 체계에서 벗어나 무한히 변화해나가는 여정을 담은 이지아의 첫 시집은 시인의 창작에 대한 입장 자체를 대변한다. 농구공 같은 일상적 소재들의 리듬 속에서 전혀 다른 감각을 길어내는 시인은, “날것 그대로의 싸움을 견인해내는 전복의 힘”(조재룡)으로 본질을 관통해내고야 만다. 끝내 이 만만찮은 여정을 통과해낸 당신이 마주할 카타르시스의 세계는, 인간이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이리라 기대한다.

■ 뒤표지 글

하염없이 그것은 사고 같은 것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아침과 저녁은 이웃 나라 귀족의 신분이기도 하지. 어릴 적 나는 하얀 야생마의 눈망울을 보다가 280년의 세월을 보내고 몇 번의 전쟁과 혁명을 바꿔야 했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형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죽고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고 천 년이 흘렀을 때, 나는 내 눈알을 빼고 에스파냐인들이 잡아다 준 ‘다프아’라는 물고기를 끼워 넣었다. 눈 속의 좁은 공간 속에서 물고기는 그대로 굳었고 그때부터 나의 성에 마음이 펄럭이는 자들이 드나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이 되고 크리스토프 백작은 그들을 위해 최고의 음악가를 선별했다. 연주자들에게 누가 더 특별하게 음악을 분석할 수 있는지 처벌과 처우의 방법을 물어보곤 했다.
“나태는 나비입니까.”
“순순히 방해입니까.”
대부분 모호한 빌트족이던 음악가들은 웅얼거리다 몇 년을 보냈고, 하인들이 만들어준 붓꽃수프와 새들의 피를 마시고 호흡을 안정시켰다. 어느 날, 후세는 에피소드와 이론을 병행하며 연설했고, 전사들의 천국을 염려했으며, 피지배 국가는 훗날 협력 국가로 남기를 바란다는 영토의 신화를 믿었다. 지도자의 형식적 내용이란, 근본적으로 극적 설정을 취하나 경건하고 무심한 법으로 질서의 백 가지 내장을 동시에 나타냄으로써 미묘한 인간의 영역을 볼 수 있는 즐거움과 질김. JIA는 그곳에 결박되었다.

나는 신비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물질로 다시 태어났다. 해가 지워지는 호수를 보면서. 그리고 가판대 안에 철로 만든 팔을 넣어주고 떠났다. 나의 가판대와 자판기를 지켜주던 팔이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올 때 가끔,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램프를 들고 와인을 고르러 갔다. 차갑던 캔들은 죽어서 유리병이 되고자 했다. 서로의 안을 보고 싶었으므로. 역사나 감정을 보여도 괜찮은 마지막 밤이었다. 와인 병에 원산지가 적혀 있었다. 스페인 체코의 포도 축제를. 무겁고 떫은 맛을 아는 나라. 가볍고 달콤한 잔에. 새들은 여유 있게 나라를 고르면서 살고 싶었다. 와인 병들은 날개를 버린 새처럼 우아했고, 사람의 글을 읽지 않았고, 그것은 자신감 없는 물질이었으며, 언어들이 무엇인가를 끌고 갈 거라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 「캔과 경험비판」 부분

우리는 ‘『워킹』 13세 관람 불가’라는 잡지 사무실에 들락거렸다. 포스터 속의 프랑스 여자애는 눈이 핑크, 가슴이 풍풍, 거기는 오! 뷰티, 이름 앤 르 니, 길이가 a인 구간에. 크기는 상관없이 피팅, 파이팅.

가끔 김현정은 굳은 얼굴로 우리 학교를 찾아왔다. 의지 없이 서로와 지난날을 잊었다. 그 애는 모르는 삼촌과 몰려다니며 대상을 포착했고, 육체라는 긴장감을 씹었다.
- 「모델과 모델 친구」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지아

  목차

시인의 말

I Travail Prcieux
들판 위의 챔피언/초록 방/우리 앞의 악사들/전시회/못생긴 시에 대한 실현 가능성/치즈/의자야 일어나 거기서 일어나/내가 그런 것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자몽/어떤 유괴 방식과 Author/하얀 크림/어느 한밤의 농구공에 대한 믿음/캔과 경험비판/현대성/작은 화분

II Dfil de Mode
기체들의 교환/모델과 모델 친구/실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부터 J. S. 선구적인 이해를 넘어/파인애플에 대한 리뷰/지점토/스튜디오 k/사자를 타고 달린다/나는 절뚝거리는 바지들이다/감각은 어떻게 실패했을까/마취된 시간/알루미늄 시민들/개인전/대표적인 기술 형식으로 짜인 합성극/정면의 오후/먼저 행동하는 사람/도시는 나에게 필연적 사고 과정을 부여했다/클래식

III Slectionner
죽어가는 레티지아를 보는 것은 왜, 짜릿한가/라보나 킥Rabona Kick/개인전/스파클링/비와 빛과 물질과 이중성/여름 나무들은 계속 장발이 되었지/오전과 오후 내내/크기가 다른 밤/천국에서/내 동생은 쥐포를 먹으면서 죽었고 우리는 아무 전망 없이 발전했다/강장하무약졸(强將下無弱卒)/벙커/윤곽 있는 삶/오후 3시/장미와 도넛/파일럿의 휴가/오늘 이후로

IV Destin Tragique
협력과 반란/내구성/강당과 직선/우리가 나나를 나눠 먹을 때/내가 할 수 있는 일/기회 없이/친절은 오래된 주인/소금/포클레인과 계속 헤어지는 연인들/게시판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나의 부드러운 호두/개인전/피식거림, 예술적임, 확실한 콧구멍/요가/구성체/겨울 낚시

V. Soleil
반인류를 향한 태양과 파동과 극시

해설 이것은 (트랜스로직translogic), 현대성, 판단 중지(의-와의) 전쟁조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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