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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지도
기계와 매체의 존재론
갈무리 | 부모님 |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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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카이로스 총서 66권. 레비 R. 브라이언트는 그레이엄 하먼과 함께 휴먼주의적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객체지향 철학 운동을 이끌었고, 2009년에 "세계는 객체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그 운동의 논제를 가리키기 위해 '객체지향 존재론'(OOO, Object Oriented Ontology)이라는 용어를 고안하였다.

이 책 <존재의 지도>는, 최근에 확연해지는 기후변화의 국면에서 인간중심주의 및 인간 예외주의를 견지하는 근대성을 성찰적으로 비판함으로써 발흥한 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 존재론, 신유물론 등의 새로운 철학적 경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현대의 권력장=중력장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모든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존재의 지도>는 자연주의와 유물론을 당당히 옹호하는 한편으로, 이들 친숙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문화 자체가 어떻게 자연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이언트는 범생태적 존재론을 지지하는데, 요컨대 사회는 담론과 서사, 이데올로기 같은 기표적 행위주체들과 더불어 강과 산맥 같은 비인간의 물질적 행위주체들도 고려함으로써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생태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서 브라이언트는 새로운 기계지향 존재론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론적으로 잡식성인 이 책은 해체와 정신분석학, 맑스주의, 매체학, 객체지향 존재론, 신유물론적 페미니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생물학, 사회학 같은 다양한 분과학문에 기댄다. 이 책은 비인간과 물질적 존재자들에 참신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비판 이론과 사회구성주의의 가장 값진 발견을 통합하기 위한 틀도 제공한다.

  출판사 리뷰

세계는 온전히 기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레비 브라이언트는 이 책에서 사실상 두 가지 작업을 수행한다. 우선 브라이언트는, 하이데거에 기반을 둔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OOO)과는 달리, 들뢰즈에 기반을 두고서 “세계는 온전히 기계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기계지향 존재론’(MOO)을 제시한다. 세계의 존재자는 “입력물에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출력물을 생산하”기에 기계로 지칭되고, 따라서 조작 과정으로서의 기계가 강조된다. 그다음에 브라이언트는 기계지향 존재론을 바탕으로 하여 포스트휴먼주의적인 해방적 정치 이론의 틀로서 ‘존재지도학’을 전개한다.
존재지도학을 뜻하는 온토-카르토그라피(Onto-Cartography)라는 낱말은 ‘존재’를 뜻하는 ‘온토’라는 낱말과 ‘지도’를 뜻하는 ‘카르토그라피’라는 낱말을 합성한 용어다. 우리가 살아가는 억압적인 세계에서 해방할 탈출 경로를 구축함을 목적으로 삼는 존재지도학은 무엇보다도 세계를 구성하는 기계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관계들에 관한 ‘존재의 지도’를 제작하는 실천과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된다.

새롭고 아름다운 해방적 전환을 위하여
더욱이 브라이언트는, 세계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구조를 파악하려면, 기표, 의미, 믿음, 이데올로기 등 인간에게서 비롯된 관념적인 것들의 역능뿐만 아니라 비인간 사물의 역능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브라이언트는 관념적인 것들의 작용은 물질적 매체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주장함으로써 철저히 유물론적인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을 전개한다.
브라이언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탈출 경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개념적 도구들을 제공하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한국 독자들이 “새롭고 아름다운 해방적 전환을 이루는 데” 이 책을 사용하리라 기대한다. 일종의 정치적 플랫폼으로 기획된 이 책은, 하먼이 평가하는 대로, “사유를 촉발하는 책이자 해박한 지식을 담은 책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인간 사회는 인간과 비인간이 어우러져 구성된 회집체다
사회/문화는 자연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이른바 근대성의 이분화 사유 양식에 따라 대다수 사람은, 특히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기호, 담론, 의미, 믿음, 이데올로기 등의 비물질적인 것(무형 기계)들에 의해 조직된다고 여겨서 물질적인 것(유형 기계)들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적으로 유행하는 사태에 직면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사회적 관계가 바이러스라는 사물에 의해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 부닥침으로써 비인간 사물의 역능을 불쑥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사회/문화는 더 넓은 자연에 묻어 들어가 있는 생태임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물의 역능을 도외시한 철학은 정치적으로 무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심지어 이른바 유물론자로 자처하는 포스트모던한 문화적 유물론자들도 사물의 역능을 기꺼이 무시하고 담론적 존재자들에만 의거하여 사회를 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물적 행위주체들의 관계망인 물질적 조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권력 구조는 비물질적 행위주체에 의해 유지된다기보다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그 물질적 조건에 의해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물의 역능을 도외시한 철학은 정치적으로 무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확고한 ‘담론주의자’였던 브라이언트는 <심시티>라는 비디오 게임을 접함으로써 자신이 ‘강건한 유물론’으로 개종한 사건을 이 책에서 당혹스럽게 털어놓는다. 이를테면, “도로를 잘못 설치하면,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시민들이 화를 내게 되고 …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과세 기반을 잃게 된다 … 발전소를 잘못된 장소에 건립하면, 시민들이 화를 내고 아프게 되며, 그리고 떠나기 시작하고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여기서 브라이언트는 “개종자의 열정”을 품은 채로 사물의 역능을 온전히 고려하는 “뻔뻔스럽게도 소박한” 유물론에 바탕을 두고서 기계지향 존재론과 존재지도학을 개진한다.

기계는 ‘역능’으로 개체화된다
‘기계지향 존재론’에 따르면, 세계는 기계들로 이루어져 있고, 기계는 다른 기계들의 회집체(assemblage)다. 브라이언트가 객체 대신에 기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주체/객체라는 근대적 이항 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이면서 객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동적 작용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요컨대 기계지향 존재론은 인간/비인간의 간극과 격차를 없애버리고서 모든 기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등하다’는 의미에서의 ‘평평한’ 존재론을 수반한다.
여기서 기계는 “입력물을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출력물을 생산하는 조작들의 체계”로 규정된다. 그리하여 기계는 입력물을 수용하여 그것에 조작을 수행할 수 있는 내재적 능력, 즉 역능의 체계로 규정되는데, 브라이언트는 이런 역능의 체계를 “가상적 고유 존재”라고 일컫는다. 이런 역능에 의한 연쇄적 조작들이 기계의 내부에서 이루어지기에 기계는 “조작적 폐쇄성”을 갖추고 있는데, 요컨대 기계의 이런 특성이 기계의 내부를 규정함으로써 그 존재자는 별개의 것으로 개체화된다. 더욱이, 기계는 다른 기계들의 회집체라는 사실을 참작하면, 어떤 기계의 역능은 그 기계를 구성하는 다른 기계들이 맺는 관계들에 의해 창발되는데, 그런 관계를 내부관계라고 한다. 그 결과, 어떤 기계는 그 기계를 구성하는 다른 기계들과 그 기계들이 형성하는 내부관계들로 구축된 회집체다(예를 들면, 탄소 원자들이 형성하는 내부관계들의 구조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거나 흑연이 되고, 다이아몬드와 내부관계들의 구조가 같더라도 구성 원자들이 실리콘이라면 다이아몬드와 구별되는 실리콘 결정이 된다).
그리하여 기계는 엔트로피, 즉 해체의 위협에 대항하여 한 개체로서 존속하려면 그 회집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조작에 끊임없이 관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계는 곧 ‘과정’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각기 다른 두 기계가 개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맺는 관계는 외부관계이고, 당연히 외부관계는 내부관계와는 달리 해당 기계들에 비본질적인 것이어서 그 기계들은 당연히 그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객체지향 존재론은 전체론을 지향하지 않는다.

기계는 ‘국소적 표현’으로 현시된다
어떤 기계가 입력물에 조작을 가하여 생산하는 출력물은 성질과 활동, 물질적 생산물로 현시될 수 있다. 브라이언트는 이것을 “국소적 표현”으로 일컫는데, 그 이유는 입력물이 바뀜에 따라, 즉 주변 환경이 바뀜에 따라 해당 기계의 역능에 의한 생산물, 즉 표현이 바뀌기 때문이다. 여기서 반드시 인식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직접 지각하는 것은 어떤 기계의 역량이 아니라 그 기계가 외부로 현시하는 국소적 표현일 뿐이다(그리하여 어떤 기계의 고유 역량은 주변 환경이 바뀜으로써 변화하는 국소적 표현을 통해서 추론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대개 사람들이 그렇듯이, 현시되는 결과물만 갖고서 해당 기계의 역능을 절대 판정하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주변 환경과 더불어 그 역능을 판정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떤 기계의 국소적 표현이 일정하다는 것은 그 기계의 주변 환경이 일정함을 뜻한다. 더욱이, 어떤 기계가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는 어떤 입력물을 맞닥뜨림으로써 그 기계의 역능이 바뀔 수 있는데(가소성으로 불린다), 이때 그 기계는 되기를 겪게 된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저자가 <심시티>라는 비디오 게임을 실행함으로써 강건한 유물론자로 개종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세계가 다른 기계에 어떠한지를 탐구하는 ‘에일리언 현상학’이 필요하다
어쨌든 어떤 기계가 주변 환경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입력물은 한정되어 있기에 이런 특성을 그 기계의 ‘구조적 접속의 선택성’이라고 일컫는데, 어쩌면 그 기계의 감성으로 여길 수 있는 또 다른 역능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기계는 ‘구조적 접속의 선택성’과 ‘조작적 폐쇄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역능으로 개체화된다. 이런 ‘선택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기계들의 소통은 어김없이 어긋나게 되고, 따라서 세계가 다른 기계에 어떠한지를 탐구하는 ‘에일리언 현상학’이 필요하게 된다.
기계는 크게 비물질적인 무형 기계와 물질적인 유형 기계로 구분된다. “물질로 만들어지고 이산적인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며 일정 기간 존속하는 기계는 무엇이든 유형 기계”이고, 무형 기계는 “반복 가능성, 잠재적인 영원성, 그리고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공간적 및 시간적 위치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능력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모든 무형 기계는 ‘현세적’ 세상에 현존하려면 반드시 신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숫자라는 무형 기계가 이 세계에 현존하려면 “뇌 속에서 생겨나거나, 컴퓨터 데이터은행에 기입되거나, 연필 혹은 분필 등으로 쓰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브라이언트의 기계지향 존재론은 이 세상의 모든 기계가 신체를 갖추고 있는 존재자로서 현존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비환원적’ 유물론이 된다. 이렇게 해서 무형 기계와 유형 기계는 물질적 매체를 통해서 상호작용하게 되고, 따라서 기계지향 존재론은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존재의 지도』의 명령은 지도 제작, 해체, 그리고 대지형성이라는 실천이다.
어떤 회집체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 또는 행사하는 중력에 따라 기계들은 어두운 객체, 밝은 객체, 위성 객체, 희미한 객체, 불량 객체, 혹은 블랙홀 객체가 될 수 있다. 어떤 기계는 자신이 속한 조립체 속 기계들의 배치, 즉 중력 관계가 변함에 따라 이 객체에서 저 객체로 이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모와 어린 자식은 각각 밝은 객체와 그 궤도에 포획된 위성 객체가 된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밝은 객체는 ‘석유’로 상징되는 자본주의-기계일 것이다. 랑시에르를 좇으면, 정치란 ‘몫이 없는 부분’으로서 중력이 약한 희미한 객체를 나름의 중력을 행사하는 더 밝은 객체로 이행시키는 기획이 된다. 그리하여 존재지도학의 해방적 정치 기획이란 억압적인 회집체에서 중력 관계를 변환할 수 있도록 기계들의 배치를 전환하는 일이 된다.
정치 이론의 메타적 틀이자 하나의 실천으로서의 존재지도학 또는 지리철학은 해방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등의 물화된 추상 관념의 근저에 놓여 있는 회집체들이 실제로 회집하는 방식과 그 중력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지도학은, 우선 믿음직한 존재의 지도를 제작하고(지도 제작), 억압적 관계를 단절하거나 제거하고(해체), 새로운 해방적 관계를 구축하거나 추가하는(대지형성) 세 가지 실천과 관련되어 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서론, 두 개의 부로 이루어진 본문, 그리고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론에서 브라이언트는, 「유물론의 갱신을 위하여」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와 목적을 서술한다. 여기서 브라이언트는 ‘사물의 역능’을 도외시한, 사실상 관념론의 일종인 포스트모던한 문화적 유물론의 분석적 미흡함과 정치적 무능을 비판하면서 물질적인 것들의 행위주체성을 온전히 수용하는 ‘갱신된’ 유물론을 추구하게 된 국면을 개괄한다. 그리하여 인간 사회/문화는 비인간 자연에 매끈하게 묻어 들어가 있는 생태라는 포스트휴먼주의적인 생태적 시각(이른바 ‘기계지향 존재론’)을 바탕으로 물질적인 것들과 비물질적인 것들의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존재지도학’의 윤곽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이 철학적 이론서로 구상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인 ‘정치적 플랫폼’으로 사용되도록 저술되었음을 시사한다. 결국, 『존재의 지도』(존재지도학)가 지향하는 목표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함으로써 우리가 세계에 개입하여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임을 선언한다.
이 책의 본문은 각각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기계들」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존재의 지도』의 존재론적 틀로서 “세계는 온전히 기계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기계지향 존재론’이 제시된다. 여기서 브라이언트는 이른바 기계들의 존재 양식과 상호작용에 관한 독자적인 존재론을 ‘매체’와 ‘회집체’라는 개념에 의거하여 전개한다. 「세계들」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 브라이언트는, 기계지향적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세계 및 시공간의 구조를 탐구한 후에 인간이 포함된 ‘사회적 회집체’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치사상의 존재지도학적 틀을 개진한다. 여기서 『존재의 지도』의 명령은 지도 제작, 해체, 그리고 대지형성이라는 실천이라고 선언된다. 사실상 이 책에서 브라이언트는 “우리 자신이 그 속에 갇혀 있는 억압적인 회집체들에서 벗어날 ‘탈출 속도’에 도달하는 방법에 관한 물음과 씨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우리는 이른바 ‘객체지향 존재론’이라는 형이상학적 틀에서 도출될 수 있는 해방 정치적 기획의 일례를 목격하게 된다.
1장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에서는, 세계는 상호작용하는 기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 아래서 크게 물질적인 유형 기계와 비물질적인 무형 기계로 나뉘는 기계들의 종류가 개괄될뿐더러 기계에 관한 일반적인 편견이 교정된다. 여기서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간에 기계들의 상호작용은 어떤 기계 매개자 또는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이 제시된다.
2장 「기계란 무엇인가?」에서는 기계의 일반 존재론이 전개되는데, 요컨대 기계란 “입력물을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출력물을 생산하는 조작들의 체계다.” 그리하여 기계는 조작 능력, 역능, 즉 ‘가상적 고유 존재’로 개체화되고, 조작의 출력물은 주변 환경에서 주어진 입력물에 따라 변화하기에 ‘국소적 표현’으로 불린다.
3장 「에일리언 현상학」에서는 비인간 기계가 주변 세계의 다른 기계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동원되는 포스트휴먼주의적 현상학의 일종으로서 ‘에일리언 현상학’이 소개된다.
4장 「기계 회집체와 엔트로피」에서는 모든 기계는 다른 기계들이 회집하여 구성된다는 이른바 ‘회집체 이론’이 전개되는데, 요컨대 개체로서의 기계는 내부관계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통일된 회집체로 규정된다. 그리하여 기계는 엔트로피에 대항하여 존속하려면 그 통일성을 유지하는 조작에 끊임없이 관여해야 하기에 기계는 곧 과정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5장 「세계의 구조」에서 브라이언트는 세계의 구조를 탐구하면서 세계는 기계들의 외부관계들로 이루어진 생태이고 복수의 다양한 세계가 현존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세계의 세 가지 차원 중 두 가지 차원, 즉 ‘표현’의 세계(상징계)와 ‘내용’의 세계(물질계) 사이의 관계가 고찰된다(나머지 한 가지 차원은 상상계인데, 이는 현상학에 맡긴다).
6장 「시간과 공간의 토폴로지」에서는 존재지도학의 틀 안에서 이해되는 시간과 공간의 토폴로지적 구조가 탐구된다. 요컨대 브라이언트는 시간과 공간은 어떤 회집체 속 기계들의 배치에서 비롯되는 경로들의 네트워크로 간주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을 변용하여 그런 네트워크 구조가 그 회집체 속 권력의 조직 방식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어떤 사회적 회집체에서 권력의 구조를 바꾸려면 중력이 비롯되는 기계들의 배치를 바꾸는 실천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7장 「중력」에서 브라이언트는 사회적 회집체의 구조와 행위주체성을 다루면서 사회 이론과 정치 이론이 공유하는 권력이라는 개념을 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함으로써 사회적 회집체라는 생태를 중력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종류의 객체를 구분한다. 여기서, 브라이언트는 사회적 회집체에서 어떤 기능적 역할이 주어진 기계를 객체라고 지칭하면서 객체들을 어두운 객체, 밝은 객체, 위성 객체, 희미한 객체, 불량 객체, 그리고 블랙홀 객체로 구분한다. 이를테면, 해방적 정치란 발언권이 없는 ‘희미한 객체’로서의 기계를 나름의 중력을 행사하는 ‘밝은 객체’로 이행시키는 기획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주체 역시 기계에 주어지는 하나의 기능적 역할로 이해된다.
8장 「대지, 지도, 그리고 실천」에서는 ‘기계지향’ 정치 이론의 존재지도학/지리철학적 틀이 개관되고, 존재지도학적 실천의 세 가지 차원, 즉 지도학과 해체, 대지형성에 관한 논의로 마무리된다. 브라이언트는 각자가 처해 있는 세계 또는 회집체가 다르기에 무엇보다도 믿음직한 “지도를 제작해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부록 「『존재의 지도』 저자와의 문답」에서는 그레이엄 하먼이 묻고 레비 브라이언트가 답하는 인터뷰가 실려 있다. 예를 들면, 브라이언트는 <심시티>라는 “하찮고 실체가 없는” 비디오 게임을 맞닥뜨림으로써 독단의 잠에서 깨어나서 되기를 겪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철저한 유물론자임을 인정하고, 맑스의 탁월함을 찬양하며, 들뢰즈의 역할을 평가한다. 독자는 이 부록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

저자 인터뷰
● 아래 인터뷰의 전문은 『존재의 지도』 433~447쪽에 수록되었다.

그레이엄 하먼 : 저는 비디오 게임 <심시티 4>가 당신의 사유에 미친 영향에 관한 솔직한 논의가 좋았습니다. … 특히 그 게임과 관련된 어떤 부분이 당신의 사유를 그토록 깊이 형성했습니까?

레비 브라이언트 : 오랫동안 저는 비판 이론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특히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 아도르노의 문화 산업 분석, 푸코의 계보학, 그리고 데리다의 해체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오늘날까지 저는 여전히 이들 이론에 큰 신세를 지고 있고 제가 제시하는 존재론적 틀 안에 그것들을 위한 자리를 보존하려고 확실히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기표의 행위주체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다룰 수 없는 정치적 쟁점이 많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저는 사회적 세계가 온전히 기표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우주는 수사학의 꽃”이라는 라캉의 경구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행위는 기표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의미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심시티>는 이런 전제의 한계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흔히 그렇듯이, 제 말은 기호학적 전환, 수사학적 전환, 또는 언어적 전환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과장되었다는 것입니다. <심시티>는 사물 및 하부구조의 행위주체성과 더불어 그것들이 발휘하는 역능을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예를 들면, 도로를 올바른 장소에 건설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직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기업이 그런 지역에 오지 않기 때문에 도시 인근은 쇠퇴하여 죽기 시작합니다. 석탄이 저렴하기 때문에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는 도시 지역에 질병과 죽음을 초래하는 온갖 종류의 오염을 만들어냅니다.
<심시티>는 언어적 전환의 이론적 틀 안에서는 비가시적이었던 전적으로 다른 형태의 역능을 제게 드러내 주었습니다.

그레이엄 하먼 : 맑스에 대한 당신의 관계는 꽤 흥미롭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우호적이지만, 대다수 사람은 당신을 정통 맑스주의자로 부를 생각이 결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맑스주의가 세계와 관련하여 어떤 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어떤 점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까?

레비 브라이언트 : 맑스와 맑스주의를 구분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합니다. … 저는 맑스가 현대의 사회적 세계에 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본주의가 모든 사회적 관계의 지평이고, 따라서 자본주의의 동학이 모든 사회적 관계와 정치적 쟁점을 특징짓고 좌우합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아래서 생산과 분배, 소비가 작동하는 방식의 동학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의 강박적인 자본 추구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에 관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며 우리의 파괴적인 실천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이유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것은 반드시 자본주의를 다루는 것을 수반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사회적 세계의 고체성을 약화하는 방식과 99%의 구성원이 영구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싸우게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종교적 근본주의의 흥기와 인종주의의 당혹스러운 심화에 관하여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맑스의 탁월함은 ‘헤겔을 물구나무 세워’ 버렸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서 ‘헤겔’은 철학자를 가리키는 고유명사 ― 그렇기도 하지만 ― 가 아니라, 관념론자를 가리키는 유적 용어로 이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맑스가 또한 플라톤을 물구나무 세웠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념론자는 사회적 세계가 개념, 정신, 기표, 규범 등에서 비롯된다고 여깁니다.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관념이라고 관념론자는 주장합니다. 물론, 이 주장은 관념과 텍스트로 작업하는 사회이론가의 일반적인 계급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구두 수선공은 만물이 신발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자는 만물이 텍스트 혹은 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맑스는 일종의 사변적 실재론자였고 심지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가였습니다(당혹스러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라투르는 격렬히 반대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맑스는 생산 관계와 생산 조건, 세계의 물질을 변형시키는 물리적 활동이 사회적 관계들의 모든 차원을 특징짓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또한, 맑스는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와 기술이 우리를 좌우함으로써 어떤 형태들의 정동성, 인지, 육체적 역량 등을 부여하고 제약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슬프게도, 저는 물질적 세계에 대한 이런 집중의 많은 부분이 프랑크푸르트학파와 알튀세르 학파를 특징짓는 문화적 맑스주의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리학이 사회과학의 여왕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지리학이 세계와 사회적 관계를 최소로 탈물질화하면서 사회적 생태를 담론성으로 전환하기를 기피하는 사회 이론의 갈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인 이유는, 지리학은 사회적 관계가 항상 어떤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 묻어 들어가 있는 방식을 파악하고, 소통이 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전달 매체가 필요함을 인정하며, 물질적 세계의 지리적 양태가 사회적 관계가 취하는 형식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회철학과 정치철학은 더 지리학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 서론 : 유물론의 갱신을 위하여

자연 또는 존재는 단지 공장들, 즉 미시기계들과 거시기계들로 구성되어 있을 따름인데, 종종 서로 둘러싸는 이들 기계는 다른 기계들에서 물질의 흐름을 끌어들여서 자신의 조작 과정을 거쳐 그 생산물로서 새로운 형태의 흐름을 산출한다. 요약하면, 존재는 기계들의 집합체 또는 회집체다.
― 1장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을 향하여

‘에일리언 현상학’이라는 용어는 비인간 존재자들이 주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현상학의 일종을 가리키기 위해 이안 보고스트에 의해 도입되었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에일리언 현상학은 전통적 현상학을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다. 전통적 현상학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체험을 탐구하지만, 에일리언 현상학은 모기, 나무, 바위, 컴퓨터 게임, 기관 등과 같은 여타 존재자가 주변 세계를 맞닥뜨리는 방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 3장 에일리언 현상학

  작가 소개

지은이 : 레비 R. 브라이언트
미합중국의 라캉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 2020년 현재 텍사스주에 위치한 콜린 칼리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에 로욜라 대학교에서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분석한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 그 논문을 저본으로 하여 2008년에 『차이와 소여 : 들뢰즈의 초험적 경험주의와 내재성의 존재론』(Difference and Givenness : Deleuze’s Transcendental Empiricism and the Ontology of Immanence)을 첫 번째 저서로 출판했다. 그레이엄 하먼과 함께 객체지향 철학 운동을 이끌었고 2009년에 ‘세계는 객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운동의 논제를 가리키기 위해 ‘객체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OOO)이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2011년에는 들뢰즈와 라투르에 기반한 ‘존재자론’(onticology)으로 독자적인 객체지향 사상을 전개하는 『객체들의 민주주의』(The Democracy of Objects, 갈무리, 근간)를 출판했다. 또 21세기 초에 발흥한 대륙 철학의 새로운 실재론적 경향에 관한 독본으로서 『사변적 전회 : 대륙 유물론과 실재론』(The Speculative Turn : Continental Materialism and Realism)을 공동으로 편집하였다. 2014년에는 ‘세계는 온전히 기계들 또는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는 ‘기계지향 존재론’(machine-oriented ontology, MOO)과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으로서의 ‘존재지도학’(onto-cartography)을 제시하는 『존재의 지도 : 기계와 매체의 존재론』(Onto-Cartography : An Ontology of Machines and Media, 갈무리, 2020) 을 출판했다. 2006년부터 진지한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 회합 장소로서 <라발 서브젝츠>(Larval Subjects)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총서 편집자 서문 12
서론 : 유물론의 갱신을 위하여 17

1부 기계들
1장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을 향하여 36
2장 기계란 무엇인가? 67
3장 에일리언 현상학 91
4장 기계 회집체와 엔트로피 121

2부 세계들
5장 세계의 구조 172
6장 공간과 시간의 토폴로지 215
7장 중력 282
8장 대지, 지도, 그리고 실천 354

부록 ― 『존재의 지도』 저자와의 문답 433
감사의 글 448
참고문헌 450
인명 찾아보기 457
용어 찾아보기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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