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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민음사 | 부모님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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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 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피난민을 돌보며 전쟁의 상처를 수습하던 작가가 단 몇 주 동안의 휴식기에 써 내려간 이 작품은 비극적인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창작의 희열이 정점에 이르러”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미국 문단에서 젊은 여성의 성장을 다룬 최초의 본격 문학으로, 주인공인 ‘채리티’가 연인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성장의 요소로서 특히 여성의 성적 열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여성을 묘사해 미국 문단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출판사 리뷰

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이 쓴 성장 소설
미국 문단에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최초의 본격 문학

▶ 워튼은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다. ─ 《옵저버》
▶ 여성의 성적 열정을 솔직하게 다룬 최초의 작품. ─ 신시아 그리핀 울프(평론가)


/“사랑이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름』에서 /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번으로 출간되었다. 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피난민을 돌보며 전쟁의 상처를 수습하던 작가가 단 몇 주 동안의 휴식기에 써 내려간 이 작품은 비극적인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창작의 희열이 정점에 이르러”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미국 문단에서 젊은 여성의 성장을 다룬 최초의 본격 문학으로, 주인공인 ‘채리티’가 연인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성장의 요소로서 특히 여성의 성적 열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여성을 묘사해 미국 문단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감각적인 문장 속에 대자연의 성장과 여주인공의 정신적 성숙을 교차시킨 『여름』은 작가 워튼이 생전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문단의 우뚝 솟은 봉우리, 이디스 워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활약한 이디스 워튼은 미국 여성 작가들 중에서 순수 문학의 길을 걸은 최초의 작가다. 이 무렵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대중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작품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잊혔다. 하지만 워튼의 소설들은 미국 문학사에서 정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대표작 중 하나인 『순수의 시대』는 1921년 워튼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안겼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이디스 워튼이 재조명되면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이선 프롬』과 미국 본격 문학 최초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여름』 등이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1993년 전미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고어 비달은 “미국 문학이라는 산에서 이제까지는 헨리 제임스가 이디스 워튼보다 약간 위쪽 봉우리를 차지했지만 이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랑을 통해 현실에 눈뜨는 여성

“그녀의 새로운 자아가 신비롭게 펼쳐지는 것, 그녀의 오그라든 덩굴손이 빛을 향해 손을 뻗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 늘 사랑이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무엇이라고 생각해 온 채리티에게 하니는 사랑을 여름 공기처럼 밝고 싱그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름』에서

‘채리티’는 올해 열여덟 살의 여성으로 산에서 태어나 후견인인 ‘로열’ 씨의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 무렵 채리티는 노인에 가까운 로열 씨에게 청혼을 받고는 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채리티의 눈앞에 도서관장의 조카이자 대도시 출신 건축가인 ‘하니’가 나타난다. 무심하게 책의 위치를 묻다가 채리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잠시 할 말을 잃은 그의 모습에서 채리티는 처음으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서로에게 당연한 듯 이끌려 밀회를 즐기는 두 연인. 함께 있으면 여름밤 폭풍우도 두렵지 않은 그들이지만, 우연한 말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교육의 격차는 채리티를 주저하게 만든다.

채리티는 하니가 책의 위치를 물어볼 때 사서이면서도 책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 그리고 그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전에 채리티는 좋은 사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후견인인 로열 씨가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해 스스로 기회를 포기했더랬다. 그 선택 때문인지 또래 어떤 여성도 무지에 대해 무안을 느끼지 않지만, 채리티만은 좋은 교육이 갖는 힘과 그 부재가 의미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니와의 밀회가 깊어질수록 채리티는 신분과 계급 그리고 교육의 견고한 격차를 실감하며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본격 문학에서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한 ‘사건’

“『여름』은 한 여성의 삶에서 일어나는 성숙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성장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의 필수 요소로서 성적 열정을 노골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 -신시아 그리핀 울프(평론가)

미국 문학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이 성장 소설의 주인공인 작품은 많지 않다. 본격적인 성장 소설에 속하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여름』이 출간되고 무려 사십여 년 뒤에나 세상에 나왔다. 게다가 성장의 요소로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것은 20세기 초 본격 문학의 범주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의 잡지 편집자들은 이른바 ‘점잖은 전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으려 했는데, 이 때문에 토머스 하디는 『이름 없는 주드』의 원고를 수정해야 했고 남녀의 성애는 물론 음주마저도 금기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여름』이 고전 반열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은 단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솔직한 여성상을 그려 냈기 때문이다. 가령 채리티는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하니에게 휘둘리거나 유혹당하지 않는다. 남자의 달콤한 거짓 약속에 속아 사랑에 빠지는 인물도 아니다. 후견인인 로열 씨에게 청혼을 받고 강한 혐오감을 표현했던 채리티는 젊고 지적인 남성 하니의 매력에 빠져 기꺼이 그를 선택한다. 심지어 하니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사랑 없는 결혼을 요구하느니 호기롭게 그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이렇듯 자신의 욕망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를 성숙하게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의 탄생은 당시 독자들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안겨 주었다.

쌍둥이 소설의 탄생 ― 『이선 프롬』과 『여름』

/“왜 네가 나 같은 폐인을 쳐다보겠어? 다른 친구를 원하겠지…… 넌 네가 본 것 중에 최상의 것을 택했어…… 하기야 그건 나도 언제나 마찬가지였지만.” ―『여름』 중에서/

1911년과 1917년에 출간된 『이선 프롬』과 『여름』은 작가 워튼에 의해 자매편으로 간주되면서 흔히 문학적 쌍둥이로 불린다. 특히 두 소설 모두 뉴잉글랜드의 시골 마을을 그려 내고 있다는 점, 남녀의 삼각관계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꼭 닮았다. 『이선 프롬』의 주인공 ‘이선’과 『여름』의 주인공 ‘채리티’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인물이라는 점도 중요한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리적 한계 때문에 두 사람은 도시로 나가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고 끝내 좌절한다.

‘이선’과 ‘채리티’는 손바닥만큼 좁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로이 상대를 탐색하는 연애 과정을 생략한 채 애정 없이 이성과 맺어질 위기에 처한다. 이런 조건에서 두 사람이 외지 출신의 ‘매티’와 ‘하니’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도 모른다. 20세기 초 뉴잉글랜드 농경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회적 좌절과 성적 고립을 그린 두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화산처럼 살아 있는 사랑을 향한 욕망 앞에서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두 주인공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색인 카드가 있나요?” 상냥하기는 하지만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이 이상해서 채리티는 하던 일을 중단했다.
“뭐라고요?”
“글쎄, 그거 있잖아요…….” 그는 말을 멈췄다. 채리티는 젊은이가 자신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도서관에 들어와 근시안으로 내부를 살펴보는 동안 채리티를 도서관에 딸린 가구로 여긴 모양이었다.
채리티는 그가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할 말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미소를 지었다. 그도 미소를 지었다.

로열 씨와 채리티는 그 쓸쓸한 집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독의 깊이를 헤아리곤 했다. 채리티는 그에게 특별한 애정이 없었고, 눈곱만치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그가 주위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며, 자신이 그와 고독 사이에 놓인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동정할 뿐이었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요.” 자신도 놀랄 만큼 날카로운 목소리로 채리티가 말했다. “오늘 밤은 찬장 열쇠를 내줄 수 없어요.”
“채리티, 들어가게 해 줘. 열쇠를 원하는 게 아냐. 난 외로운 사람이야.” 이따금 그녀를 감동시키는 그윽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놀라서 심장이 마구 요동쳤지만 채리티는 경멸하는 말투로 계속 그를 막아섰다. “글쎄요, 그렇다면 잘못 생각한 거예요. 이 방은 더 이상 아저씨 부인의 방이 아니라고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디스 워튼
미국의 소설가. 1862년 1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가족 모두 유럽으로 옮겨가 몇 년간 지냈으며, 이때부터 워튼은 이야기를 즐겨 만들고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지낼 때 가정교사의 교육을 받았는데, 워튼은 당시 그 나이의 소녀들이 알아야 하는 예절과 패션 등에 대해 억압적이라고 느끼며 거부감을 가졌다. 열한 살 때 단편소설을 써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지만, 그녀는 딸의 글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어머니는 워튼이 결혼할 때까지 소설 읽는 것을 금지했고, 그녀는 이 지시를 따랐다. 1879년 워튼은 《뉴욕 세계》라는 잡지에 필명으로 시를 게재했으며, 사교계에 정식 데뷔를 하기도 했다. 1885년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했으나 이듬해부터 남편이 급성 우울증을 앓았고, 워튼 자신도 우울증과 천식으로 고생했다. 가든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던 워튼은 마흔 살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 레녹스에 있는 자신의 땅에 ‘더 마운트(The Mount)’를 직접 디자인했는데, 그녀의 디자인 안목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소설 몇 편을 완성했으며, 헨리 제임스 등과 함께 미국문학계의 인물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남편의 정신질환은 고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더 타임스》 기자인 모턴 풀러튼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이혼한 후로는 줄곧 유럽에서 지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워튼은 파리에서 실업상태인 여성들을 위한 바느질 작업실을 열었다. 같은 해 가을 독일군이 벨기에를 침공해 파리에 벨기에 난민들이 넘쳐날 때, 워튼은 이들을 위한 미국 호스텔 설립을 도왔는데, 이곳은 피난민을 위한 쉼터, 식사 및 옷 등을 제공했다. 이후 헌신적인 전쟁 구호 활동에 대한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15년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래드, 토머스 하디, 장 콕토, 월터 게이 등 유럽과 미국 예술가들의 에세이, 예술, 시, 음악을 표현한 『집 잃은 자의 책(The Book of the Homeless)』을 편집해 판매한 뒤, 그 수익을 전쟁 난민을 위해 썼다. 1920년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를 발표해 다음해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1923년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파리 교외에 정착한다. 193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기쁨의 집(The House of Mirth)』 『나무의 열매(The Fruit of the Tree)』 『이선 프롬(Ethan Frome)』 『암초(The Reef)』 『여름(Summer)』 자서전인 『뒤돌아보며(A Backward Glance)』 등의 작품을 남겼다.

  목차

여름 7

작품 해설 265
작가 연보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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