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48년 제3차 UN 총회에서는 망명권을 세계 인권선언문에 명시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인권선언문이 공표된 지 70여년이 흐른 지금, ‘망명권’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수천 명의 난민 연대 시위대가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인권 선진국’들의 대륙 유럽에서는 조금 안전한 모습일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 등으로 세계의 부조리를 날카롭고 분명하게 고발했던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 그가 이번에는 유엔 인권위윈회 자문위원의 자격으로 그리스의 난민 핫 스폿 레스보스섬에 방문하여 난민, 관리자, 책임자, 시민단체 등이 만들어내는 섬의 풍경을 담는다. 모든 관계 당사자의 목소리와 그가 직접 보고 들은 실상을 충실히 기록한 이 책은 난민 캠프 안에서 비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방관과 공포는 얼마나 전략적일 수 있는지, 이 비극은 어떻게 이용되어 이익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 섬』을 통해 독자들은 고통의 단면이 아닌 고통의 구조에 다가가 ‘난민’과 ‘망명권’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한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인권 선진국들의 대륙 유럽,
그곳에서 난민 망명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1948년 제3차 UN 총회에서는 인간의 망명권을 세계 인권선언문에 명시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이은 전쟁이 자신의 삶에 드리운 그늘을 매 순간 바라보아야 했을 사람들에게 망명권은 지난한 설득 없이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였을 것이다.
2020년 9월에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 캠프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캠프는 잿더미가 됐고 1만 2천 명이 넘는 체류자는 식수도 없이 밖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왔든 사람은 사람이다” 독일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난민 추가 수용 촉구 시위를 열었고, 독일 1500여 명, 프랑스 등 400여 명의 추가 수용을 결정했다. 인권 선진국들이 한데 모인 유럽에서는 ‘망명권’이 마냥 외면받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신호일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의 작가
장 지글러가 말하는 레스보스섬의 오늘
『인간 섬』은 우리에게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잘 알려진 작가 장 지글러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레스보스섬 모리아에 방문하여 그곳의 실상을 담아낸 책이다. 레스보스섬 모리아는 유럽 최대 난민 수용 캠프가 있는 곳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망망대해에 몸을 싣고 향하는 가장 첫 번째 도착지이다.
저자는 이곳을 가리켜 “유럽의 수치”라고 단언한다. 국경의 치안과 난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무기와 경찰견 등을 이용해 난민을 무자비하게 저지하는 해안 경비대, 가까스로 살아남아 육지에 발을 디디면 심사를 받게 되기까지 계속되는 끝 모를 기다림, 열악한 숙소와 식사, 그 과정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정신적 내상….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떠받드는 심각한 정치적 부패들이 있다. 유럽연합과 무기 제조?판매?거래상과의 유착, 지원금 혜택을 받고도 난민 저지에만 열을 올리는 국가들, 난민 재배치 계획의 무산과 일방적 거부, 이 모든 상황을 함구하는 무기력한 현장 관리자들…. 저자는 눈으로 담은 난민 캠프의 실상과, 직접 들은 현장의 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관리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전하며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모든 핫 스폿(난민 캠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며 즉각 폐쇄되어야 한다.”
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마을 원주민과 관리자 및 책임자까지
비극을 겪고 지켜보고 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낸 ‘설계된 비극’의 구조
난민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많은 자료들과 『인간 섬』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의 여러 관계 당사자의 목소리가 한데 담겨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 마을의 원주민들과 장 지글러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또는 오랜 동료로 만난 현장의 관리자와 정책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여다보며 독자들은 이 풍경을 도리 없는 고통의 단면이 아닌, 전략적인 방관과 과도한 공포로 설계된 고통의 구조로 이해하게 된다.
“스페인어로 모리아moria는 ‘그는 죽어 간다’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모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죽어 간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한 국제 적십자 위원회 마틸드 베이벨 지부장
유럽연합이 바라마지않는 ‘유럽 내 국경 폐쇄(를 통한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솅겐 협약)라는 목표를 위해 유럽 밖의 경계는 오히려 굳건해야 한다는 판단, 난민 구조와 국경 치안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며 무기를 드는 해안 경비대, 어느 평화로운 해변에서 마주하는 관광객들과 조난당한 난민들…. 이 책을 따라 난민 핫 스폿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에서 번갈아 보게 되면 이들 삶을 둘러싼 모순과 부조화가 더 뚜렷이 보인다. 절망 속에서 난민들이 삶을 포기하고, 좌절하고, 또는 의미를 찾고, 생활을 일구는 모습에서는 인간은 그 어떤 것의 부품이 될 수 없다는 새삼스러운 의식도 다시 환기된다. 비극이 설계되었다면 연대도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이 설계된 모습을 뜯어볼 수 있다면 연대를 어떻게 계획하면 좋을지 조금 더 자세히 드러날지도 모른다. 난민 캠프 안에서 비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 비극이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어 이익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난민’ 그리고 ‘망명권’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한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그리스의 무장 경찰들이 해안 순찰에 나선다. 그들은 바위틈에 그럭저럭 몸을 숨기고 있는 난민들을 색출해 낸다. 들킨 난민들에겐, 때론 어린아이들까지도, 수갑이 채워진다. 체포된 난민들은 파란색 대형 버스에 태워져서 수용소가 있는 모리아로 이송된다. (에메랄드 빛 레스보스섬)
2015년에 이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TV 채널 <유로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그리스의 해안 경비대는 무력을 사용해서 망명 신청자들을 태운 배들을 터키 영해로 쫓아냄으로써 이들 난민들의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이후, 실제로 푸시백 작전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양산했다. (푸시백 작전)
2019년 1월 15일,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바다에서 죽었다.(배 밖으로 튕겨져 나가 물에 빠진 걸까?) 아이를 태운 배는 당시 그리스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하레카지트≫지와의 인터뷰(2019년 1월 16일)에서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자들(터키 해안 경비대)이 밧줄로 우리가 탄 배를 자기들 배에 묶었습니다. 그러더니 우리 주위를 점점 더 빨리 돌기 시작했죠. 우리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푸시백 작전)
작가 소개
지은이 : 장 지글러
1934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장 지글러는 제네바대학교와 소르본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현재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국제법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실증적인 사회학자로, 인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저명한 기아문제연구자다. 대표작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인간의 길을 가다』 등이 있다.
목차
에메랄드 빛 레스보스섬
푸시백 작전
쏠쏠한 장사
‘불법 인신매매’
난민이 아닌 난민들
실패와 부패
올리브나무 숲
태풍
두 가족 이야기
지옥의 책임자
먹을 수 없는 식사
연대
위태로운 망명권
아이들
난민 보호의 역사
‘그는 죽어 간다’
공포 전략
부끄러움의 힘
옮긴이의 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