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 17권. 헤밍웨이와 더불어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피츠제럴드의 중.단편소설집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극적이었던 1920년대 ‘재즈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 사랑과 낭만을 생생하게 그린 8편의 중.단편소설을 실었다.
책에 수록된 8편의 이야기는 재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가씨의 춤사위처럼 흥미진진하지만 삶과 운명에 대해 던지는 철학자의 질문처럼 진중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피츠제럴드가 그린 1920년대 미국의 젊음은 2010년대 우리 사회의 젊음과 닮았다.
지위와 역할이 높아지는 여성, 장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껴안고 있는 남성들의 모습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독자들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을 통해 대중성과 문학적 울림이 이루는 완벽한 앙상블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헤밍웨이와 더불어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피츠제럴드의 중ㆍ단편소설집
최근 고전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는 가운데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5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어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랑 루즈]를 통해 화려한 영상미로 유명한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하고 [타이타닉], [인셉션]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때문에 원작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레미제라블]을 통해 ‘스크린셀러’의 위력을 실감한 독자들이 벌써부터 피츠제럴드 문학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로 선을 보인 『위대한 개츠비』(보물창고, 2012)도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최고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 사랑과 낭만을 생생히 그린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꼽힌다. 국내 독자들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피츠제럴드 문학에 관심과 애정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서점가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 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그는 평생 160여 편의 중ㆍ단편소설을 발표했던 단편소설의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번역된 작품집(완역본)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동시에 출간된 피츠제럴드의 중ㆍ단편소설집 『말괄량이와 철학자들』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더 많은 그리고 새로운 피츠제럴드 문학을 염원하던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두 책은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작품집인 『말괄량이와 철학자들』과 두 번째 작품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고스란히 우리말로 옮긴 완역본이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은 탄탄한 구성과 기발한 유머, 세련된 은유와 상징, 탁월한 반전이 묘미로 꼽히는데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로 마련된 『말괄량이와 철학자들』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이러한 특징과 매력을 독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독자들은 ‘재즈 시대’ 한복판에서 들려주는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를 통해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하기까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했던 그의 문학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편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와 감동으로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랑과 낭만, 고뇌와 방황이 충만했던 재즈 시대의 유쾌한 기록
1920년대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하여 부와 자유가 충만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허영과 이기주의, 고독과 상실감도 팽배해졌다. 전쟁을 겪은 젊은이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과 삶의 이정표를 찾지 못해 비틀거렸다. 당대 젊은이들은 당시 유행했던 재즈 음악과 춤, 흥청망청한 파티와 자유연애에 빠졌다. 피츠제럴드는 이 시기를 ‘재즈 시대’라고 일컬었다. 그리고 재즈 시대를 살았던 당사자로서 동시대의 젊음이 안고 있는 흥과 슬픔을 예리하게 조명하여 형상화했다.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은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거칠지만 그래서 순수하고 견고하진 못하지만 활기와 패기가 넘쳤던 초창기 작품 8편을 실었다. 이 작품집은 우선 경쾌하고 즐겁다. ‘말괄량이’로 대변되는 신여성상 플래퍼(flapper)는 피츠제럴드의 뮤즈이자 그의 문학의 핵심이다. 플래퍼는 술과 담배, 춤과 파티, 파격적인 옷차림을 즐겼고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으며 도발적이었다. 또한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위치를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거만하고 이기적이지만 자신을 납치한 해적에게 끌리는 아디타(「앞바다의 해적」), 고지식한 신동 호레이스를 유혹하는 생기발랄한 댄서 마샤(「머리와 어깨」), 사교계의 샛별로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긴 머리칼을 잘라 버린 버니스(「버니스 단발머리가 되다」) 등 다채로운 매력을 과시하는 여성들의 에피소드는 작품을 한층 생기발랄하고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에는 통통 튀는 말괄량이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당대의 남성들의 고민과 방황을 반영한 ‘철학자’들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전쟁 영웅이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절매는 델리림플(「델리림플 잘못되다」), 사랑을 위해 철학자의 꿈을 버렸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어 부인에게 기대는 호레이스(「머리와 어깨」) 등 현실의 괴리와 좌절 속에서 활력을 잃고 고뇌하는 남성들은 성공과 야망, 욕망과 환상, 물질문명에 대한 동경과 회의를 드러내며 경제적 부와 상실감이 충만한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이처럼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에 수록된 8편의 이야기는 재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가씨의 춤사위처럼 흥미진진하지만 삶과 운명에 대해 던지는 철학자의 질문처럼 진중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피츠제럴드가 그린 1920년대 미국의 젊음은 2010년대 우리 사회의 젊음과 닮았다. 지위와 역할이 높아지는 여성, 장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껴안고 있는 남성들의 모습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독자들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을 통해 대중성과 문학적 울림이 이루는 완벽한 앙상블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 주요 내용
F. 스콧 피츠제럴드는 20세기 100대 영문학 중 하나인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평생 160여 편의 중ㆍ단편소설을 발표한 단편소설의 대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극적이었던 1920년대 ‘재즈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 사랑과 낭만을 생생하게 그린 8편의 중ㆍ단편소설을 엮었다.
“날 데려가요.”
잎이 우거져 그늘진 야자나무 밑 풀밭에 함께 나른히 앉아 있던 어느 늦은 밤, 아디타가 말했다. 흑인들은 악기를 해변으로 가져왔고 기묘한 래그타임 소리가 따뜻한 밤의 숨결을 타고 나긋나긋 떠돌았다.
“십 년 후에 어마어마한 갑부에다 계급이 높은 인도 여인이 되어 다시 나타나고 싶어요.”
아디타가 덧붙였다. 칼라일은 그녀에게 휙 고개를 둘렸다.
“그럴 수 있소, 얼마든지.”
아디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청혼이에요? 호외요! 아디타 파남, 해적의 신부가 되다. 사교계 아가씨가 래그타임 연주자였던 은행 강도에게 납치되다.”
(중략)
아디타는 팔을 뻗어 그의 손을 쓰다듬었다.
“친애하는 커티스 칼라일 씨.”
아디타가 부드럽게 말했다.
“날 사랑하게 되었나요?”
“중요하다는 듯이 말하는군.”
“중요한걸요…… 왜냐면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거든요.”
“나와 결혼해 주면 좋겠어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팔을 뻗었다. 강렬하면서도 신중하게 그의 입에 키스했다.
“됐죠?”
“사랑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 키스한 다음 작게 한숨을 쉬며 안락의자로 몸을 던지더니 반쯤 드러누웠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 대는 바람에 몸이 흔들렸다.
(중략)
“그래도 안 될 이유는 더 있어요.”
마샤가 말했다.
“뭡니까?”
“어떻게 먹고 살아요?”
“내가 돈을 벌게요.”
“학생이잖아요.”
“문학 석사를 따는 데 조금이라도 신경 쓸 줄 압니까?”
“그럼, 나를 다루는 석사가 되고 싶어요?”
“맞아요! 뭐라고요? 그러니까, 아닙니다!”
마샤는 웃었고 재빨리 걸어가 그의 무릎에 앉았다. 그는 팔로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목 언저리에 키스 자국을 남겼다.
마샤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당신은 과격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그다지 논리적인 말은 아니네요.”
“오, 그 이성적인 태도 좀 버려요!”
“어쩔 수 없어요.”
“난 자동판매기 같은 사람들이 싫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발 입 닫아요!”
그리고 마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어서 귀만 쫑긋 세웠다.
“전 사교계의 흡혈귀가 되고 싶거든요.”
그녀는 태연하게 선언하고 찰리에게 단발머리가 그 전주곡이 될 거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그의 조언을 구하는 까닭은 그가 여자들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명상하는 불교도의 정신 상태만큼이나 여자의 심리에 대해 무지했던 찰리는 어쩐지 우쭐해졌다.
“그래서 결심했답니다.”
버니스는 목소리를 살짝 높이며 말을 이었다.
“다음 주 초에 시비어 호텔 이발소로 가서 첫 번째 의자에 앉아 머리를 자르기로 말이에요.”
버니스는 주변 사람들이 대화를 중단한 채 자기 얘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멈칫했다. 그러나 마저리가 일러 준 대로 아찔한 한순간을 넘긴 후 주변에 앉은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던 이야기를 끝마쳤다.
“물론 입장료는 받겠어요. 하지만 모두 찾아와서 격려해 준다면 앞자리 이용권을 발급해 드리죠.”
감탄 어린 웃음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고 그 웃음소리 밑으로 G. 리스 스토다드가 재빨리 몸을 기울이며 귓속말을 했다.
“지금 당장 특등석으로 예약하겠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12세 때 세인트폴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교지에 첫 단편소설 「나우 앤드 덴」을 발표했다. 15세 때 뉴저지주의 뉴먼학교에 다닐 때에도 교지에 세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18세 때인 1913년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해 연극 모임인 트라이앵글클럽에서 뮤지컬 코미디용 시극을 썼고, 나중에 비평가가 되는 에드먼드 윌슨과 시인이 되는 존 필 비숍 등과 만나 활발하게 문학에 대해 토론하며 습작 시기를 거쳤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7년 육군 소위로 참전했다. 병영에서 그는 틈틈이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편』을 썼는데, 전쟁이 끝난 뒤인 1920년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새롭게 등장한 세대, 즉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감수성을 탁월하게 그려냄으로써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피츠제럴드는 작가로서 크게 인정받으며 재즈 시대와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대변자로 일컬어졌다. 같은 해에 단편집 『말괄량이 아가씨들과 철학자들』, 1922년 장편소설 『아름다운, 그리고 저주받은 사람들』과 단편집 『거꾸로 가는 벤저민 버튼의 시간?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 출간됨으로써,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부와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피츠제럴드는 그의 아내 젤다와 함께 향락적인 사교 생활에 빠져 방탕한 나날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유럽에 머물며 1925년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완성했다. 피츠제럴드의 성격과 경험이 잘 녹아든 이 작품은, 대공황 이전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전후의 공허와 환멸에서 도피하고자 향락에 빠진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혼란을 예리하게 그리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피츠제럴드를 1920년대 대표 작가의 반열로 올려놓은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이후 피츠제럴드는 1927년 단편집 『모든 슬픈 젊은이들』을 출간했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고, 알코올에 의존하며 무질서하고 방탕한 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게 되었다. 1934년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 1935년 단편집 『기상나팔』을 발표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알코올중독과 병마에 시달리던 그는 1940년 장편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목차
앞바다의 해적
얼음 궁전
머리와 어깨
컷글라스 그릇
버니스 단발머리가 되다
성체강복식
델리림플 잘못되다
주먹 네 개
역자 해설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