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용우 장편소설. 소설은 어미를 잃은 길고양이를 외골수의 나이 든 자영업자가 잠시 거두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전개된다. 필요해서 채용한 것이 아니라 정부 시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채용한 직원이 버려진 새끼고양이까지 데리고 와 사업장에서 키우겠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마저 고양이가 불쌍하다고 역성을 들자 인정머리 없는 사장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곧 봄이니 한 달의 유예기간을 준다고 한다.
주인공은 새끼고양이와 여러 사건을 겪으며 봄을 지나 더 많은 계절을 함께하게 된다. 성체가 된 고양이가 슬쩍 사업장을 나가 길고양이 무리에 끼었으나 집단 공격을 받고 돌아오고, 다시 나갔다가 취객에게 장기가 손상되도록 해코지를 당하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 성가신 존재로만 여겼던 고양이였는데 마음을 여는 과정을 거치며 동물들을 키우는 것에는 관심도 애정도 없던 주인공이 변하게 되는 내용이다.
출판사 리뷰
애완동물들을 위한 사회제도의 정착은 제도 밖의 존재를 공식화한 것이며 이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사회적 문제의 대상이자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하는 잉여의 존재다. 길고양이 수가 68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야기되는 여러 문제로 개체 수를 줄이려 하는 곳도 있고 공생의 의미로 길고양이 보호 조례를 발의한 곳도 있다. 이러한 현실이 김용우 작품 속에 내재화 되어 작품의 서사를 추동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작품 <오나비>를 주인공의 관점에서 읽고 사회의 약자된 구성원으로서 혐오와 측은함 사이에서 숨어 사는 길고양이들을 돌아본다.
녀석이 느끼는 감정이나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오나비는 바깥 세계였고, 나는 늙어가는 현실 세계였다. 양면의 현실이 맞물려 녀석의 본능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깊은 생각에는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가 아닌 이성과 맞물린 자연 현상이 함축되어 있었다. 녀석이 하루빨리 제 자리를 찾아 나가길 바랐다.
마지막 가을비가 주르륵 내리던 날 오나비의 외출이 상상외로 길어졌다.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동안의 짧은 외출이 길고양이들과의 교두보를 확장해 나갔을 수 있었다. 어쩌면 본연의 자리에 거의 안착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직전에 사라진 녀석이 해거름이 되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컴컴한 계단 밑에서 가녀린 신음을 느꼈다. 소음이 차단된 지하실 계단이 아니었다면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기척이었다. 흐릿했던 두 발짝 계단 밑에 오나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오나비 앞으로 다가선 동철이는 빳빳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계단 한편에 사지四肢를 늘어트린 채로 내팽개쳐져 있었다. 온 전신에는 노폐물이 휘감겨 고약한 악취만 진동했다. 눈알이 감겨 있었고 네 발을 완전히 늘어트려 놓은 상태에서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듯한 몰골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용우
전남 함평군 대동면 아차동에서 태어났다. 10살 나이로 소년가장이 되었다. 1973~1976년 2사단 노도부대에서 전역했으며 1979년 미장으로 중동(사우디 주바일과 쿠웨이트 현장)에서 일했다. 2017년까지 자영업에 종사했다. 작품집 <<미쟁>이들> <노도부대와 영농병> <여섯 색깔 무지개> <스물여섯 살의 아픔> <오나비> 출간.
목차
오나비 _ 004
책을 덮기 전 만나는 작가 _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