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파트라는 공간, 여자들의 세계, 이웃과 관계 맺기에 대한 생생한 현실고증과 성찰을 담은 책이다. 서린 작가가 구축한 세계로의 첫 초대, 신작소설 「아파트 여자들」. 위로보다는 현실직시와 단단함을 처방하는 소설이다. 관계라는 숙제를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줄 책이다.아파트가 많지 않던 시절은 어땠을까? 그 때도 인간관계는 힘들었을 것이다. 모이는 집에서 늘 모이고, 서로를 험담하고 미워하다가, 내편이 되었다가 틀어졌다가 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환멸과 경멸로 진저리치다가도 또다시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곤 했을 것이다. 소속감과 유대관계를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이다. 모든 개인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교류를 이어가고 나의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공유하며 살아간다. 징글징글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이야기하고, 회복하고, 맞서 싸우고, 씩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기가 선택한 장소에서 스스로 위태로워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_ 저자의 말 중에서
그래, 맞아! 이게 행복이지! 아파트 조경 전문가가 심어 놓은 균형 있는 꽃밭은 아니지만 알록달록 저마다 지 잘났다며 뽐내듯이 피어 있는 들꽃들과 얼큰한 김칫국이, 낯선 이방인인 나를 응원해 주는 거 같아 눈물이 핑 돈다.
어머니는 5남매 먹이고 재우고 하숙생들까지 돌보며 혼이 빠질 듯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동네 여자들은 그것마저 샘이 났는지 온갖 시기 질투가 심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노랗게 익은 늙은호박을 가져 오셨다. 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낸 다음 찹쌀가루를 넣고 푹 끓여 동네 여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앞에서는 반기며 맛있게 먹고서는 뒤에서는 다시금 욕한다. 계집애들 공부 가르쳐 뭐하냐고 말하는데 오기가 생겨 야박한 여편네들 보란 듯 딸들 모두 고등학교까지 보내게 되니, 이번에는 지독하네, 남편이 빨갱이였네, 정부가 있다네, 남자 잡아먹은 팔자 어쩌고저쩌고 흉을 그렇게 보았다. 그 아무리 강철 심장을 가졌어도 몸과 마음이 고장 안 나는 것도 이상하다. 고생만 하셨던 어머니는 내가 스물셋 되던 해에 말기 암 선고를 받았다. 단 3개월밖에 살지 못하신다는 기가 막히는 소식에 어머니는 나와 막둥이를 부둥켜안고 밤새 울었다. 울다 또 울고 그러다 어머니 품에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순이야. 너는 네 인생 멋지게 살아야 한다. 여자라고 못할 거 없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린
대학에서 미술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15년간 서울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회사의 사내도서관을 이용하며 작가의 꿈을 그려나갔습니다. 현재는 가족경영회사 전기공사 건설업의 대표자로 근무 중이며 「광남」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