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3년 3월 28일 한국사에서 처음 보는 기도이자 순례가 시작되었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4대 종단의 성직자인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가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비폭력 저항이자 묵언의 대안 제시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삼보일배’는 65일 동안 서울 광화문까지 322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졌다.2008년 9~11월과 2009년 3~6월에는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기치로 내걸고 124일 동안 날마다 천 배를 올리며 지리산 노고단에서 계룡산을 거쳐 임진각 망배단까지 355킬로미터를 오체투지했다. 이 책은 ‘눈 먼 시대’와 문명 앞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한 사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에 대한 꼼꼼하면서도 생생한 기록이다.갯벌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 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경이로운 생명의 땅입니다. 또한 해일과 태풍이 오기 전에 모든 생명체에게 재해를 예감하게 하고 자연의 파괴력을 완화하는 은혜로운 땅입니다.
우리는 정말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고 오로지 바다에 나가 조개 잡아먹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데 새만금 공사 소리가 조개 잡는 곳에서 들리는데 그 소리를 듣기만 해도 죽을 것 같습니다. 바닷사람은 바닷가에 살아야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십여 년이 넘게 벌어지는 저 소리 없는 총성과 떼죽음, 그리고 제발 전쟁을 중단해 달라는 이라크 양민들의 피어린 호소를 함께 가슴속 깊이 품고 이 길을 떠나겠습니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면, 소리 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귀함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참혹한 전쟁도, 저 터무니없는 죽음과 공포의 행진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