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은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1호 『림: 쿠쉬룩』(천선란 외 6인), 2호 『림: 초 단위의 동물』(서이제 외 6인), 3호 『림: 옥구슬 민나』(현호정 외 5인)에 이어, 문학웹진 LIM에 연재하며 사랑받은 다섯 편의 신작을 네 번째로 모았다.『림: 잃기일지』에는 김서해, 박소민, 이선진, 최미래, 한요나 작가와 정우주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상실과 결핍을 계기로 한데 모여 싸우고, 흘러가며, 세계를 끌어안는 이들의 이야기. 하나로 결속되기보다 어디로든 흩어지겠다는 결심이자,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있는 세계에 삶의 흐름을 내맡기기로 하는 첫걸음.다섯 소설 속 존재들은 자신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짐으로써 다시 조직되며, 그 변형이 남긴 자국과 흔적을 만져 보고, 끝내 중첩되는 이질화를 생의 조건으로 삼아 ‘나’보다 남에 더 가까운 스스로와 관계 맺고 살아가기를 선택한다.정말로 이것저것 다 안다면 소희는 아마 하나를 알 때마다, 정확히는 노인에 대해 한 가지를 알게 될 때마다 우리를 포기하고, 조금 더 혐오하고, 무신경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를 잡고 있던 손에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는 것 같다. 너 어디 가니? 왜 손을 놓아? 하면 그저 ‘안 놨어요, 미끄러졌어요.’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것 같았다.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못하는 영은 사람을 이루는 조각을 좋아하기로 했다. 삼키면 몸의 일부가 되는 것. 잘게 부서져 뼈에, 혈관에, 조직 곳곳에 스미고 흘러서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온전히 존재한다고도 할 수 없는 것. 왜 하필 옥수수야? 솔은 물었던 것 같다. 구황작물 중에서 유일한 주요 작물이라서. 뭐가 주요 작물인데? 영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싸고, 영양분 많은 거. 막 키워도 안 죽고 살아남아서, 많이많이 먹여 살릴 수 있는 거.
마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같았다. 마음이 변했어, 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은 그 자체로 변하는 것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딴마음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내리고 흩날리고 녹고 더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눈 같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앞으로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내리고 흩날리고 녹고 더러워지기를 반복할 눈을 보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미래
초, 중, 고 계주 달리기 선수 출신으로 여전히 울면서도 잘 뜁니다.소설집 『모양새』 『녹색갈증』이 있다.2024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지은이 : 한요나
소설과 시를 쓴다.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시집 『연한 블루의 해변』이 있고, 소설 단행본으로는『오보는 사과하지 않는다』 『17일의 돌핀』 등이 있다.
지은이 : 이선진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가 있다.
지은이 : 김서해
내가 되지 못한 것들, 나,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섞어서 소설을 쓰고 있다.2023년 앤솔로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단편소설 「폴터가이스트」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장편소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와 단편소설 『라비우와 링과』가 있다.
지은이 : 박소민
2023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떠오르지 않으려고」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작 제목처럼 땅에 발을 붙이고 또각또각 산책하듯 글을 쓰고 싶다. 아주 오랫동안…….그러다 어느날, 나를 아무도 모르는 하늘로 두둥실 날아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