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한 줄의 카피에 응축된 ‘고민과 성장, 웃음과 분노, 좌절과 희망’을 이제는 펼쳐내 본다
●● TBWA 카피라이터, 무신사 마케터 그리고 29CM 헤드 카피라이터가 되기까지… 삶을 지탱한 일과 딴짓 이야기
●●● 제 몫을 다하려 애쓰는 모든 직업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이야기, “나는 나, 너는 너, 일은 일”
●●●● TBWA 유병욱 CD,《MIX》 브랜드보이,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의 진심 가득한 추천사
2030을 주 타깃으로 무신사가 운영하는 셀렉트숍 29CM(이십구센티미터). 소위 ‘힙’하다 하는 브랜드들은 몽땅 29CM에 입점한다. 그리고 이곳에 홍보되는 제품의 크고 작은 문구는 모두 카피라이터의 몫이다.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 오하림은 하루에 200개의 배너 문구를 쓰는 일, 문맹률 0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글을 가지고 먹고사는 일을 한다. 이는 잘 하면 본전, 1개의 오탈자만 있어도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허무의 경계에 있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늘도 한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단어를 신중히 골라 공들여 탑을 쌓는다.
11년 차 카피라이터 오하림 직업 에세이 《카피라이터의 일》에는 카피라이터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일, 수면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았던 카피라이터의 일, 그리고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불안, 번아웃, 확신과 의심 등)을 담았다. 더불어 책에는 4.5만 팔로워 페이스북 계정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와 5.8만 팔로워 계정 〈도보마포〉를 기획하게 된 비결을 함께 적었다. 더불어 성실하고 단단하게 일하는 n명의 카피라이터들에게 묻고 들은 ‘일에 관한 다양한 답’도 수록했다. 카피라이터들의 인생을 지탱하는 한 문장은 무엇일지, 일을 하며 힘들게 한 것과 버티게 한 것은 무엇일지 등 한 시대를 함께 건너고 있는 동료 직업인들의 유쾌하고 유머 섞인 제각각의 답변을 들어보자.
“전략적 메시지로서의 글의 유용함과, 또 글이라는 막연함에 대한 고민과, 글이라는 도구를 계속 써나갈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카피라이터의 일》에는 쓰는 비결, 쓰고 지우는 직업인의 고충, 그럼에도 제 몫을 해나가는 데에 얽힌 희로애락을 담았다. 그리고 이 도서는 흐름출판의 직업 에세이 ‘닻[dot] 시리즈’의 첫 책이다.
“한 줄의 카피는 고민과 성장, 웃음과 분노, 좌절과 희망의 합”
그리고 이제는 그 한 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 보이려 한다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크게 외치는 전달자,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 카피라이터. 하지만 11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은 말한다. “카피라이터가 무슨 일을 하냐 물으면 당연히 첫 번째로 쓰는 일을 한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지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브랜드 입장에서는 세상의 온갖 좋다는 수식어를 다 붙여도 모자라다. 하지만 카피라이터는 “읽는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읽는 이의 에너지를 고려해, 쓰고 지우고, 거르고 적어, 응축하여 한 줄의 슬로건을 탄생시킨다.
브랜드와 제품에는 고유한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에 숨은 사랑스러움을 찾아내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최고의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 출시가 늦어진 브랜드에는 “느리게 그래서 제대로”라고, 사소해 아무도 모를 법한 장점에는 “작지 않은 디테일”이라고, 의심이 들 정도로 저렴한 제품에는 “최고의 가성비”라고 크게 외친다. 이처럼 《카피라이터의 일》에는 제품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싸매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은 1등에게는 1등만의 이야기가, 꼴등에게는 꼴등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한 줄로 알려주기 위해 애써 왔다면, 이제는 한 줄에 얽힌 고민과 성장, 웃음과 분노, 좌절과 희망의 합을 풀어내 보인다.
손이 아닌 발로 쓰는 문장, 그리고 녹음실에서 하는 디렉팅…
수면 아래 있어 누구도 몰랐던 카피라이터의 일흔히 ‘카피라이터’라고 하면 의자에 진득하게 앉아 활자와 씨름하는 뒷모습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카피라이터의 일은 책상 밖에서도 일어난다. 하나의 광고 캠페인에 들어가는 슬로건부터, 광고 배너에 들어갈 카피 등이 책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 슬로건을 누가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디렉팅하는 것까지 카피라이터의 일이 된다. “따뜻한 느낌 혹은 도시적인 느낌의 성우, 캐릭터 연기를 잘하는 성우, 혹은 10대의 목소리, 50대의 목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는 성우”를 선정하는 일부터, 끝 음을 어떻게 처리하고 톤을 어떻게 할지 등의 디렉팅까지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이뿐인가. 가만히 앉아 고민하기보다는 발로 뛰어 더 나은 한 문장을 위해 나설 때도 많다. 게임 의자 홍보를 위해 몇 십 년 만에 PC방에 가 게이머가 되기도 하며 상조 회사 홍보를 위해 ‘고객의 후기’를 샅샅이 뒤지기도 한다. 이처럼 수면 아래에 있어 티 나지 않는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카피라이터라는 업을 살펴본다.
“나는 나, 너는 너, 일은 일”
일을 오래하기 위해 회사와 거리를 둔다11년째 직업인으로서 먹고사는 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동안 참 많이도 울고 웃었다. 운 좋게도 멋진 선배, 동기, 후배들만 골라 만났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지만 멋진 선배들과 일하며 무너진 날도 많았다. 프로를 보는 아마추어의 마음이란. 하지만 이제 직업인 오하림의 일은 조금 심플해졌다. 일이든 사람이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 틈 사이로 바람이 불도록 두니 관계는 쾌적해지고 묵음 곰팡이도 사라졌다.
사회초년생이던 때 일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회사의 날씨에 기분이 좌지우지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은 때도 있었다.
“비가 오면 온몸으로 맞아 옷이 다 젖도록 만들었고, 천둥이 치면 칠 때마다 무서워하고, 쨍쨍한 날씨가 마냥 좋은 줄만 알고 바라보다 까맣게 타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니 회사의 날씨가 곧 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죠. 일이 곧 제 기분이 되었고 일에 끌려다니는 인생을 한동안 살았습니다.” _ 본문 중에서
하지만 이제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 더욱 일을 사랑하기 위해 일과도 사람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 또한 즐겁게 그리고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해나가는 선배들에게 혼나며 배운 것들이다. 나의 인생은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의 날씨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 《카피라이터의 일》에는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비가 올 때 빗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던 한 직업인의 숱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을 담았다.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모르기 때문에 놓지 못하고, 어렴풋이 닿을 것 같기에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한 직업의 11년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이 일은 어떤 식으로든 알게 모르게 나의 생을 지탱하고 구원해 주었다는 것입니다(물론 절망까지도 데려다주긴 했습니다). _ 〈들어가는 글〉 중에서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주세요.”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카피라이터의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 가사로 대답하겠습니다. 결국 카피라이터는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주세요.’ ‘이 제품을 구매해 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한번만 눌러보시면 안 될까요?’라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는 절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겠죠. 그래서 카피라이터는 브랜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브랜드가 할 법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사랑해 달라는 뻔한 말이 아닌 단어로 이야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_ 〈카피라이터의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