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신유보에게 빈집은 비어있는 상태보다 비어낸 상태에 가깝다. 비어있든 비어냈든 빈집도 집이 될 수 있고, 솔직한 이야기로 자신을 마음껏 비워낸 사람도 사람일 수 있다. 자신을 텅텅 비워낸 사람을 빈집이라 부를 수 있다면 빈집을 이뤄내기 위해 비워낸 심경은 공명일 테다.신유보의 공명은 새로운 울음이자 환호이다. 세상을 향한 가장 투명한 고백이자 무구한 솔직함이다. 우리는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봄(look)으로써 느낄 수 있지만, <빈집과 공명>은 부재의 상태에서도 가득 찰 수 있다는 것을 이해(see)할 수 있게 돕는다. 채워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틈을 내어준다.세상을 이해할 수 있음과 이해할 수 없음, 두 갈래로 나눈다면 비어있음은 언제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여성, 한 사람, 한 세계를 거듭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하고 싶은 말은 늘 많다. 할 수 있는 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심을 털어 놓는 얼굴에서는 낡은 의자 다리 소리가 난다. 삐걱삐걱. 그 소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눈을 질끈 감으면 소리 대신 눈물이 떨어진다. 눈물은 자주 진심보다 덜 추하다. 꽤 확신에 차서 말하지만 실은 내가 틀리길 바라고 있다.「자주 우는 사람의 마음」 중에서
어수선한 구름. 거짓말이라고 비유할 만한 모든 현상을 닮아버린 것 같다. 내가 통과한 사건들. 무뎌지고 납작해진 것처럼 굴지만 결국은 더 예리해진 부분을 숨기다 스스로 다치게 되는 일들.「매일 서글픈 날씨」 중에서
나는 인간을 싫어하지만 사람은 좋아한다. 이게 얼마나 슬픈 말인지 이해된다면 유감이다.내게 인간이 본질에 가까운 말이라면 사람은 현상을 닮은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좋다. 변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고 흐를 수 있고 반짝일 수 있고 흔들릴 수 있고 뒤돌아 볼 수 있다. 날씨이고 행진이고 눈물이고 주사위고 배웅이다. 그런 것에 고집이나 자기애 따위의 인간스러움이 끼어들 틈은 없다.「인테리어 interior」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유보
잘 미루는 사람. 주로 시, 또는 시적인 텍스트를 통해 세계와 마주한다. 『집, 어느 민달팽이의 유랑』, 『하지가 지나고 장마가 끝나도』, 『애정 재단』, 『빈집과 공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