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노인의 품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장을 쓰는 어른으로 자랐다. 불안에 웅크리기보다 차라리 사랑해 버리기로 마음먹은 사람. 친구와 가족을 넘어, 계절과 기물에 애정을 쏟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사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4월의 봄처럼 그냥 더 살고 싶어진다.박지이 작가가 쓴 첫 번째 책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는 결핍과 불안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노력의 서사다. 또한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안내서이기도 하다.상실과 후회도 세상을 사랑하려는 사람 앞에서는 힘을 잃고 흩어진다. 한 사람의 생이 달라질 만큼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 전체를 잔잔하게 응원받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천천히, 한 뼘 한 뼘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는다.추도사를 바치는 기분으로 기록했다는 박지이 작가의 단어와 마침표 사이에서 긴 시간 안전하게 머물길 바란다.언제부터인가 나는 세련되게 가꾼 외모를 넘어 거대한 연민과 선의, 직감과 용기로 타인의 삶에 다정한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아함을 본다. 그들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기꺼이 연대하고 최선을 다해 상한 우리를 생의 안쪽으로 힘껏 밀어준다.
추억과 애정이 뒤섞인 물건들에게 오늘도 말합니다. 연못같이 낡고 고요한 이 집에서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우리는 결국 고아 아니면 미아가 될 것이기에, 모든 사랑은 연민과 함께일 때 상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