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례는 한 번은 실패, 한 번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두 탄핵 사례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두 가지 모순을 드러낸다. 하나는 탄핵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동원될 정도로 민주주의가 미성숙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탄핵이란 합법적 처방을 통해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하다는 사실이다. 두 사례가 서로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이 책은 탄핵제도를 역사적·이론적 측면에서 조망한 후 미국의 트럼프를 비롯한 해외의 탄핵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후 한국의 생생한 두 탄핵 사례를 비교·분석하면서 현 탄핵 정국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한국의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탄핵에 관한 객관적인 연구가 미비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이 갖는 의의는 분명하다.
탄핵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다. 탄핵을 할 때 하더라도 제한된 목적하에 절제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도모해선 안 된다. 탄핵이 불가피하더라도 탄핵으로 치러야 할 대가나 후유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민주주의가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탄핵이 무조건 좋은 결과만 낳는다면 탄핵이 수시로 이뤄진 남미야말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만성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탄핵을 대하는 정치 세력의 자세와 규범이 중요하다.- 〈탄핵 민주주의의 시대〉 중에서
탄핵제도는 영국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특정 시점에 누군가에 의해 창안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형성됐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가 잉태·확장하는 지난한 투쟁의 산물이었다. 14세기 영국에서 등장한 탄핵제도는 1805년 멜빌 사건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국이 의회제로 발전하면서 불신임 표결로 행정의 최고 책임자(총리)와 내각을 해산할 수 있어서 탄핵제도를 운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탄핵제도는 기묘하게도 제도가 태동한 나라에서는 퇴화하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그 꽃을 피웠다.- 〈탄핵제도의 역사〉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철희
국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JT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했고,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를 진행하는 등 한동안 방송인으로 지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자랑스러운 성취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지키기보다 바꾸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고단한 삶을 바꾸는 데 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뭐라도 합시다》, 《이철희의 정치 썰전》,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등을 썼고,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를 번역했다.현재 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 뉴스쇼〉를 진행하고 있고, 한겨레에 연재 칼럼 〈이철희의 돌아보고 내다보고〉를 쓰고 있다. 지식디자인연구소장, 우석대 석좌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이 책은 2020년에 썼던 정치학 박사 학위 논문 〈대통령 탄핵 결정 요인 분석: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 비교〉를 바탕으로 현 정국에 관한 생각을 덧붙여 새로 쓴 것이다.한국의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사례를 정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뒤 ‘왜 한 번은 실패하고 한 번은 성공했을까’와 ‘탄핵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탄핵 이슈에 대해 단순 찬반을 넘어 더 넓은 관점에서, 더 다양한 측면에서 신중하고 균형감 있게 접근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