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00년경 빈 소재 병원을 배경으로 병원장인 유대인 베른하르디가 병원 내 권력 다툼에서 반유대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과정을 날카롭고 면밀하게 그려 냈다. 방대한 분량에 긴밀한 구성은 슈니츨러의 극작가로서 노련함을 보여 준다. 작가가 인간 내면 풍경에 집중했던 전기 경향을 극복하고 사회적 문제로 문학적 지평을 넓혀 가는 도정에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종합병원 병원장 베른하르디 교수는 낙태 수술 도중 과다 투약으로 환자가 섬망 증세를 보이자 종부 성사를 위해 찾아온 신부를 돌려보낸다.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차 있는 환자에게서 종부 성사로 사망 선고를 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환자는 병실 밖에서 들려오는 베른하르디 교수와 신부의 대화를 듣고 절망해 어찌해 볼 틈도 없이 사망해 버린다.
이 스캔들은 엉뚱하게도 유대인 출신 병원장이 가톨릭을 모독한 것으로 비화해 버린다. 신성모독죄로 재판에 회부된 베른하르디를 대신해 부원장이 원장직을 맡으면서 병원 내 권력 다툼이 심화한다.
아트루어 슈니츨러는 이 작품을 ‘5막의 희극’으로 명명했다. 인간 내면의 풍경 묘사에 집중했던 슈니츨러가 사회 문제로 시선을 돌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중기 대표작이자, 형식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베른하르디 교수〉는 최근 세계적인 두 연출가의 선택을 받아 재조명 중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 오스터마이어와 영국 연극의 미래로 평가받는 로버트 아이크가 작품의 시의성에 주목해 현대적 감각의 〈베른하르디 교수〉 무대를 선보인 것. 특히 관객, 평단의 찬사를 받은 아이크 연출의 〈더 닥터〉는 2023년 한국 국립극장 엔톡라이브로 국내 관객에게도 소개되었다. 타자 혐오와 차별 위험성에 대한 주제는 작품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베른하르디 : 친애하는 고문관님, 당신이 놓친 게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저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먼 그런 사람입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행했던 것뿐입니다.
고문관 : 놓친 게 바로 그겁니다. 어떤 사람이 계속해서 옳은 일을 행한다면, 또는 되려 어떤 사람이 아침 일찍, 별생각 없이 옳은 일을 하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계속해서 옳은 일만 하고 있다면 저녁 식사를 하기도 전에 범죄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아르투어 슈니츨러
1862년에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성공한 의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빈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의사가 되었다. 일찍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친구인 후고 폰 호프만스탈, 헤르만 바르, 리하르트 베어호프만 등과 함께 ‘청년 빈파(Jung-Wien)’의 중심인물로 활약하며 빈의 모더니즘 운동을 이끌었다. 나중에는 의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 창작에 몰두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세기 전환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슈니츨러는 주로 희곡과 중단편 소설로 이름을 날렸으며 인간 내면 심리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묘사는 동시대 활동하던 프로이트에게 큰 찬탄을 불러일으켰다. 슈니츨러의 작품은 당대 빈 사회의 성 풍속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이중적인 도덕관념을 비판적으로 해부함으로써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희곡으로는 「아나톨」(1892), 「사랑 놀음」(1895), 「녹색 앵무새」(1899), 「라이겐」(1903) 등이 있으며 소설 중에는 중편 「카사노바의 귀향」(1918), 「엘제 양」(1924), 「꿈의 노벨레」(1926), 단편 「구스틀 소위」(1900) 등이 주요작으로 손꼽힌다. 1931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목차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