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0년, 스무 살을 맞이한 은재는 엄마의 사촌인 숙희 이모(수키)로부터 놀러 오라는 권유를 받고 먼 이국으로 향한다. 수키는 친구의 딸인 니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은재는 니니를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만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숨기며 지냈고, 한 달 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소식이 끊긴다.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은재는 시한부로 병을 앓는 수키가 자신을 찾는다는 엄마의 말에 오랜만에 수키네로 향한다. 수키가 건넨 것은 놀랍게도 니니의 실종에 관련된 기사 스크랩 북. 심지어 은재가 돌아간 뒤 얼마 안 되어 실종되었고, 최근 백골 시체가 발견되었다는데. 과연 20년 전, 니니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출판사 리뷰
★박서련 ‧ 한정현 추천★
“사랑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_박서련
“이 소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기억하며, 잊힐 이름을 대신 불러주는 이야기이다.” _한정현
세월이 흐르면 오늘의 이 마음도 사라질까?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찾은 사랑의 기억
스무 살을 맞은 은재는 이국에 사는 이모 수키의 제안을 받아 그녀의 집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니니에게 첫눈에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매일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빼곡히 채운 편지를 니니에게 보내지만,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엽서가 답장을 대신하자 더 이상 니니를 찾지 않는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어느 날. 병에 걸린 수키가 자신을 찾는다는 부름을 듣고 오랜만에 수키의 집으로 향한 은재는, 자신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니가 실종되었고, 최근에야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사랑이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얼핏 은재가 니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은재는 ‘니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니니가 살해당해야 했는지’ 의문을 품은 채 과거를 되짚으면서 자신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니니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20년 전의 ‘약속’을 지키며,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던 니니를 보내줄 수 있게 된다. 그 약속이 수키가 사랑했던 ‘너’를 찾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1980년대 한국에서 2000년 수키네로, 그리고 2020년 은재에게로 이어지는 사랑과 회복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 같아.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_책 속에서
박서연 작가는 이 책에서, “사슴이 기린만큼 목이 길지 않아 저 높이 달린 열매를 따 먹으려 애쓰지 않았다고 해서, 사슴에게 그 열매가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146쪽)라며 제 손으로 인연을 놓쳤던 사람들의 편이 되어준다. 그러면서도 후회로 가득한 시간을 멈추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으라며 다정히 등을 밀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소중한 이와 멀어져 본 독자라면 이 말에 따듯한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제 첫 장편소설을 선보였을 뿐이지만, 박서연 작가만의 유려하고 감성적인 문체와 위로를 건네는 다정한 메시지에 독자들은 어느새 다음 책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알지 못했고, 너는 말하지 못해서 흘려보냈던
스무 살 첫사랑을 재정의하기 위한 치유의 기록
“그 애의 아픔은 미지의 언어로 쓰여 있었고,
여전히 나는 그 언어를 모른다.” _책 속에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올랐던 시기, 수키는 옷차림만으로 ‘계집’ 운운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집안에서 가장 잘난 딸이었다. 진보를 외치면서도 보수적이었던 사회에서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던 수키는,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받을까 봐 사랑하는 ‘너’의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뒤, 사촌 조카 은재는 수키의 집에서 만난 니니와 특별한 감정을 나눈다.
동굴 같던 작은 방 안에 둘만의 세계를 펼쳐두었을 때, 나는 초 단위로 니니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세밀한 단위로 흐르는 하룻밤은 길고 길어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_책 속에서
하지만 수키와 마찬가지로 은재 역시 동성이기에 첫눈에 반했을 때의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외면한다. 모든 사랑이 시작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어떤 사랑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수키와 니니》는 그 용기가 충분하지 못해서 사랑이란 것을 알면서도 흘려보내야 했던 두 사람, 수키와 은재의 이야기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던 첫사랑을 스쳐 보냈던 은재는 니니의 사건을 알고 난 후, 20년 전의 그때를 되짚어본다. 니니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던 친부, 엄마의 예전 연인이자 니니의 친구였던 세실, 형제보다 서로를 더 걱정했던 아인, 그리고 니니의 곁을 맴돌았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과거를 떠올릴수록 은재는 자신이 보고, 사랑했던 니니에게서 점점 더 낯선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은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가치로 떠받들어지지만, ‘정상성’에 갇힌 사랑은 그 범위와 당위를 남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분명히 사랑이었지만, 남들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없었던 첫사랑. 이제 그때 그 아이는 없지만, 다음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하여 애쓰는 상처 입은 채 아물지 못했던 마음을 박서연 작가는 자신만의 다정하고 감성적인 필체로 그려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단순히 반했다, 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보단 지구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설렘 같은 어설픈 감정이 밀려올 틈조차 없었다. 가슴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버렸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헤아릴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건 그 순간 내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고, 그렇게 만든 저 사람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는 것뿐이었다.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 같아.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
니니는 특히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라는 말을 작고 둥글게 속삭였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단어와 숨들이 그대로 저 멀리 계속 굴러가 버릴 것처럼, 그것들이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지켜보고 싶도록 말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여러 번 되뇌어보았다.
‘누구도 그렇게까지 조심하지 않기 때문이야, 혼자 조심해서는 잘못을 피할 수 없어.’ 하고, 있는 힘껏 작고 둥글게, 그 말이 니니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저 멀리 굴러갈 수 있도록, 대신 그 말이 굴러가는 것을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말하는 법을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엄마 말이 그 아줌마가 갑갑할 정도로 착해서, 때론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였대. 굉장히 이상한 말이지. 근데 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든 지나치면 결국 잔혹해지잖아.”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서연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긴 시간 소설을 써왔다.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에 예기치 않은 기회로 첫 책 《수키와 니니》를 출간했다.
목차
수키와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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