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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묵언
동아시아 | 부모님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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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 쓴 김택근은 ‘문장의 고수’로도 불린다. 오랜 기자 활동으로 얻은 단단한 논리와 시적 정서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김택근의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글이 바로 지금의 현실을 관통한다. 수십 년간 그의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오늘날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몇 번이고 곱씹고 읽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가 정지아는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라며 찬사를 보냈으며, 시인 신대철은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라 단언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인 ‘묵언’의 뜻에 대해 저자는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혐오의 말로 얼룩진 시대에서 벗어나 성찰의 눈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김택근의 묵언』은 오래 두고 펼쳐볼 만한 책이다.

  출판사 리뷰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대통령의 필사 김택근, 통찰의 문장들


뉴스를 틀면 연일 어지러운 세태에 현기증이 난다. 진영 논리로 무장한 권력자들의 선동과 날조 그리고 폭력이 난무한다. 어느덧 우리 주변을 둘러싼 뉴미디어는 소통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듯했으나 오히려 가치 편향에 일조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란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더 이상 말이 아닌 반성과 성찰이다.
『김택근의 묵언』의 저자 김택근은 시인이다. 1984년 잡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경향신문》에서 30여 년간 편집기자로 일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하기도 했다. 기자로 활동하며 김택근이 얻은 별명은 ‘문장의 고수’, ‘늙지 않는 시인’이다. 객관과 논리로 치밀한 문장을 써내면서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인의 시선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적 성찰과 시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김택근의 글은 그래서 단단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향신문》, 《주간경향》, 《월간불광》 등에 연재한 칼럼을 다듬어 엮은 책이다. 수십 년간 그가 쓴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기자의 눈으로는 논리의 전장을 봤지만 시인의 마음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다뤘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김택근의 글을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산문의 교범으로 꼽는 이유다. 소설가 정지아는 『묵언』에 대해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세상에서 그의 깊고 진한 사랑은 한사코 낮은 것을, 겨우겨우 사는 것을 향한다”라고 했으며,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은 “오래전부터 김택근의 문장을 부럽게 훔쳐봤다. 읽고 또 읽었다. 베끼고 흉내 냈다”라고 고백했다.

삿되고 헛된 것을 부수는 진정한 ‘말의 힘’
난무하는 폭력에 전하는 ‘묵언’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에서 가져온 ‘묵언’의 사전적 뜻은 ‘말을 하지 않음’이다. 글을 쓴다는 건 무언가를 말함인데,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묵언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의아하다. 책 말미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묵언의 의미에 대해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밝힌다. 책에서 ‘삿된 것’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폭력’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 속에 오랜 시간 내재한 광범한 폭력의 줄기와 시대적 현상을 짚어낸다. 폭력은 학창 시절 “손바닥으로 얼굴만 가격하는 교사”와 같이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발견되며(2부 「폭력과 정의로운 복수」), 노동자들이 “맞아서, 떨어져서, 끼여서, 치여서” 죽는 수많은 하청업체에서도 발견된다(1부 「억울한 죽음의 어머니」). “교회에 불을 지르고 마을을 불태웠던” 제암리 학살과 같은 국가적 폭력도 있다(1부 「푸른 눈의 증언」).
더 나아가 저자의 시선은 지구를 함께 공유하는 동식물과 환경에 닿는다. 산과 들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의 안식처를 허무는 생태계 훼손은 분명 인간의 폭력에 의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폭력의 혐의를 몇몇 정적에 두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자 한다. 폭력의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개인, 집단, 사회 그리고 인간에게는 함께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의 상처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보고 모두가 아파할 때 비로소 폭력을 추방할 수 있다.” 폭력의 원인과 대상을 정확히 지목하되 보듬는 책임을 방기하지 않는 것, “오염된 말과” “삿된 것”을 물리는 『묵언』이 향하는 지점이자, 우리 마음에 울림을 주는 연원이다.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상실의 시대에 던지는 위로


『묵언』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네 죽음을 기억하라」, 2부 「이름도 병이 든다」에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소중한 우리의 지난 가치들과 현실의 세태를 주로 다루며 3부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와 4부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에서는 우리 정치에 깃든 삿됨을 말하고 평화와 생태에 주목한다. 5부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은 저자가 인연을 맺은 정치인 김대중과 관련된 글을 추려 실은 것이다.
저자 김택근은 정읍 신태인 출신으로 이촌향도와 도시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점차 잊히고 사라지는 잃어버린 풍경과 덕목에 대한 그리움이 깊이 배어 있다. 미국에서 터를 잡기 위해 떠난 누이와 매형을 대신해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손녀를 키운 어머니의 일화와(1부 「미나리와 애틀랜타 누님」), 그 시절 “지아비요, 자식”이자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아버지의 논을 팔던 순간을 다룬 이야기(1부 「논을 팔다」)는 읽는 이를 속절없이 향수에 젖게 만든다. 저자가 젊은 날을 보낸 달동네 ‘백사마을’ 이야기 역시 쉬이 지나칠 수 없다. “널빤지로 가난을 가렸지만 이내 모두 드러났”던, “과거 자랑을 하면 현실이 더욱 초라해졌”던 달동네 공동체의 이야기(4부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는 고향을 떠나 “수도꼭지 한번 빨아보자며 서울로 진격”한 그 시절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사적 이야기만 불러내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진정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가수 김민기, 김장하, 백기완, 권정생, 성철 스님 등 “세상을 편가르”기 하지 않고 “남을 위해 살”았던 이들을 추억하고 추모한다. 잃어버린 가치들과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묵언』은 그래서 지나온 시절의 만가(挽歌)가 된다. 그리고 그 노래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토닥여 준다. 삿된 것들의 난무 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즉 무명씨에게 건네는 글에는 낫낫한 진심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에게 위로받을 수 없고 자신을 쓰다듬어 줄 수 없다”, “함께 있어서 내일이 있다”라고 말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보통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건넨다. 잃어버린 시절을 종종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면 『묵언』이 조용히 내미는 손길을 맞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그를 부른다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김택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김대중 자서전』을, 2년간 『새벽: 김대중 평전』을 썼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8년간 ‘김대중 글 감옥’에 갇혀”있었다. 5부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에 실린 여섯 편의 글은 단순히 김대중을 회상하는 것이 아닌 시의에 의해 쓴 글들이다. 위태로운 민주주의 앞에 서서(「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김대중 그리고 임동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의 요건을 살피기 위해(「국민의정부 정권 재창출」) 그를 불러냈다. 우리 정치와 사회가 또다시 그의 이름을 필요로 하진 않는지 김택근의 글을 통해 되새겨 봄 직하다.

우리는 ‘조국 근대화’와 ‘정의사회 건설’ 같은 구호에 마냥 나부껴야 했다. 그것들은 국가 폭력의 다른 명칭이었다. 아픈 시절이었다. 세상에 순수한 폭력은 없다. 욕망의 그림자가 폭력화하지 않으려면 참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참회하지 않았다. 모두가 공명共鳴하는, 과거를 씻기는 거대한 의식을 치르지 않았다. 공적인 반성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국가와 직장, 심지어 종교마저 폭력을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미 군정, 독재 정권의 폭력이 남아 있다. 돈과 권력은 물론이고 학연, 지연이란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 폭력의 실체를 발가벗기고 폭력 유발자들을 고발하고 싶었다.
-프롤로그 「물기 어린 시대를 건너며」

그는 하늘에서만 빛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마을에 불이 켜지면 별들의 노랫소리를 담아 내려올 것이다. 모든 잘난 것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또 다른 김민기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내려 두리번거릴 것이다. 주막을 발견하면 어떤 속기俗氣도 묻어 있지 않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우리 삶도 떠내려가고 있다. 노을 뒤편의 어둠이 보인다. 노래 한 곡 받쳐 들고 우리도 머지않아 어딘가에 내려야 한다. 무엇을 받들고 무엇을 버려야 김민기 마을에 들 수 있을까.
-1부 네 죽음을 기억하라 「사람 김민기」

돌이켜 보면 지난 엄혹한 시절에 정치인 김영삼, 김대중은 이름만으로도 희망이었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양김은 ‘새로운 내일’이었다. 한 시대를 함께 건너갈 좋은 정치인이 존재함은 축복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나쁜 정치를 해도 그것들을 바로잡는 일은 역시 정치를 통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정치를 무조건 증오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더럽다고, 정치인이 썩었다고 정치판에서 눈을 떼면 더 나쁜 정치인들이 활개를 친다. 좋은 지도자를 원한다면 부드러운 후원자, 매서운 감시자가 돼야 한다.
-1부 네 죽음을 기억하라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택근
1983년 박두진 시인 추천으로 잡지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응축된 문장과 감정선을 파고드는 문체가 특색이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경향신문에서 종합편집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파격과 정곡을 찌르는 신문 편집자로,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칼럼 필자로서 시대를 말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요청해 『김대중 자서전』을 썼고, 『성철 평전』 『용성 평전』도 집필했다. 도법 스님과 함께 걸은 국토순례 기록인 『사람의 길 ― 생명평화 순례기』처럼 평화와 생태의 중요함을 강조한 글을 다수 썼다. 『몽실언니』로 유명한 은둔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처음 인터뷰했고, 그 인연으로 『강아지똥별 ― 별이 된 사람 권정생』이라는 동화책을 내기도 했다. 그 밖에 동화책 『벌거벗은 수박도둑』, 에세이집 『뿔난 그리움』 등이 있다. 정읍시 신태인읍 출신이다.

  목차

추천사 •005
프롤로그 — 물기 어린 시대를 건너며 •010

1부 — 네 죽음을 기억하라
사람 김민기 •026
어른 김장하가 있어 우리가 되었다 •030
논을 팔다 •034
‘워낭 소리’ 끊긴 곳에서 우리는 •038
퇴출 간이역 •042
큰 어린이, 권정생 •044
미나리와 애틀랜타 누님 •047
고향 그리고 느티나무 •051
‘효’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054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가리키는 곳 •058
역사박물관 앞 플라타너스 •062
돌며 흘러야 붙박이별이다 •066
박수근의 그림 •069
억울한 죽음의 어머니 •072
간도에는 지금도 죽은 자들이 살고 있다 •076
푸른 눈의 증언 •080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 •083
네 죽음을 기억하라 •087
비평의 횡포 •091
정 •094

2부 — 이름도 병이 든다
먹방이 슬프다 •100
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 •104
그대 명당을 찾는가 •107
이름도 병이 든다 •111
신태인 100년 •115
김치를 위하여 •119
봄날 살처분 •123
무당과 함께 사라질 것인가 •125
부처님을 팔지 마라 •129
폭력과 정의로운 복수 •133
손의 자비 •137
무명씨, 내 땅의 말로는 부를 수 없는 그대 •140
봄비 •144
부처의 미소 •147

3부 —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전라도 놈 김 과장 •152
지식의 편싸움 •156
남과 북은 다시 ‘괴뢰’가 될 것인가 •160
하늘엔 제비, 땅에는 제비꽃 •164
기후 악당들 •167
새만금 갯벌의 저주 •171
빛의 습격 •175
하루살이의 특별한 하루 •178
도시의 술꾼들 •182
걷는다는 것 •184
도둑맞은 가난 •186
더는 악업을 짓지 말라 •190
당신의 지식은 건강한가 •194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 •198
풀뿌리민주주의 뿌리가 썩고 있다 •202
민주화 역사의 기생충이 될 것인가 •206
백기완 선생께서 묻고 있다 •210
문명의 충돌 •214
가을과 겨울 사이 •216

4부 —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
봄날은 간다 •220
하나의 달이 천 강에 •224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228
무덤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 •232
중도주의, 정하룡의 마지막 당부 •236
당신들이 바다를 아는가 •240
서해 끝에 격렬비열도가 있다 •244
지구 멸망이 아니다 •248
석유동물 시대의 종말 •252
소나무야 소나무야 •256
박경리의 ‘생명’ •259
나무에는 영혼이 있다 •261
교회 문을 열어라 •265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269
지휘자 김성진의 ‘경계 허물기’ •273
선승의 통곡 ‘시간의 사슬 끊기’ •277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 •281
빈자일등 •285
검은 옷을 입은 백의민족 •287

5부 —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김대중을 ‘3김’으로 묶지 말라 •292
김대중 그리고 임동원 •295
성공한 대통령이 있었다 •299
국민의정부 정권 재창출 •303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307
김대중 100년 •311

에필로그 ― 김택근을 만나다
“취재가 깊어야 형용사를 자를 수 있어”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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