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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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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해 프랑스의 두 철학자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대담집 『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가 출간되었다. 대담의 주인공은 ‘대화의 철학자’라고 호명될 만큼 해석학, 역사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섭렵하고 종합했던 폴 리쾨르(1913~2005), 그리고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그룹을 창설해 관료제적 전체주의에 대해 격렬하고 집요한 비판을 전개하고 이후에는 경제학자, 정신분석학자로도 활동한 ‘정신의 거인’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1922~1997)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 3월 방송된 라디오 대담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두 철학자의 공식적인 대화는 이 라디오 대담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대담은 짧고 간단해 보이지만 두 철학자의 사상적 깊이가 응축되어 있고 문학, 역사,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만만한 텍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요안 미셸의 훌륭한 서문이 두 철학자의 사상적 궤적에서부터 기본 입장, 대화의 맥락까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성한 해설을 제공해준다. 리쾨르 연구자인 김한식 교수의 옮긴이 해제 역시 이들의 철학적 배경과 그 현재적 의의에 대한 충실한 보충 설명을 더해준다.리쾨르: 인간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떤 제도적 질서 속에 있지요. 바로 그 속에서 우리는 창조하다와 다른 생산하다를 만날 수 있고요. 생산은 재생산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있는 어떤 것을 복제해서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상상력과는 달리, 생산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종합,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거죠. 내가 은유의 언어 차원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의미장을 교차시키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카스토리아디스: 내가 논쟁을 벌이고자 했다면 당신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준 셈입니다. 존재론적으로 볼 때 역사로서의 사회는 의미에 속한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요. 수단 대통령 니메이리나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우리 사이에 불연속성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층위에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모두 말하는 두발짐승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유대교적 과거, 즉 성서 종교의 과거에 닻을 내리고 제도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절과 불연속성이 의미 층위에서 일어나고, 게다가 도둑이나 간음죄를 범한 사람에게 손이나 사지를 절단하는 것과 같은 다른 단절들도 따라옵니다. 우리가 어리석은 자책 관념에 매여 있지 않다면 받아들일 수 없고 비난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그런 불연속성입니다.
리쾨르: 어쨌든 당신도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고 앞선 것들과 연속성을 절대 갖지 않는 그런 종류의 분출이나 침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거죠? […] 내 생각으로는 인간의 기억, 문화적 기억의 특징은 누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기억은 앞선 것들을 지우면서 누적되는 기억이기에 단순히 덧붙여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그 기억은 앞선 것들과 연쇄를 이루고, 앞선 것들은 그와 동시에 그 기억에 선행하는 기억이 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
프랑스의 철학자, 경제학자, 정신분석학자. 1922년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나 아테네에서 성장했다. 1937년 청년 공산주의자 동맹에 가입했으나, 곧이어 트로츠키주의로 선회하여 활동하다가 내전 시기에 그리스 경찰과 스탈린주의자들에게서 동시에 목숨의 위협을 받고 1945년 프랑스로 망명한다. 1946년 제4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인 PCI에 가입하지만, 클로드 르포르 등과 함께 비판적 경향을 주도하면서 1949년 PCI를 떠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그룹을 창설하고 같은 해 동명의 잡지를 창간해 15년 동안 40호까지 발간하며 관료제적 전체주의에 대해 격렬하고도 집요한 비판을 전개한다. 1980년부터 16년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지은 책으로 『사회의 상상적 제도』 『미로의 갈림길』(전 6권) 등이 있다.

지은이 : 폴 리쾨르
1913년 프랑스 남동부 발랑 시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집안은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가정이었다. 2세 때 부모가 사망하여 브르타뉴 렌느 시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성장하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1935년 파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였고 유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가브리엘 마르셀에게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독일군에 잡혀 스위스에서 5년간 포로생활을 하였다. 당시 후설의 저서들을 탐독한 것이 계기가 되어 후설 연구가로도 알려졌다. 1950년 후설의 《현상학의 이념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프랑스에 소개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현상학을 통하여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밝히고 그러한 유한성으로 초월적 존재인 신을 해명하려고 노력하였다. 1948∼1956년 스트라스부르대학, 1956년부터는 파리대학 철학교수로 재직하였다. 이 기간 동안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 Le volontaire et l’involontaire》(1949)에서 의지에 관한 현상학적 기술을, 《유한성과 죄악 가능성 Finitude et culpabilit?》(1960)에서 종교적인 상징에 대한 해석학을, 《해석에 대하여 De l’interpr?tation》(1965)에서 프로이트를 재해석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였다. 1966년 그리스도교 좌파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하여 낭트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1968년 학생혁명이 좌절되자 급진적인 학생들과 지식인들로부터 외면당하여 1970년 해임되었다. 그 뒤 시카고대학과 파리대학을 중심으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였다. 이후 그 동안 몰두했던 해석학의 주제도 상징에서 텍스트로 바뀌게 되었다.그는 상징언어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너무 좁다고 여겨, 텍스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 존재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1975년에 《살아 있는 메타포 La m?taphore vive》를, 1983·1984·1985년에 연속으로 《시간과 이야기 Temps et r?cit 1, 2, 3》를 펴냈다. 1990년에는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 Soi-m?me comme un autre》을, 1992년에는 대표 논문을 모은 《강좌 Lecture》를 출간하였다. 2005년 별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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