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라마르틴의 장시를 국내 처음 소개한다. 플라톤의 《파이돈》을 참조하여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린 이 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인간 존재와 철학적 사유를 탐구한다. 라마르틴은 죽음을 단순히 생명의 종료가 아니라, 인간 영혼이 신성과 교감을 이루는 순간으로 묘사한다. 1925년 출간된 판본에 실린,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조르주 리파르(Georges Ripart)의 삽화 7컷을 수록했다. 또 초판본 편집자의 머리말과, 옮긴이가 집필한 낭만주의와 라마르틴의 시 세계 전반에 대한 조망을 곁텍스트로 실었다.시인들은 말했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조화로운 소리로 부드러운 백조는 울음 운다고.친구들이여, 그 어떤 것도 믿지 말기를! 선율 좋은 새는더 숭고한 본능을 신들에 의해 부여받았기에!해안을 떠나려는 웃음 짓는 에우로타스의,그 아름다운 육체에서 반쯤 도망친 영혼은마법의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불멸의 순수한 날이 동트는 것을 보게 되지.그리고 그 눈길이 그것을 적시는 달콤한 황홀경 속에,대지에서 죽어 가며 그것은 자신의 기쁨을 발산하네.내 말을 들으러 무덤 가까이 온 여러분들이여,나도 또한 백조인 것을. 나는 죽어 가는데, 나는 노래할 수 있는 것을!
아! 너희들은 울고 있구나, 친구들이여! 너희들은 울고 있어, 내 영혼이여사제가 피우는 순수한 향과 닮아,자기 육체의 비천한 짐에서 영원히 해방돼신들에게로 날아가고, 성스러운 열정 속에서어쩌면 그것이 엿보았을 순수한 이날을 찬양하며진리를 추구하고, 그것을 보고 그것을 알게 될 때에도!만약 죽기 위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무엇 때문에 정의를 위해 나는 고통받는 것을 좋아했던가?무엇 때문에 생명이라 부르는 이 죽음 속에서비록 노예가 되어도 그 사악한 성향에 맞서 싸우면서내 영혼은 내 감각과 맞섰던가?친구들이여, 죽음이 없다면 미덕은 무엇이겠는가?그것은 경주 끝에 성스러운 심판이 우리에게 주는싸움의 대가요, 천상의 왕관인 것을.우리를 자기에게 부르는 주피터의 목소리인 것을!
하지만, 이미 그의 혈관에 쏟아 들어간 독은얼어붙은 피의 흐름의 순환을 막아 버렸네.말라 버린 물결처럼, 심장 쪽으로온기와 생명이 서서히 물러나는 것이 보였네.그리고 기력도 없고 퇴색된 그의 굳어진 팔다리들은창백한 파로스 대리석과 비슷했네.부질없이 파이돈은 그가 껴안은 발 위로 몸을 기울여뜨거운 자기 숨결로 그 얼음장을 다시 데우려 했지만그의 이마, 손, 발은 우리의 손길 아래서 얼어붙어 갔네!우리에게 남겨진 거라곤 그의 영혼과 목소리뿐이었지!갈라테이아가 빠져나오는 신성한 덩어리와 비슷하게.올림포스에서 빌린 불멸의 영혼이연인의 목소리 따라 대리석으로 내려와첫 느낌으로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방금 동이 튼 날에 자기 눈꺼풀을 열면서더 이상 대리석은 아니지만 여전히 여인도 아닌 때의 [갈라테이아처럼]!
작가 소개
지은이 : 알퐁스 드 라마르틴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로, 문학과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감수성이 뛰어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연과 고전 문학에 영향을 받아 문학적 기질을 형성했다. 젊은 시절 군 복무 후 문학에 전념하였고, 1816년 쥘리 샤를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명상 시집》(1820)을 발표하며 문학적 명성을 얻었다. 이 시집은 사랑과 상실, 시간의 흐름을 다룬 작품으로 낭만주의의 핵심 주제를 반영한다.1820년대에 그는 문학적 성공을 거두고,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관심을 가졌다. 1830년 왕정이 무너진 후 공화주의자로 변모하며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를 옹호했다. 1838년에는 노예제 폐지 연설을 통해 인도주의적 이상을 밝혔다. 1848년 2월 혁명 후 임시정부의 외무장관으로 공화국 수립에 기여했으나 급진적 사회주의자들과의 갈등으로 정치적 입지를 잃었다.말년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이어 가며 자서전적 작품 《비밀》(1849)을 발표했다. 1869년 사망한 라마르틴은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프랑스 문학과 정치에 큰 흔적을 남겼다. 그의 삶은 문학과 정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 여정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