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기석 평론가의 첫 번째 신작 비평집으로, 「흘러내리는 불안과 한없는 연약함들」 「연약과 희박의 최저낙원에서 소멸을 성취하기」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차가운 땅속을 떠돌 동안」 등 22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잠시’ 살아남는다[연약을 위한 최저낙원]은 정기석 평론가의 첫 번째 신작 비평집으로, 「흘러내리는 불안과 한없는 연약함들」 「연약과 희박의 최저낙원에서 소멸을 성취하기」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차가운 땅속을 떠돌 동안」 등 22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정기석 평론가는 1982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2018년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비평집 [연약을 위한 최저낙원], 공저 [은유로서의 똥]을 썼다.
미셸 세르는 연약함이 시간을 만든다고 썼다. 연약함이 시를 만든다. 더불어 티머시 모튼은 “존재하기 위해서는 취약하고 섬세해야만 한다”고 썼다. “취약함과 섬세함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붕괴하고 마는 상태로 존재함을 뜻”한다, “세계는 부서지는 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는 세계가 작금처럼 부서지는 가운데 가장 단단한 존재 의의를 얻는 건 아닐까. 이때의 시는 시대적 저항을 위한 역동성이라기보다, 타자와 세계와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 속에서 체념과 절망의 외피를 두른 희미함으로 현재의 시간을 만든다. 한없이 희미한 시들은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있다. 희미하지만 그것의 있음이 이어짐을 만들고, 그 연약함이 무언가를 함께 있게 한다. 시는 ‘함께 있음’마저도 모조리 깨어질 때의 마지막 파열음으로도 작성된다. (「흘러내리는 불안과 한없는 연약함들」)
연약함은 “서로에 대해, 서로와 함께 위태로운 관계”에 있음을, 또한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 및 환경과 상호 의존적인 얽힘의 네트워크 안에 있음을 말한다. 동시에 연악함은 감수성의 다른 말이다. 감수성, 즉 상처받기 쉬움은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얽힘 속에서, 상처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무엇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컨대, 이전의 인간이 아니거나, 인간 자체가 아니거나, 혹은 그 어떤 (비)무엇(들)으로 변이하기 위한 최소한인 것이다.
상처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방어가 인간-정체성을 호두알보다 작은 세계 안에 고립시키고 그 속에서 달그락거리게 할 뿐이라면, 연약함의 얽힘은 최저낙원을 만든다. 연약함은 결코 혼자가 아닌 방식으로, 함께 얽혀 있는 다른 연약한 것들과 함께, 위태로움으로 얽혀 있는 다른 모든 것과 함께 될 수 있는 잠재태의 지대를 구성한다. 파기된 세계, ‘곤죽이 된 세계’는 물론 높은 확률로 ‘지금의 인간’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고 꾸물거리는 벌레’ 같은 무언가 탄생하는 우주, 그때 성취되는 우주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연약과 희박의 최저낙원에서 소멸을 성취하기」)
작가 소개
지은이 : 정기석
1982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났다.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2018년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다.비평집 [연약을 위한 최저낙원], 공저 [은유로서의 똥]을 썼다.
목차
prologue
011 흘러내리는 불안과 한없는 연약함들
제1장 가장 연약한 것이 미래와 세계인 듯
023 연약과 희박의 최저낙원에서 소멸을 성취하기
045 시(詩)-공간 형성 실패의 사례들
064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차가운 땅속을 떠돌 동안
제2장 연약함이 대신 미래를 감싸안고
085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잠시’ 살아남는다
098 방치된 것들이 넘쳐 우리의 전부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고
106 함께 있기 불가능했던 것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 미래다
116 재와 사랑의 고고연대학
124 세상은 이렇게 끝나네, 쾅 하고가 아니라 울먹이며
제3장 연약한 것끼리 세계의 진창을 대신하네
135 우리가 서로의 어깨를 붙들고 사소하게 붕괴되는 동안
143 엉망이라는 비질서와 진창이라는 바닥에서 우리 함께
156 꽃의 뒤, 여남은 분홍들의 시간
168 애도와 태도: 죽어 가는 이들과 함께 지금-여기
제4장 세계의 상처 속에 함께 머물기 위해
177 재실패화를 향한 헛스윙, 헛스윙
185 어긋난 늑골과 함께 견디는 것
193 어둠이 백 개의 꺼먼 눈알로 내다보는 곳에서
201 기억의 기원 그리고 다른 소문들
제5장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시하고 노래하네
215 보이저호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과 덜 알려진 사실
224 가장자리에서 만난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를 때
236 노래하는가, 노래했나, 노래할 것인가
243 느낌의 곤란함에 대한 몇 가지 명제
epilogue
263 비평, 난해하거나 불편하거나 쓸모없거나
발표 지면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