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 책은 일본에서 간행된 개화기 한국어 학습서 중 초기 자료에 속하는 『新撰朝鮮會話』(1894)에 대해 검토하고 그 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이다. 『新撰朝鮮會話』는 개화기 시기 일본에서 간행된 학습서 중에서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한국어 학습서이다. 이 학습서는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출판사였던 東京의 博文?에서 간행되었으며, 불과 2개월 만에 3판까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新撰朝鮮會話』에는 한글 표기가 없다. 일본어 문장에 대응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글 대신 일본 문자인 가타카나(片?名)를 이용하여 적은 것이다.
이 책의 간행 후 약 10년이 지난 뒤에 한 일본인이 한국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新撰朝鮮會話』의 가타카나 표기를 한글로 바꿔 적는 작업을 하고 그 필사본을 완성한 후 『新撰日韓會話』라는 제목을 붙였다. 처음에 없었던 한글 표기가 『新撰朝鮮會話』에 생기게 된 셈이다. 한편, 『新撰朝鮮會話』의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강의록 형식의 『朝鮮語』라는 한국어 학습서를 한 권 더 내게 된다. 이번에는 한글 표기와 가타카나 표기를 모두 이용하였다. 『新撰朝鮮會話』의 가타카나 표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두 권의 책을 함께 볼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한국어의 특징을 좀 더 신빙성 있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본서의 논의는 이 세 권의 한국어 학습서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 머리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일본에서 간행된 개화기 한국어 학습서를 보기 위해 처음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을 방문한 것이 아마 2000년 1, 2월쯤이었던 것 같다. 보고 싶은 한국어 학습서의 청구기호를 적어 열람을 신청하면 마이크로피시(microfiche)를 받아 마이크로필름 리더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검토하고 수집한 한국어 학습서 자료를 토대로 ‘개화기 한국어의 음운 연구-일본에서 간행된 한국어 학습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박사 논문을 쓸 수 있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2019년 가을에 학교의 지원을 받아 대학원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다시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을 방문하였다. 그 사이 대부분의 한국어 학습서 자료들은 디지털 원문으로 구축되어 국회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모든 자료를 다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도서관의 회원으로 등록을 한 후에만 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고, 국회도서관 내 지정 컴퓨터를 이용해야만 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다. 대부분 이러한 차이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국어 학습서 저자의 생몰 연도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료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어 학습서 자료의 열람과 수집 방식만 바뀐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개화기 한국어 학습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이루었다. 그 가운데는 한국어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본어학 연구자도 있고 한국어교육학 연구자도 있다. 또한 일본인 연구자들도 있고 한국인 연구자들도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하여 부족함이 많이 있지만 작은 책 한 권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간행된 개화기 한국어 학습서 중 초기 자료에 속하는 『新撰朝鮮會話』(1894)에 대해 검토하고 그 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이다. 『新撰朝鮮會話』는 개화기 시기 일본에서 간행된 학습서 중에서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한국어 회화서이다. 이 회화서는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출판사였던 東京의 博文?에서 간행되었으며, 불과 2개월 만에 3판까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新撰朝鮮會話』에는 한글 표기가 없다. 일본어 문장에 대응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글 대신 일본 문자인 가타카나(片?名)를 이용하여 적은 것이다.
이 책의 간행 후 약 10년이 지난 뒤에 한 일본인이 한국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新撰朝鮮會話』의 가타카나 표기를 한글로 바꿔 적는 작업을 하고 그 필사본을 완성한 후 『新撰日韓會話』라는 제목을 붙였다. 처음에 없었던 한글 표기가 『新撰朝鮮會話』에 생기게 된 셈이다. 한편, 『新撰朝鮮會話』의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강의록 형식의 『朝鮮語』라는 한국어 학습서를 한 권 더 내게 된다. 이번에는 한글 표기와 가타카나 표기를 모두 이용하였다. 이 두 문헌을 『新撰朝鮮會話』의 가타카나 표기와 함께 살펴본다면 당시 한국어의 특징을 좀 더 신빙성 있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본서의 논의는 이 세 권의 한국어 학습서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능력이 부족한 필자에게 책을 쓰는 작업은 여간 고되고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존의 논의를 살펴보다가 전혀 다른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필자와 같은 생각, 같은 주장을 한 연구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연구자분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반갑고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면식도 없는 연구자에게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선생님, 선배, 동학 연구자분들의 논문을 들여다보고 원고를 쓰다가 다시 논문의 내용을 확인하고 하면서 그 논문이 담고 있는 내용에 새삼 감탄하게 되고 그 성실함과 꼼꼼함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은 서울시립대학교 기초·보호학문 및 융복합 분야 R&D 기반조성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고 쓰게 되었다.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학교의 지원을 받는 2년 동안 함께 한국어 학습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한 김준수, 문경진, 안기경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원고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신 한국문화사의 김진수 대표님, 조정흠 부장님, 진나경 대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제1장 서론
1.1. 연구 목적
본서는 〈新撰朝鮮會話〉의 가나 전사 표기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개화기 한국어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新撰朝鮮會話〉는 1894년에 홍석현(洪奭鉉)이 저술한 일본인 대상 한국어 회화서이다. 이 회화서는 명치(明治) 시기 일본에서 간행된 한국어 학습서 중 최초로 한국인이 저술한 것인데, 일본어 문장에 대응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글 표기가 아닌 일본 가나 문자인 가타가나(片?名)로 표기하여 제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한국인이 저술한 한국어 회화서인데 그 속에는 한글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新撰朝鮮會話〉는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이 학습서가 간행되고 난 후 10년 뒤인 1904년에 이 책의 가나 표기를 한글로 다시 변환 혹은 복원한 필사본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新撰日韓會話〉이다. 하버드-옌칭 도서관(Harvard-Yenching Library)에 소장되어 있는 이 필사본의 존재는 박진완(2021, 2023)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인 고이즈미 데이조(小泉貞造)가 일본 육군의 통역병으로 한국 원산(元山)에 체재할 때 한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新撰朝鮮會話〉의 가나 표기를 한글로 변환 혹은 복원하는 작업을 한 뒤, 〈新撰日韓會話〉라고 서명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 이범익(李範益)에게 교열을 부탁하였는데 그 교열 내용은 〈新撰日韓會話〉에 붉은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 저자가 일본 가나 문자로 한국어를 전사한 〈新撰朝鮮會話〉와, 1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이 가나 표기를 일본인이 다시 한글로 복원한 〈新撰日韓會話〉는 이 시기의 한국어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新撰朝鮮會話〉를 다루는 본 연구에서는 〈新撰日韓會話〉도 함께 검토하게 될 것이다.
한편 〈新撰朝鮮會話〉의 저자 홍석현은 또 다른 한국어 학습서인 〈朝鮮語〉의 ‘講述者’이다. 〈朝鮮語〉는 1895년(明治 28年)에 창설된 ‘대일본실업학회(大日本實業學會)’에서 발행한 강의록 가운데 하나로 제1기, 제2기 강의록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연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1895년이나 1896년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朝鮮語〉는 〈新撰朝鮮會話〉와는 달리 일본어 문장에 대응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글로 표기하고 그 옆에 가나 표기를 통해 한국어 발음을 전사하는, 이 당시 한국어 학습서의 일반적인 표기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기영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사,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방문전임강사로 한국어를 가르쳤으며,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 센터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저서로는 <한국어 교수법>(2005, 공저), <한국어 발음 어떻게 가르칠까>(2018, 공저), <손에 잡히는 한국어 교육학 개론> (2021, 공저)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서론
1.1. 연구 목적
1.2. 한국어 학습서 자료의 성격 검토를 위한 논의
1.3. 논의의 구성
제2장 〈新撰朝鮮會話〉, 〈新撰日韓會話〉, 〈朝鮮語〉에 대한 서지적 검토
2.1. 〈新撰朝鮮會話〉의 서지와 체재
2.2. 〈新撰日韓會話〉의 서지와 체재
2.3. 〈朝鮮語〉의 서지와 체재
제3장 〈新撰朝鮮會話〉의 가나 표기에 대한 검토
3.1. 기존의 논의
3.2. 자음 대응 가나 표기
3.3. 모음 대응 가나 표기
3.3.1. 기본 모음자의 가나 표기
3.3.2. ‘ㅐ(ㆎ), ㅔ’의 가나 표기
3.3.3. ‘ㅚ, ㅟ, ㅢ’의 가나 표기
3.3.4. 그 밖의 이중모음의 가나 표기
제4장 〈新撰朝鮮會話〉에 대한 국어학적 검토
4.1. 음운론적 특징
4.1.1. ‘ㅔ, ㅐ’의 음가
4.1.2. ‘ㅚ, ㅟ’의 음가
4.1.3. ‘ㅢ’의 음가
4.1.4. 음운현상
4.2. 어휘적 특징
4.2.1. 방언적인 특징을 보여 주는 어휘
4.2.2. 어휘 사용 양상의 차이
4.2.3. 한자어 어휘의 차이
4.2.4. 그 밖의 어휘
4.3. 문법적 특징
제5장 결론
참고문헌
부록 〈新撰朝鮮會話〉의 가나 표기와 〈新撰日韓會話〉의 한글 대응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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