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 레드 리스트 멸종 위기 등급에 속한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얼마 전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는 야생이나 동물원에서 자연적으로 사망한 침팬지의 뇌를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층 촬영 방법을 이용해 침팬지 뇌 구조를 보여 주는 고해상도 MRI 데이터 지도를 공개했다. 이를 인간의 뇌와 비교하며 인류 진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한 과정을 밝히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찍이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 공원에서 제인 구달이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는 과학계가 침팬지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지능과 행동 면에서도 닮았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라고 칭한 제인 구달의 야생 침팬지 연구 및 보호와 교육 활동은 어느덧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초기 10년의 연구를 정리해 1971년 나온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한국어판은 2001년 ㈜사이언스북스에서 처음 소개했다.)에 이어 30년의 연구를 담은 『창문 너머로: 곰베 침팬지와 함께한 30년(Through a Window: My Thirty Years with the Chimpanzees of Gombe)』는 1990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한국어판은 그 2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장 연구를 집대성한 과학의 고전으로, 사이언스 클래식 시리즈의 최신간이기도 하다.
출판사 리뷰
전쟁, 학살, 그리고 우정과 가족애가 얽힌
야생 침팬지의 사회 행동을 밝힌 과학의 고전
현장 생태 연구 분야의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과학자 제인 구달의 위대한 족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플로와 피피, 길카와 지지, 멜리사와 그렘린, 골리앗과 마이크, 피건과 고블린, 호메오와 에버레드, 그리고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최재천(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석좌 교수, 생명 다양성 재단 이사장)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 레드 리스트 멸종 위기 등급에 속한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얼마 전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는 야생이나 동물원에서 자연적으로 사망한 침팬지의 뇌를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층 촬영 방법을 이용해 침팬지 뇌 구조를 보여 주는 고해상도 MRI 데이터 지도를 공개했다. 이를 인간의 뇌와 비교하며 인류 진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한 과정을 밝히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찍이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 공원에서 제인 구달이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는 과학계가 침팬지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지능과 행동 면에서도 닮았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라고 칭한 제인 구달의 야생 침팬지 연구 및 보호와 교육 활동은 어느덧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초기 10년의 연구를 정리해 1971년 나온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한국어판은 2001년 ㈜사이언스북스에서 처음 소개했다.)에 이어 30년의 연구를 담은 『창문 너머로: 곰베 침팬지와 함께한 30년(Through a Window: My Thirty Years with the Chimpanzees of Gombe)』는 1990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한국어판은 그 2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장 연구를 집대성한 과학의 고전으로, 사이언스 클래식 시리즈의 최신간이기도 하다.
곰베 연구 50주년이 되었어도 침팬지의 삶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사항이 너무나 많다. 나는 희망한다. 이 놀라운 종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곰베 침팬지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음 세대 연구자들의 새로운 발견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 본문에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새로운 통찰,
곰베를 향해 열린 새로운 창문
언젠가는 이 창을 통해 침팬지의 마음을 더 분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본문에서
『창문 너머로』의 제목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창에서 유래했다. 수많은 창문 중에서도 과학이 연 창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지식이 닿지 않던 영역까지 더 멀리, 더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제인 구달이 곰베에 닿은 이래 침팬지의 행동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창문을 통해서다. 동시에 그 창문은 인간 행동의 여러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했으며, 우리가 자연계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놓인 자리를 인식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창문 말고도 철학자, 신비주의자, 종교 지도자 들의 창문도 있다. 즉 우리는 자신의 존재에 관련해 풀리지 않는 물음을 떠올릴 때 이러한 창 가운데 하나를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내쉰 숨으로 흐려진 유리창으로 인해 우리 시야마저도 좁아지곤 한다. 제인 구달은 자연 속에서 홀로 지내 본 사람에게 문득 찾아오는 순간에 대해, 해 저무는 숲속 벌레들과 새들의 날갯짓, 나뭇잎과 열매의 향기, 잘 곳을 찾아가는 임바발라와 침팬지 소리가 어우러진 그 경이로운 광경에 대해 침팬지만이 알 수 있는 창으로 들여다본 세계 같았다고 표현한다. 찰나일지언정 한 번만이라도 침팬지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1장 「곰베」에서는 침팬지들을 따라다니는 일과를 소개하면서 초창기 연구를 회상한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세계로 통하는 첫 창을 열어준 친구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1960년 10월 풀 줄기로 흰개미를 낚시하던 장면, 처음으로 캠프에 다가와 바나나를 집어가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해석해야 한다. 지식이 축적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협력해 정보를 한데 모으면서 점차 창을 가렸던 장막을 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장 「침팬지의 마음」은 침팬지의 눈을 바라본 경험들로 시작한다. 오랫동안 비교 행동학을 비롯한 학계에서는 동물의 마음을 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제인 구달은 첫 논문에서 그, 그녀를 그것으로 수정할 수 없다고 버텨 침팬지들을 자신의 본성이 있는 ‘존재’로 격상시킨 바 있다. 테멀린 부부의 집에서 인간의 아이로 키워진 침팬지 루시는 야생 침팬지와도, 인간과도 다른 존재였고 수어로 의사를 표현했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야생에 살면서도 지적 능력이 복합적으로 진화한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야생에서 살아가기가 단순한지 않아서라고 단언한다. 복잡한 침팬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어디로 갈지, 누구와 갈지, 자기 몫을 어떻게 챙길지 선택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도 교수 로버트 하인드의 지도를 받으면서 나는 점차 과학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을 갖출 수 있었다. 비록 내가 본래 품었던 신념, 즉 동물에게는 각자 성격이 있다, 동물도 기쁨과 슬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은 계획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강력한 동기가 있을 때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은 거의 고수했지만, 이런 개인적 신념은 실로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피가 질투심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 방법은 없어요.” 잠시 언쟁이 있었지만 하인드는 이렇게 조언했다. “피피가 인간의 아이였다면 우리는 피피가 질투심을 느꼈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해 보면 어때요?” 나는 그렇게 했다. ― 본문에서
3장의 「곰베 연구 센터」는 세계 동물 행동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인 현장 거점의 한 곳이 되었다. 동물 관찰과 데이터 수집, 토론이 이어졌으며 제인 구달의 아들 그럽도 비비와 침팬지에 둘러싸여 호숫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플로가 사회 안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었고 회상한다. 4장 「엄마와 딸」은 두 모녀의 상반된 양육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최상위 암컷이던 플로의 딸 피피 역시 자신감이 넘쳤으며 동생 돌보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비사교적인 패션의 딸 폼은 불안정하고 의존적인 상태였으며 동생에게 마음을 여는 데 오래 걸렸다. 이들의 행동 방식은 각자 새끼를 낳아 기르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5장 「피건의 부상」은 『인간의 그늘에서』에서부터 높은 지능과 과시 욕구를 드러내던 피건이 우두머리의 지위에 오르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카세켈라 공동체에 마침내 피건의 시대가 오기까지, 자리다툼을 보며 제인 구달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닫는다. 어려움에 처할 때 충직하게 도와줄 동료, 적과 손잡지 않을 자기 편이 필요한 것이다. 6장 「권력」은 형 페이건의 도움을 받아 최상위에 오른 피건이 지위를 유지하는 과정을 상세히 관찰한다. 7장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1975년 5월 자이르 무장 괴한들에게 곰베 학생 4명이 납치당했고 인질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2주가 걸렸다. 곰베 연구소는 탄자니아 현지인들이 참여하고 제인 구달은 주로 다르에스살람에 머물며 분석과 저술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사이 곰베에서는 8장에 등장하는 「길카」의 새끼 오타가 패션과 폼에게 잡아먹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외부 무리로부터 영토를 지키려는 목적이 아닌 동족 포식 현장이 곰베에서 최초로 목격되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새끼 살해는 패션과 폼이 임신하기까지 4년 동안 6마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9장 「성생활」은 길카의 오빠 에버레드가 무리를 벗어나서 활발히 짝짓기를 이어간 과정을 비롯해 침팬지들의 밀월 여행을 살펴본다. 번식기와 반려 기간마다 각자의 영역과 전략이 있었다.10장 「전쟁」은 카세켈라 공동체의 세이튼과 호메오, 피건, 에버레드, 머스터드, 고블린, 지지가 미툼바 공동체의 영역을 습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보통은 양쪽 무리가 서로 위협한 후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편이지만 카세켈라 공동체가 분열해 남부 무리가 카하마 공동체를 이룬 후 4년 동안 거침없는 공격이 이어진다. 납치 사건과 동족 포식 사건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곰베의 침팬지 사회에서 목격된 타 공동체에 대한 공격성과 동족 포식 행위는 전반적으로 인간보다 ‘순하다’고 믿었던 침팬지의 특성에 대한 제인 구달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사건이었다. 한순간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 침팬지의 본성에도 어두운 일면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동전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의 표현과 연민, 이타주의 면에서 우리와 비교할 때 침팬지의 위치는 어디인가?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동이 극명하다 보니 침팬지가 실제보다 훨씬 더 호전적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호전적인 상호 작용보다는 평화로운 상호 작용이 훨씬 자주 일어난다. 침팬지는 공동체의 화합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며 구성원들 간에 유대를 강화하는 행동 목록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그들이 서로 말로 대화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었겠는가. ― 본문에서
11장 「엄마와 아들」은 피피의 아들 프로이트와 프로도, 패션의 아들 프로프의 발달 과정을 비교한다. 어린 수컷이 점점 독립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표는 어미 없이 회합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프로이트나 프로도와 같은 자신감을 키우지 못한 프로프는 주로 어미하고만 지냈으며 콜로부스원숭이에게 공격당한 경험으로 비비 역시 무서워했다. 곰베에서는 침팬지 공동체 1개 영역당 비비 공동체 12개가 있을 정도로 비비가 많이 서식한다. 12장 「비비」에서는 이 두 종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을 살펴본다. 비비는 더 다양한 먹이를 먹고 치타를 공격할 수도 있지만 침팬지는 돌과 막대기를 던지는 능력 덕분에 지배 종의 지위를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13장은 멜리사의 새끼 「고블린」이 우두머리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따라간다. 온갖 좌절에도 지배 서열 최고 지위에 올라 그 권세를 지키려는 의지와 이를 위해 필요한 용기와 끈기가 넘쳤기에, 반복적인 도발과 과시 행동에 피로해진 다른 수컷들이 항복한 것으로 보인다. 14장에서는 몸집이 크면서도 고블린과 반대로 야심이 전혀 없던 「호메오」를 만난다. 별난 성격에 온갖 실패에도 불구하고 호메오는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고령자가 될 수 있었다. 15장 「멜리사」는 고블린의 어미였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쌍둥이의 어미에 대한 관찰이다. 자이어가 나무에서 떨어진 후 야생에서 쌍둥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지만 남은 김블은 작지만 의지가 굳은 성체로 자란다. 16장 「지지」는 후손을 남기지 않았지만 공동체 수컷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지지의 독특한 여정을 보여 준다. 지지 이모는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17장 「사랑」에서는 두 침팬지 사이의 유대에 관해 살펴본다. 유아였던 자식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면 어미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유아 동생을 손위 형제자매가 키우는 경우도 있다. 1987년 폐렴과 유사한 유행병으로 많은 침팬지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고아가 된 새끼는 다른 성체에게 ‘입양’되었다. 유아기에 충격을 겪은 침팬지들은 어떻게 해서 성체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답을 얻으려면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기록하는 것뿐이다. 18장 「다리 놓기」는 곰베 연구가 침팬지의 행동과 인류의 행동에서 닮은 점을 찾아내고 초기 인류에 대해 더 알아내고자 시작되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가족 구성원 간 유대를 형성하며 의지하는 관계, 학습의 중요성, 비언어 의사 소통 패턴, 도구 사용과 제작, 무리가 협력하는 사냥, 사회적 압력이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제인 구달은 인간과 영장류 사촌들을 구분하는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시범을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해 미래를 대비하는, 고도의 언어 능력에서 찾는다. 또한 인간 고유의 행동인 전쟁에서도 침팬지와 우리는 경계선에 닿아 있다.
침팬지들은 내게 어떤 면에서도 의존적이지 않았다. 바나나를 받아 가는 것조차 매우 불규칙했다. 많은 사람이 내가 침팬지를 내 가족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침팬지를 마음 깊이 염려하고 존중한다. 나는 침팬지의 행동이 무한히 흥미롭고 궁금하며 침팬지하고는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함께 지낼 수 있다. 심지어 내가 사람보다 침팬지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곤 한다. 답은 쉽다. 어떤 침팬지는 어떤 사람보다 더 좋고, 어떤 사람은 어떤 침팬지보다 더 좋다! 물론 침팬지가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하나하나가 너무나 다르니까. ― 본문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
침팬지 서식지 보존과 실험 동물의 복지 관련 활동에 점점 더 깊이 관여하면서 얻은 뜻밖의 보상은 같은 전선에서 싸우는 활동가를 여럿 만난 일이다. 그런데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갑자기 지휘봉을 휘두르기라도 한듯, 이제 많은 활동가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의 연대 활동은 전 세계 침팬지들의 생존과 안녕에 중대하게 이바지할 것이다. ― 본문에서
19장 「인간의 어두운 그늘」은 인간의 벌목과 채굴 활동으로 서식지가 좁아지고 인간의 질병에 노출되며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침팬지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서커스 무대나 영화 촬영장에서 선보이기까지 가혹하게 훈련받거나 감옥과 같은 실험실 우리에서 평생을 보내는 침팬지들도 있다. 실험실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침팬지만이 아니라 침팬지를 돌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제인 구달은 자신의 방문이 그들에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싸울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프리카 침팬지들의 현실적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당당하고 자유로운 야생의 존재들을 위해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일련의 국립 공원이나 보존 구역과 충분한 인력이 지키는 완충 지대가 설치되어 침팬지를 비롯해 숲에 서식하는 많은 주민이 평화롭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만큼 중요한 일은, 주민들에게 이 일에 대한 열의가 생겨나고 그 열정이 그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20장 「맺음말」에서 제인 구달은 곰베에서 보낸 30년이란 침팬지 수명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시간임을 강조하며 침팬지의 복잡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오랜 기간 그 안에서 지냈기에 한 해, 한 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친밀하고 강고한 유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기록할 수 있었다. 10년 연구로 끝났다면 공동체 간 충돌과 잔인성은 목격할 수 없었을 것이고 20년 연구로 끝냈더라면 사춘기 수컷 스핀들이 새끼 멜을 입양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결코 기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의 10년이 무엇을 보여 줄지 누가 알겠는가?
「그후 이야기」는 『창문 너머로』가 처음 출간된 후 20년에 걸쳐 변화해 온 곰베 침팬지 가족들의 후일담을 전하고 있다. 나무를 올려다보기만 해도 누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새로운 세대의 침팬지들이 자리잡고 있다. 제인 구달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또 새로 발견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품는다. 「부록 1: 비인간 동물의 이용에 대한 몇 가지 생각」과 「부록 2: 침팬지 보호 운동과 보호소」는 침팬지를 비롯한 비인간 동물들에게 자행되는 실험들이 윤리적으로 용인되었던 관행에 맞서 대안적인 기술을 도입해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인식의 변화를 거듭 촉구하는 장이다.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든, 사람이 아닌 존재를 대상으로 한 것이든 학대에 맞서 싸우자면 우리는 우리 안의 비인간성을 대면하고 공감과 연민으로 극복해 낼 수 있다. 인류가 진화의 새 단계로 들어가는 문턱 바로 앞에 선 지금, 우리의 가장 고유한 특성인 인류애를 구현할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생태 연구자에서 환경 운동가로
희망의 아이콘 제인 구달의 기록
동물 행동학자 최재천 교수가 「추천의 말」에서 전하듯 『인간의 그늘에서』와 『창문 너머로』 사이에 제인 구달이 후학들에게 곰베 연구를 맡기고 전 세계를 돌 수밖에 없게 된 사건이 벌어졌다. 1986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침팬지 이해하기’ 학회에 연구자로서 참석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라는 현실을 직시한 후 침팬지와 인간의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가로 거듭났던 것이다.
2009년에 쓴 이 책의 「머리말」에는 제인 구달이 처음 연구를 시작하고, 또 현장을 떠나고 난 후 달라진 침팬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신기술이 도입되어 GPS, GIS, 위성 이미지로 지도를 제작하고 첨단 장비로 목소리 의사 소통을 연구하게 되었다. 50년에 걸친 관찰 데이터가 전산화되고 DNA 분석을 위한 표본도 더 많아졌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보전 프로그램 TACARE를 통해 지역 주민의 신뢰와 지지, 당국의 협조를 지속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1991년 탄자니아 중고등학생 12명으로 시작한 뿌리와 새싹 운동은 11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가 전 지구적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침팬지들은 야생에서, 혹은 포획당해 갇혀 살아가며 인간의 이해와 인식에 기여해 왔다. 제인 구달은 이 놀라운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다음 세대 연구자의 새로운 발견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독자들을 곰베 풀숲의 아침으로, 실험실 철창 너머 어둠으로 안내한다. 『창문 너머로』는 자연의 무한한 생명 주기를 살아온 생명체들의 발자취를 보여 주는 동시에 더불어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침팬지 사회에서도 일련의 개체들이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는다. 놀라운 결단력과 용기와 지력을 발휘했던 성체 수컷 골리앗 브레이브하트, 깡통 대왕 마이크, 무자비한 험프리, 피건 대제, ‘열광왕’ 고블린을 침팬지들의 역사 책은 빛나는 지도자로 기릴 것이다. 권력을 향한 그들의 지난한 투쟁과 찬란한 승리의 과정은 이들의 역사 책에 위대한 대서사시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들의 역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 침팬지는 또 있다. 휴와 찰리가 아니었다면 카세켈라 공동체는 분열되지 않았을 것이다. 흥분한 수컷들이 노상 떼 지어 따라다니던 지지가 아니었더라면 이웃 공동체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훨씬 덜 공격적이고 덜 호전적이었을 것이다. 상상해 보자. 침팬지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 본문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제인 구달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나 본머스에서 자랐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격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글쓰기와 독서,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23세 때 친구의 초청으로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저명한 고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조수로 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화석을 캐며 3개월 동안의 사를 마친 뒤 침팬지 무리를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곰베 지역으로 떠난다. 특히 그녀가 목격한 나뭇가지를 꺾어 개미사냥을 하는 침팬지의 행동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당시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1965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후 탄자니아에 곰베 유역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했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 및 다른 야생동물들이 처한 실태를 알리고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힘써왔다. 1991년에는 환경과 동물, 이웃을 돕는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인 ‘뿌리와 새싹’을 제안해 70여 개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0년 권위 있는 기초 과학상인 교토상, 1995년 뛰어난 연구나 탐험, 발견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허버드상을 받았다. 2002년 UN 평화 사절로 임명되었으며, 2003년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생명과학 부문)을 받았다. 2004년에는 지구의 환경 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대영 제국의 작위를 수여받았으며, 2021년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평화와 지구의 모든 종種의 안녕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제인 구달 생명의 시대》《제인 구달, 침팬지와 함께한 50년》《희망의 자연》《희망의 밥상》《인간의 그늘에서》 등을 비롯하여 60여 권이 있다.
목차
추천의 말 7 / 머리말 11 / 1장 곰베 25 / 2장 침팬지의 마음 41 / 3장 곰베 연구 센터 59 / 4장 엄마와 딸 71 / 5장 피건의 부상 87 / 6장 권력 103 / 7장 변화 121 / 8장 길카 135 / 9장 성생활 151 / 10장 전쟁 169 / 11장 엄마와 아들 189 / 12장 비비 207 / 13장 고블린 227 / 14장 호메오 245 15장 멜리사 259 / 16장 지지 281 / 17장 사랑 299 / 18장 다리 놓기 319 / 19장 인간의 어두운 그늘 335 / 20장 맺음말 361 / 그 후 이야기 375 / 감사의 말 388 / 부록 1: 비인간 동물의 이용에 대한 몇 가지 생각 398 / 부록 2: 침팬지 보호 운동과 보호소 407 / 곰베 참고 문헌 415 / 곰베의 연구 활동과 지원 418 / 찾아보기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