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무는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가
나무가 선사하는 먹여 살림과 치유, 돌봄과 연결, 그리고 뭇 생명의 평안...
시(詩)처럼 아름다운 언어와 과학적 통찰로 엮어낸 나무의 베풂과 위로“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지구와 다시 연결되게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_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찬란한 멸종》 저자)
“호흡하고, 소통하고, 번식하며, 치유하고, 심지어 양육하는 나무들의 경이로운 생명력이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이 독보적인 자연사는 분명히 당신에게 놀라운 선물이 될 것이다.”
_이송희일 (영화감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저자)
숲과 들판이 어우러진 아일랜드 시골 마을에서 나무와 교감하며 자라고, 나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었으며, 나무를 보살피고 숲과 지구를 되살리는 일에 팔십 평생을 바쳐온 세계적인 여성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의 《세계숲》이 출간되었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이 침팬지 연구와 지구 생태계 보호에 평생을 헌신해왔듯이,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는 생의 중심에 나무가 자리 잡게 했고, 에드워드 O. 윌슨을 비롯한 동료 학자들은 “제인 구달이 침팬지를 위해, 레이첼 카슨이 고대의 어머니인 바다를 위해 한 일을 베리스퍼드-크로거는 세계의 숲을 위해 해냈다”라고 평하며 그에게 ‘나무의 제인 구달’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세계숲》은 베리스퍼드-크로거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숲과 나무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고대 인류의 생태적 지혜를 시적 산문으로 엮어서 자신이 자란 아일랜드의 풍경처럼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아기자기하게 펼쳐낸다. 베리스퍼드-크로거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곁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숲을 복원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고 궁극적으로 ‘세계숲’을 조성한다는 전 지구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숲의 목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나무의 경이로운 삶을 소개하고 세계숲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세계숲》은 베리스퍼드-크로거가 과학 저술가로서, 위기의 지구를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서 간절하게 써내려간 중요한 저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세계숲’은 세계의 중심이자 세상을 떠받치는 신화적 나무를 뜻하는 ‘세계수(世界樹)’에 빗댄 것이다. 숲마다 어머니 나무가 있듯 지구에는 세계숲 또는 세계정원이 있어서 뭇 생명을 보듬는다.
과학적 발견과 신화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독창적 스토리텔링
숲의 시선과 나무의 언어로 써내려간 독보적이고 경이로운 책베리스퍼드-크로거는 식물학자이면서 나무의 의약적, 환경적, 영양적 성질에 정통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즉 나무의 생리뿐 아니라 지질학, 물리학, 화학, 의학, 식품영양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나무가 인간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동식물과 행성 지구에 미치는 이점을 연구해왔다.
시인의 언어로 말하는 과학자 베리스퍼드-크로거는 과학적 엄밀성을 탄탄한 기초로 삼되 그 위에 북아메리카 토착민의 예언적 통찰이나 고대 켈트 전통을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과학자의 글에서 ‘신’이나 ‘예언’ 같은 단어를 마주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은 나무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며 독자들을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그가 보기에 나무가 살아가는 세계는 발견과 탐구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신의 보이지 않는 손길과 태초의 생명의 비밀을 품고 있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창적인 서술 방식은 나무에 대한 이론적 지식에 접근할 때 부딪힐 수 있는 진입 장벽을 낮춰주며, 오히려 나무의 세계로 직관적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는 숨쉬고 소통하고 번식한다. 나무는 보금자리와 은신처를 제공하고 약과 음식이 된다. 나무는 인간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유익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나무는 육지와 바다 모두에서 무너진 생태 균형을 바로잡아주고 각종 오염물질로 더렵혀져 있는 인간의 몸을 정화한다. 나무는 이렇게 지구의 뭇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고, 생물다양성을 유지시킨다. 이처럼 《세계숲》은 마흔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들에 나무의 매혹적인 특성들을 한껏 담아낸다.
소아 백혈병, 고혈압, 시력 저하를 치유하는 나무에서
농사꾼의 살림살이, 생명 다양성을 증진하는 나무까지저자는 고대부터 붉은색과 초록색이 성스러운 것과 인간 삶을 상징해온 이유를 인간의 혈색소와 나무의 엽록소에서 찾는다. 이 둘은 색깔의 유사성뿐 아니라 말랑말랑한 주머니 안에 비슷한 모양으로 들어 있고 비슷한 원리를 통해서 각각 산소를 운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치 신이 계획한 것처럼 이 두 쌍둥이 자매 분자는 양자 보금자리에서 손을 맞잡고서 지구 전체를 위해 생명을 빚어낸다.” 인간은 나무를 나무는 인간을 무척 닮았다.
딱총나무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귀한 화장품으로 쓰였다. 피부를 재생하고 회복하는 효과가 있고 그 꽃은 안약으로 쓰였다. 새들은 람노오스 복합당이 들어 있는 딱총나무 열매를 먹고 시력을 유지하면서 어두운 곳을 비행한다. 말린 꽃을 우려낸 물로 신생아를 씻기면 모세혈관을 보호하는 생화학물질이 부드러운 스킨 토닉처럼 작용한다. 사과와 가까운 친척인 산사나무에서 나오는 생화학물질은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켜준다. 북아메리카 토착민은 산사나무 열매를 따 먹는 것만으로 심장 건강을 지켰다. 호두나무 열매는 주름에서 요오드계의 방어용 생화학물질을 내뿜는데, 어린아이는 갈색으로 성숙하기 전의 초록색 열매를 쥐고 있기만 해도 소아 백혈병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게다가 호두의 과육은 무게당 영양 면에서 소갈비구이와 맞먹는다. 베르가모트유의 향기는 기관지 확장제처럼 작용해 허파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숲의 나무에서 분무되는 에어로졸 속의 생화학물질은 세균, 병원성 균류, 각종 바이러스를 막아주고 심지어 치료까지 돕는 대기 장벽을 세운다. 심각한 공기 오염으로 고통받는 인간을 지켜줄 최후의 방벽이다.
나무는 환금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토착종 나무를 농사 짓는 곳에 심으면 “지표수를 정화하고 오염을 억제하고 질산염 오염을 줄이고 조류 개체수, 무기질 재순환, 방풍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 치솟는 기온과 자외선 복사도 가라앉힐 수 있다. 게다가 더 근사하고 아름답다.” 이는 온대 지역 모든 곳에 적용된다.
또한 나무는 먹이 순환을 돕고 물속 생명다양성을 증진한다. 나무의 수액은 달콤하다. 다람쥐가 나무껍질을 부름켜까지 벗겨낸다. 온도가 차가우면 수액은 사탕이 된다. 다람쥐가 먼저 맛보고 겨울새가 그 삼출물을 마신다. 이어서 나비와 개미가 차례로 찾아온다. 나무의 상처에는 굳은살이 박인다. 하지만 부름켜가 손상된 나무는 이제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 수변에서 자라는 가래나무는 진정제인 주글론을 물에 떨어뜨린다. 이것이 수생 동물의 대사율을 안정시켜 동절기 휴면을 돕는다. 해안림은 물속 영양물질의 흐름을 억제하여 독성 조류의 증식을 감소시킨다. 이렇듯 “숲은 자신이 돌보는 생명들 위로 축복의 손을 내민다.”
나무와 식물은 심지어 따뜻한 피를 가진 포유류처럼 주변의 식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태양에 의한 흑체 효과는 나무의 대사 활동을 증진시킨다. 나무의 발열은 뿌리와 줄기를 감싸고 있는 야생화를 깨어나게 하고 수정을 돕는 곤충의 분주함이 더해져 봄의 생장에 시동을 건다. 어머니 나무와 같은 성숙한 개체에서 이런 ‘따뜻한 피 행동’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소박한 삶, 지속 가능성, 온전한 정신
나무의 초록색 목소리가 전하는 희망나무는 초저음으로 소통한다. 소나무의 소리는 날카롭고 붉은참나무의 소리는 둥글둥글하다. 어떤 사람들은 숲이 벌목될 때 목이 졸리거나 심지어 질식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생명의 목소리는 초록색이다.” 생태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오늘날 “나무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인데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으며, 그 결과 생명의 목소리는 초록색에서 잿빛으로 시들어가고 있다. “지구는 생명의 망토를 걸쳤다. 망토가 지구의 어깨에서 내려오고 있다. 끌어내려진다. 이 벌거벗음은 마지만 단계인 죽음을, 모든 죽음을 가져올 것이다. 그 뒤에는 영원한 침묵이 이어질 것이다.”
《세계숲》은 ‘세계를 품은 전체이면서 세계를 초월하는 하나’인 숲의 재생만이 우리의 부서진 삶을 회복시키고 서로를 건강하게 연결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소박한 삶, 지속 가능한 사고, 이 문제에 대해 모두가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전한 상식(저자는 이를 소박함[simplicity],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온전한 정신[sanity]으로 정의한다) 속에서 가능하다. 나무와 숲이 계속 존재하고 지금보다 더욱 풍성해진다면 우리는 내일의 삶에 대해 희망을 가져도 된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세계숲》에 대한 서평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 아침 일터로 걸어가면서 새로운 존경심과 경외심으로 나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이 책의 임무가 완수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처럼 《세계숲》은 그간 우리가 몰랐던 나무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문장 속에 담아냄으로써 숲과 나무의 위대함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나무가 행성 지구에 아낌없이 선사하는 먹여 살림과 치유, 돌봄과 연결, 그리고 뭇 생명의 평안이 모든 페이지마다에 ‘숲의 경전’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는 옛 방식의 끝, 새 방식의 처음에 있다. ... 새로운 날의 새벽에 나무들이 다시 미소 지으며 산소를 내뱉을 것이다.”
숲은 보금자리다. 세계정원의 모든 숲은 미생물, 곤충, 새, 포유류, 식물의 보금자리다. 이 보금자리는 모든 생명에게 중요하다. 어느 종도 나머지 종보다 낫거나 못하지 않다. 연결성이라는 사슬로 이어져 모두가 동등하다. 벌 한 마리, 늑대 한 마리도 꿈꾸거나 죽을 권리가 있으며 경이로운 삶을, 나름의 독특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보금자리에 대한 권리는 시간의 끝까지 간직된다. 숲에는 다양성을 증폭하는 어림셈 법칙이 있다. 나무는 종마다 약 40종의 곤충을 먹여 살린다. 곤충은 특정 수종의 생장 방식과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숲은 생물다양성을 실현하고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온갖 범위에서 다양성을 폭발시키고 증폭한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패턴을 수놓는다. 건강의 토대를 놓는다.
많은 북아메리카 견과는 도토리를 닮은 겉껍질이 있다. 겉껍질은 쉽게 볼 수 있는데, 성숙하면 초록색이다가 땅에 떨어지면 금세 검은색이나 갈색으로 바뀐다. 겉껍질 표면에는 미세한 주름이 나 있다. 흑호두나무와 백호두나무의 주름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샘털에 폭발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다. 어떤 화학물질은 요오드계로, 매캐한 요오드 에어로졸을 주변 공기에 내뿜는다. 이것은 방어용 생화학물질이다. 어린아이는 초록색 흑호두를 쥐고 있기만 해도 소아 백혈병으로부터 보호받는다. 하지만 북아메리카 견과종의 모든 겉껍질이 그와 같은 표면을 가지고 있는데도 과학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