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신위는 시대의 제약 속에서도 각종 차별과 선입견을 넘어서고자 했다. 발 빠른 변화에 따라 하나의 가치에 매몰되기 십상인 오늘날, 이를 초월하는 신위의 고민이 많은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책에는 샤를 보들레르, 아르튀르 랭보, T. S. 엘리엇 등 신위와 마찬가지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소환되어 이해를 돕는다. 첫 장 ‘절대적으로 현대적일 것’은 당대의 유행이나 통념에 매몰되지 않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좇은 신위의 고민을 구체화한다.

신위에 대한 공통된 평가가 있다면, 그가 당파를 초월하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정치인이기도 했던 문인이 어떤 가치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건 자못 특이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신위는 강력한 신분제가 유지되던 사회에서 신분을 뛰어넘는 인간관계를 맺었고, 이를 자신의 문예관에 적극 반영했다. 비록 어디에 속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이 당대에는 한 인물의 위대함을 만들기보다는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겠으나, 그 점이 오늘날과 공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과거와 비교해 한층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특정 가치에 얽매여 있는 현대사회의 폐쇄성을 반성할 수 있겠으며, 반대로 봉건 사회 속에서도 열린 가치관을 지향하고 행동에 나서는 신위의 모습으로부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취성을 배울 수 있겠다.-'서문' 중에서
그래서 신위는 특정 시대에 무조건적인 권위를 부여하기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동일 선상에서 보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옛날의 흙계단은 지금의 옥섬돌 뜰에 있도다"라거나,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구절은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신위는 당대 문화의 최전선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누리는 바를 제 세력으로 이용하긴커녕, 여느 시의적 문제를 초월하고자 했다. 이는 곧 특정한 '지금 여기'에 얽매이지 않은 것이며, 어디에서나 유효한 성질을 추구하는 가치관이다.-'절대적으로 현대적일 것'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최나욱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국왕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동시대 일시적 문화를 다루는 『클럽 아레나』(2019)를 출간했으며, 시의성이라는 개념의 임의성을 지적하는 전시 《긴 지금》(2021)을 기획했다. 지난 시대에서 현대성을 탐구하는 『자하 신위』는 지난 저서, 전시에 이어 현대성을 서로 다른 시간 범주에서 다루는 책이다. 건축가로서 한국의 전통 건축, 문화재에 특화해 실무를 하고 있는 한편, 『건축평단』의 편집위원으로 건축적 관심을 이론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 미술인으로 선정되어 ≪방으로 간 도시들≫(2023)을 비롯한 여러 전시를 기획하고 디자인했으며, 아름다운 표면뿐 아니라 지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원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