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와 그 힘을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탄생과 성장, 갈등과 대결, 그리고 국가와 민주주의가 나아갈 역할과 방향을 담고 있다. 국가는 ‘생존과 안전’을 위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창조물이며, 오늘날의 국가를 대체할 힘은 존재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력이 끊이질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를 괴물로 만든 세력들을 기록해왔다.국민을 무시한 채 거대 양당이 이익을 독점하는 베네수엘라, ‘내 편 정치’가 만들어낸 유대인 학살이라는 최악의 비극, 관료의 무소불위 권력이 초래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칠레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프랑스 루이 나폴레옹의 친위 쿠데타처럼, 폭력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사례들도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남아 있다.토머스 홉스는 국가의 막강한 힘을 성경 속 괴물인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저자는 국가가 정말 괴물이 될지 아니면 선한 수호신이 될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가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탄 존재이며,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궁극적으로 국가를 선한 수호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2024년 12월 3일 계엄 이후에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다시금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만이 국가를 괴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할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리뷰
국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통제될 것인가?
세계 석학들의 경연장, 베를린 고등연구원 펠로우
윤비 성균관대 교수가 전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힘!
인류 역사상 국가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때는 없었다. 오늘날 국가는 국방은 물론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거대한 국가 권력이 잘못 쓰이게 될 경우, 가장 두려운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된다. “국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역사 속에 등장한 체제이다.
2023년 가을, 이 책의 저자 윤비 교수는 울리히 벡, 피에르 부르디외 등 현대 최고의 지성들을 배출한 ‘세계 지성의 심장’ 베를린 고등연구원의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1년간 미국,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지에서 온 사회과학 및 인문학 석학 30인과 함께 세계 민주주의의 현황과 위기,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윤비 교수는 “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의지와 실천을 통해 부단히 확장되고 진화하는 체제”이며, 현재 극단적 권위주의 세력에 의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책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와 그 힘을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탄생과 성장, 갈등과 대결, 그리고 국가와 민주주의가 나아갈 역할과 방향을 담고 있다. 국가는 ‘생존과 안전’을 위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창조물이며, 오늘날의 국가를 대체할 힘은 존재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력이 끊이질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를 괴물로 만든 세력들을 기록해왔다. 국민을 무시한 채 거대 양당이 이익을 독점하는 베네수엘라, ‘내 편 정치’가 만들어낸 유대인 학살이라는 최악의 비극, 관료의 무소불위 권력이 초래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칠레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프랑스 루이 나폴레옹의 친위 쿠데타처럼, 폭력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사례들도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남아 있다.
토머스 홉스는 국가의 막강한 힘을 성경 속 괴물인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저자는 국가가 정말 괴물이 될지 아니면 선한 수호신이 될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가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탄 존재이며,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궁극적으로 국가를 선한 수호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2024년 12월 3일 계엄 이후에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다시금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만이 국가를 괴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할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민주주의가 시민 윤리의 관점에서 정당한 체제라든가, 이성의 발현이라거나 역사의 필연이라는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책들은 이미 내 연구실의 책장 하나를 모조리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다. 대신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절박함을 혹시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자의 말’ 중에서
국가는 괴물인가, 선한 수호신인가?
국가를 통제하는 유일한 힘,
민주주의를 주목하라
오늘날 우리는 국가를 떠나 존재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는 북극과 남극, 그리고 공해를 제외하면 국가의 영토에 속하지 않는 공간이 없으며, 국적을 명기한 여권이 없으면 외국에 입국할 수조차 없다. 이처럼 국가는 개인의 삶에 깊이 얽혀 있지만, 본질적으로 국가는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다. 토머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를 멈추기 위해 각자에게 부여된 ‘자연권’을 포기하고, 그 권한을 인공적인 인격체인 국가에 위임했다. 개인의 힘이 모여 강력해진 국가는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추구하며 인류 역사를 만들어왔다. 홉스는 국가에 맞설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 없다고 단언했으며, 4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국방비를 살펴보면, 국가보다 더 큰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존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23년 세계 국방비 자료에 따르면 매해 미국은 1,167조 원, 중국은 338조 원, 한국은 61.5조 원, 일본은 61조 원을 사용하고 있다. 국가가 이렇게 강력해진 이유는 그만큼 국가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초기 국가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생명을 보장해왔다면, 현대는 국가의 역할이 고도화되어 경제뿐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등 그 힘이 닿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미래 기술에 투자한다거나 부를 재분배하는 일, 고속도로 건설 등 수익성이 낮은 사회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일, 펜데믹과 산불 사례처럼 전염병과 대형 재난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는 일 등 국가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정치학자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국가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질 않는다. 사실상 과거 역사처럼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멸망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전과 현재의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으로 인한 침략 국가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의 막강한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부패가 일어나고 결국은 국가가 마비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귀결된다. 시민들은 경제 활동이 어려워져서 빈곤에 빠지거나 해외로 탈출하게 된다. 결국 소수가 권력을 독점한다는 것은 국가를 통제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시민의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는 순간, 국가는 언제든 ‘위험한’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
“나는 앞에서 “우리는 국가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이 말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괴물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괴물의 등에서 떨어져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국가는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
쿠데타에서 부패까지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국가를 무너트리는 방식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의회 폭동을 일으킨 트럼프가 집권했으며,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두 번째로 큰 정당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정권을 파면했지만, 반대파의 시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러한 권위주의 세력들의 준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결국은 국가를 괴물로 만든다. 괴물이 된 국가는 민주주의와 헌법에 근거한 입법과 사법, 행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 국민은 빈곤에 시달리거나, 해외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저자는 민주국가가 괴물이 되는 세 가지 적을 지목한다.
첫 번째는 대의제가 무너진 상태, 즉 의회가 과두제로 변질된 경우다. 시민의 목소리는 차단되고, 거대 양당이 케이크를 나눠 먹듯 권력을 나눈다. 베네수엘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58년 10월 베네수엘라의 거대 두 정당인 기독교사회당과 민주행동당은 특정한 협약을 맺는다. 이 협약은 석유산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두 당이 나누고, 선거 결과에 따라 승리한 정당이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주요 직책을 당 추종자들에게 나누어주어도 눈감아주자는 것이다. 주 수입원이 석유에서 왔기 때문에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며, 국정은 두 거대 양당의 부패와 무능, 비효율이 주를 이루었다. 문제는 1989년부터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출하기 시작했다. 환율은 폭등하고 물가는 치솟았다. 실업률이 급등하자 시민들이 들고일어났고, 군대가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2013~2021년까지 GDP가 75퍼센트 이상 감소했고, 2021년 인구의 94퍼센트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두 번째는 진영논리가 판을 치면서 대화와 합의가 실종될 때이다. 진영논리는 모든 사안을 내 편은 선, 반대편은 악으로 이분화한다. 이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해 세뇌를 유도하고, 결국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겨 폭력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히틀러와 나치당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독일군 지도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자, 패전의 책임을 ‘돌히레 겐데(Dolchlegende)’ 즉 사회주의자와 유대인들의 배신 때문에 패했다는 거짓말을 퍼트렸다. 전쟁 패배로 자존심이 상한 독일 시민들의 상당수가 이런 거짓말에 현혹되었다.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은 독일인들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었고, 결국 권력을 장악했다. 이 결과 히틀러와 나치당은 12년 동안 사회주의자와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는 인류 역사에 기록될 만행을 벌였다.
세 번째는 관료조직의 무능과 관료의 권력형 부패이다.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관료조직이 정치를 손아귀에 쥐면 국가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의 학자 요시미 순야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분석하면서 일본 정치가 관료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본 관료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법안을 입안할 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쥐고 있으며, 행정 지도라는 명목하에 기업인들에게 ‘이것을 해라, 저것은 하지 말라’고 명령할 힘이 있었다. 이를 두고 순야는 “무대에서 드라마를 연기한 것은 정치인들이지만, 그 연출은 관료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적었다.
국가를 나락으로 빠트리는 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국가를 몰락으로 이끈 세력들은 오로지 총칼로만 시민들을 위협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믿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원칙쯤은 무너뜨려도 된다고 여긴 이들이 있었기에 권위주의 세력의 승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는 수많은 권위주의 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그 위협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핵심은 다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체제는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 누구도 독재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없게 한다. 관료기구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나 수상, 그리고 그들이 임명한 장관들에 의해 통제되며, 입법부가 정한 법률과 원칙을 따라 움직인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 권력이 이처럼 제도적으로 통제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은 민주주의가 국가 권력을 통제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으며, MIT 교수이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애스모글루는 국가의 성장과 번영에 민주주의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절대권력 체제에서 잘못된 결정 하나가 공동체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로 인해 그러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서 중요한 통찰력이 적극 반영되고 제도적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이 체제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1787년에 출간한 《연방주의자 교서》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의 기틀을 세운 지도자들조차 민주주의, 특히 동등한 참정권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농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일반 시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다수의 횡포’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중의 정치 참여는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반대에 부딪혀 왔다. 고대의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비판적이었고,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준 루소조차 인민의 판단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고 경고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한술 더 떠, 교육 수준과 재산에 따라 참정권에 차등을 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만도 많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세계적인 지지를 얻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국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애스모글루에 따르면, 19세기 유럽을 휩쓴 7월 혁명과 2월 혁명 등 일련의 혁명들에 대한 타협책으로 성인 남녀에게 선거권이 부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국의 그레이 경은 1832년 선거권을 확대하며, 혁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투표할 권리》의 저자 케이사에 따르면, 선거권 확대에는 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총력전의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군인뿐 아니라 여성과 아이들까지 군수공장에서 밤낮없이 기계를 돌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 국민이 전쟁에 동원되자, 지배 엘리트들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참정권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확산의 배경에서 미국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17년, 윌슨 대통령은 독일의 군국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미국의 정체성과 이념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이 전쟁을 세계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성전’으로 묘사했고, 이로 인해 미국은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과의 체제경쟁을 거치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는 단지 국가 권력을 통제하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기도 하다. 부패가 만연하고 개인의 권리가 무시되는 사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존재할 수 없다. 창의와 혁신, 그리고 공정함은 민주주의가 보장될 때에만 가능하다.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면 젊은 인재들이 자국에 머물 이유가 사라지고, 해외 인재들을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또한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를 인권과 환경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행복추구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 삶의 안정과 풍요, 그리고 충만함은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걱정하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라는 강력한 힘이 우리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데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은 (적어도 아직까지) 없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피와 땀을 ‘투자’할 멋지고 매력적인 대상이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이 글에서 그런 절박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싶었다. 국가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창조한 가장 강력하고 복잡하며 거대한 창조물이다. 오늘날 국가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체는 없으며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거대한 힘이 만들어진 이유와 과정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힘이 잘못 쓰이면 가장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통제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필연적으로 던지게 된다.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역사에 등장했다.
나는 앞에서 “우리는 국가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이 말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괴물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괴물의 등에서 떨어져 먹이가 될 수도 있다.”
공기처럼 당연해 보이는 국가는 사실은 철저히 인공적이다. 인간이 창조했다는 뜻이다. 인간의 창조물 중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존재가 국가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잘 발달한 현대 국가는 그 규모와 복잡성에서 인간의 어떤 창조물도 따라갈 수 없다. 인간이 창조한 그 어떤 제도나 구조도 국가만큼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수많은 생명이 국가 덕분에 구원받았고, 사회는 보다 안전하고 질서 있게 유지될 수 있었다. 인공적이라는 말은 가꾸지 않고 가만 내버려두면 소멸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 장학생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훔볼트대학교에서 고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며, 현재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주목받는 정치학자로, 파리 고등사회과학원과 뉴욕대 레마르크 연구소, 에를랑겐-뉘른베르크 국제 인문사회 컨소시엄 등 여러 해외 연구기관의 초청을 받았다. 2021년 독일에서 출간한 《Wege zu Machiavelli(마키아벨리로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비롯해 국제적 학술지와 연구서를 통해 마키아벨리 사상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 학계에서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마키아벨리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2024년에는 서양 전근대 정치사상의 변동을 주제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아카데미 아인슈타인 홀에서 단독 강연을 했다. 최근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대한 기존 해석을 뒤집는 논문들을 연속으로 발표하며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23년 가을 세계 석학들의 경연장인 베를린 고등연구원 펠로우로 선임되어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의 리더 30인과 독일에 머물며 세계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의지와 실천을 통해 부단히 확장되고 진화하는 체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국가는 국방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토머스 홉스는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에 비유했지만, 그것이 정말 괴물이 될지 아니면 선한 수호신이 될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 권력이 시민의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는 순간, 국가는 언제든 ‘위험한’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 이를 막고 국가를 선한 수호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만이 국가를 통제할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 민주주의의 쇠락과 그 풍랑 속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다시금 ‘왜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지금의 한계를 넘어 질적으로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저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목차
프롤로그│국가는 왜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는가?
1부 국가란 무엇인가?
1장 상상하라, ‘국가 없는 세상’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가│국가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남쪽으로 튄’ 해갑은 과연 행복했을까?│국가, 잘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2장 우리는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파리 공항에 18년 동안 갇힌 어느 이란인의 사연│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물, 국가│홉스, 국가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다│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멈추는 방법│괴물의 탄생… 잘 다룰 것인가, 먹이가 될 것인가?
3장 당신에게 봉사하지 않는 국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길가메쉬, 압도적 인간의 탄생│강력한 힘보다 더 중요한 리더의 덕목│국가는 공동체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철혈 보수’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제를 도입한 까닭은?│‘케이크 나눠 먹기’ vs ‘불안을 차단하는 안전핀’│정부의 개입이 클수록 개인의 자유가 작아진다?│좋은 복지와 포퓰리즘의 차이는?│복지는 민주주의 국가의 의무이다
4장 인류 역사에서 권력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국인은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타락한 정치’│“인민은 좋은 것을 원하지만, 그것을 항상 아는 것은 아니다”│계몽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좋아했다고?│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의 결정적 인기 비결│민주주의, 통찰력과 혁신이 자라는 토양
2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5장 의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을 때 생기는 일 : 과두제의 출현, 대의제의 몰락
의회는 언제든 과두 지배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빈곤층 94퍼센트, 베네수엘라에 무슨 일이?│석유의 이익을 거대 양당이 나눠먹다│민주주의 성공의 조건, 다양성이 보장된 의회│민주주의 성공의 힘, 생각하는 유권자
6장 리더의 권모술수에 속을 준비가 되어 있는 국민들 : 흑백에 갇힌 진영논리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속았다. 그러나 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진영논리는 어떻게 우리를 세뇌하는가?│유튜브, 진영논리 위에 피어나는 썩은 꽃│팬덤정치, 맹목적인 사랑은 사람을 타락시킨다│권력자를 불신하라! 그러나 현명하게!
7장 일본 총리도 통제할 수 없었던 최강 권력의 실체는? : 관료의 무능과 부패
관료조직의 협소한 시각과 보수성│그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관료조직이 쥐고 흔드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IMF 금융위기 직전, 왜 관료들은 유동성 위기가 없다고 했을까?│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관료는 어떻게 기업가와 정치인을 움직였는가?
3부 괴물이 된 국가들
8장 절대권력을 쥔 리더는 어떻게 국가를 쓰러트리는가? : 베네수엘라의 사례
강한 리더십의 환상│군부 쿠데타에서 과두 지배까지, 부패 천국이 된 세계 최대 산유국│차베스, 또 다른 절대권력의 등장│ ‘내 편 정치’,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을 챙기다
9장 이탈리아 청년들이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이유는? : 이탈리아의 사례
로마에서 겪은 황당한 일상│이탈리아를 뒤흔든 ‘마니 풀리테 사건’│패거리 정치, 이탈리아를 뒤덮다│유럽의 조롱거리가 된 총리│무려 54년 만에 완공된 A3 고속도로│미래가 없는 청년들, 엑소더스를 감행하다│한국의 미래, 이탈리아의 길은 아니다
10장 쿠데타가 민주주의를 몰락시키는 방식 : 칠레와 프랑스의 사례
괴물 국가의 만행,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칠레의 피노체트, 전투기로 대통령궁을 폭격하다│루이 나폴레옹의 친위 쿠데타, 절대권력을 꿈꾸다│권위주의적 리더가 권력을 손에 넣는 법│한국이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4부 한국, 어떤 국가를 꿈꿀 것인가?
11장 시대적 과제에 대한 비전으로 승부하라 :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세력의 역할
길 잃은 공동의 가치와 비전│‘다른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오래’ 살아간다는 것│한국 보수주의는 어떻게 성장해왔는가?│보수의 정체성, 반공과 권위주의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한국의 미래, 보수는 어떤 비전이 있는가?│거대 양당체제의 최대 수혜자, 민주당│시민사회는 언제든 민주당을 이탈할 수 있다│자유와 보수, 민주주의적 공존을 찾아라
12장 21세기 리더에게 ‘합의’는 왜 중요한가? : 리더의 역할과 조건
급변하는 시대,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은?│베버, 권력의 좀비가 된 자는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민주주의, 안전한 국가 권력을 선택하다│법을 따르지 않는 리더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다름’ 속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것인가?
13장 한국, 미래의 경쟁력은 무엇이 좌우하는가? : 정치시스템, 사회시스템, 경제시스템
미래 경쟁력 ① 공정과 참여│미래 경쟁력 ② 국가의 시스템 개혁│미래 경쟁력 ③ 인재 전쟁과 개방성
에필로그│국가의 미래 경쟁력, 민주주의가 길이다
참고문헌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