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초저출생 사회의 현실 속에서 여성이 마주한 생존과 선택, 생명의 무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단순한 출산의 서사가 아니라, 생명의 무게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출산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바뀌는 현실을 통해, 오늘날 독자들에게 깊고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세상에는 별난 인연도 많다. 나는 우선 인연을 얘기하려고 한다. 하찮은 것처럼 보이던 어떤 작은 인연 하나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인연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인연을 모아 쌓아놓은 무질서한 탑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탑을 이루는 벽돌이 천태만상이라서 세상도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이를테면 깨진 거울 조각 여러 개가 만화경萬華鏡을 만든다. 아마도 만화경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이런 인연의 속성을 알고 난 뒤 그걸 작은 상자 안에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늘 짐작하기가 만만찮은 세상을.
─ 계약서에 사인하기만 해도 우리는 먼저 5천을 입금해 드려요. 수정란 착상이 확인되면 또 5천, 15주 후에 다시 5천, 그리고 출산과 더불어 나머지 5천을 지급하죠. 지금까지 그 수혜자가 천칠백이 넘었어요. 일차 목표는 만 명인데….─ 아, 대단하네요.─ 그거 다 합치면 2억인데, 지자체에서도 1억을 지급하는 곳이 많잖아요? 거기다가 정부에서는 2억 5천까지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요. 그러니 다 합치면 최소 5억이 되죠. 그런데도 연서 씨는 관심 없는 일인가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병천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병천은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이,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더듬이의 혼」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소설집 『사냥』 『홀리데이』 장편소설 『모래내 모래톱』 『북쪽 여자』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신시의 꿈』 『90000리』 『세상이 앉은 의자』시집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