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랑은 이름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식물의 이름은 다양한 이유로 탄생한다. 주로 생김새, 생태, 전설, 먹을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지어진다. 하지만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은 국립수목원 등에서 연구자로 일하면서 이름 없는 들꽃에 ‘쇠뿔현호색’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식물 전문가가 쓴 이름에 관한 이야기다.흔히 우리가 아는 식물 이름은 ‘겨우살이’ ‘민들레’ 등 한국 이름이다. 그런데 식물은 ‘학명’이라는 국제적 이름도 가지고 있으며 한국명과 학명이 묘하게 일치하거나 전혀 다를 때가 있다. 이 책은 익숙한 한국명과 낯선 학명을 함께 다루며 식물 이름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고, 흔히 만나지만 이름은 몰랐던 식물들의 존재를 일깨우도록 돕는다. 식물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 식물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모습, 그 식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섬세하게 안내한다.무환자나무의 이름을 간단히 푼다면 ‘환자가 없다’라는 뜻이 되겠지요. (중략) 학명은 사핀두스 무코로씨Sapindus mukorossi였습니다. 저의 흥미를 끈 것은 바로 속명 ‘사핀두스’였습니다. 라틴어 사포sapo와 인디쿠스indicus의 합성어로 ‘인도의 비누’에서 유래된 학명이지요. 열매 껍질에 비누 성분이 있어서 예부터 인도에서는 세탁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뭐든지 글로만 확인하면 재미가 덜하지요. 비누 성분이 있다고 하니 거품이 나려나?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무환자나무┃사람을 살리는 듬직한 나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당귀속 식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당귀’라는 정명을 가진 식물은 없습니다. 참나무속 식물 중에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름이 가장 비슷한 것이 참당귀입니다. 물론 ‘참’을 빼고 당귀로 부르기도 합니다. 갈참나무나 졸참나무를 그냥 참나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경우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채소로 먹는 당귀는 어떤 식물일까요? 엄격히 말하면 ‘왜당귀’로 일본이 원산입니다. ━ 참당귀┃천사 같은 참당귀, 천사 같은 사람
식물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는 내 마음대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 식물의 속명(소속)을 찾아 붙여 주어야 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성씨’라고 할까요? 이 식물의 소속은 ‘현호색’입니다. 그렇다면 이 ‘현호색’은 무슨 뜻일까요? 현호색 속명 해석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중국식 표기인 ‘현호색[색깔이 오묘해 ‘현玄’, 흉노와 거란 등 지역에서 유래해 ‘호胡’ 그리고 더듬어 찾는다는 뜻의 ‘색索’]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의견과 당시 조선에서 부르던 향명이라는 기록도 있다고 하지요. ━ 쇠뿔현호색┃혼자만의 꽃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희
산림교육전문가, 이름 없던 들꽃 ‘쇠뿔현호색’에게 이름을 지어준 명명자이다.어릴 때부터 숲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고 한 번 본 식물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고려대학교에서 식물생명유전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국립수목원 등에서 근무하며 산림교육 활동을 했다. 산림교육전문가 양성 과정을 20년 넘게 지도하고 있다.소녀 시절부터 봄마다 만나왔던 쇠뿔현호색에 이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2007년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지어주며 학계에 알렸다. 쇠뿔현호색의 국제적 학명은 Corydalis cornupetala Y.H.Kim & J.H.Jeong으로 Y.H.Kim은 김영희를 가리킨다.국내외로 식물탐사를 수없이 다니지만, 항상 발걸음을 조심하려 노력한다. 식물을 보러 다가가다가 식물들이 다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식물들의 한국 이름과 국제적인 학명을 다각도로 풀어냈다.이름을 안다는 것은 존재를 안다는 것이다. 식물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며,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은 곧 그들과 사랑에 빠지겠다는 열린 마음이라 여긴다. 지은 책으로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도 꽃으로 필 거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