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톡방』은 익명의 대화창 안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욕망과 위로, 오해와 배신 속에서 감정을 탐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든 가볍게 들어오고, 쉽게 나갈 수 있는 오픈채팅방은, 관계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감정의 피난처이자 파멸의 공간"이 된다.이 소설은 세 명의 주인공—수진, 현수, 은경—의 시선을 따라 각자의 외로움, 상처, 그리고 감정의 왜곡과 파국을 서서히 쌓아 올린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연결되지만, 결국 관계를 통해 상처받는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쉽게 시작될 수 있지만, 그 끝에는 늘 책임과 여운이 남는다. 익명의 공간이라도, 아니 익명일수록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관계를 맺고 감정의 온도를 살피며, 상처 대신 이해를 남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무조건적인 두려움도, 무분별한 감정도 아닌, ‘조심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프롤로그각자의 얼굴과 신분으로 살아가는 마흔 즈음의 사람들. 그들은 세월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감추며 살아왔다. 사춘기의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몸은, 그리고 그들의 위치는 이미 나이를 먹어 있었다.그들은 오늘도 마음을 둘 곳을 찾는다. 세상의 어디쯤,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조용한 틈을 헤맨다.쉽게 흔들리고, 조용히 부서지는 관계, 그리고 각자의 마음.마흔. 누군가는 아직 청춘이라 하고, 누군가는 이미 중년이라 부른다.결혼을 했든, 이혼을 했든, 누구의 아내든, 누구의 남편이든 그들에게 공통된 것은 하나였다. 외로움.잘 살아왔다고 믿었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아무 일 없는 듯 살아내던 사람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는 ‘오늘 어땠어?’라는 말이 사라진 자리에 조용히 피어오른 감정 하나.그 외로움이 손끝을 움직이게 했고, 누군가는 오픈채팅방을 열었다. 익명으로, 가볍게. 그 안에서 오간 말들은 대체로 가볍고 유쾌했지만, 때로는 무겁고 따뜻했다.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그 안엔 언제나 나름의 진심이 있다.완벽한 연애를 꿈꾸는 이도, 마음 한편의 허기를 달래려는 이도 있었다.오톡방을 찾은 기혼자들이 가정을 쉽게 버리려 했던 건 아니다. 그저 무너진 틈 사이, 잠시 숨을 고를 곳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활짝 열린 그 채팅방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이름을 지웠고, 대신 감정 하나씩을 꺼내 놓았다.욕망을 꺼내는 사람, 위로를 찾는 사람, 사랑이라 믿고 빠져든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사람’이 그리웠던 사람.수진은 가정 안에서 감정을 잃었고, 현수는 이유도 모른 채 이혼당했고, 은경은 오래된 가면처럼 굳어진 삶에서 탈출구를 찾았다.그들은 그렇게, ‘오톡방’이라는 이름의 방에 들어왔다. 말 한마디에 가슴이 뛰었고, 이모티콘 하나에 설레고, 이야기를 나누며 해소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잠을 설쳤다. 새로운 사람들이 몰아쳐 왔다가 머물다 사라지는 곳.감정은 타인을 향해 열리는 문이면서도, 자신을 찌르는 칼이기도 했다.『오톡방』은 마흔 즈음의 사람들이 겪는 진짜 어른의 외로움, 관계의 무게,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연민, 애증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우리는 연결되기 위해 들어왔지만, 때로는 더 깊은 상처를 안고 나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의 온기 속에는, 사라지기 전의 진심 하나쯤 남아 있지 않았을까.-장하늘